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원 Jun 07. 2022

2달의 휴가가 주어진다면

매일을 음미하기

 이번 글은 미루고 미루다가 화요일 오후가 되어서야 쓰기 시작한다. 오전에는 겨우 일어나서 스터디 카페에 갔다. 토, 일, 월요일을 내리 쉬었더니 화요일에도 몸을 일으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누워 있기를 원한다면 누워 있을 수 있는 시간이지만, 그렇다고 진짜로 내내 누워 있기만 해서는 오히려 무기력해져 버리고 마니까.


 오전에는 블로그에 일기를 썼다. 브런치에 글도 써야 하고, 합평반 과제도 해야 하고 단편도 써야 하고 생각보다 할 일이 많았다. 오전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게다가 오늘은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을 반납해야 하는 날이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강아지의 귀를 소독하고 약을 넣어 주었다. 심장사상충 약도 고구마에 싸서 먹였다. 오후에 비가 온다고 하니 비 오기 전에 산책을 시키기로 했다. 강아지는 산책로에서 실컷 냄새를 맡으며 돌아다녔다.

 산책을 마치고 나서는 반납할 책들을 챙겨서 도서관에 갔다. 저번에 빌려온 책은 소설집 1권과 시집 3권이었다. 소설은 다 읽었지만 시집에는 영 손이 가지 않아서 조금밖에 못 읽고 다 반납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시집은 빌리지 않는 걸로... 최대한 소설을 많이 빌려 오기로 했다. 요즘 단편을 쓰고 있기 때문에 소설을 많이 읽어봐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오늘 고른 책들은 에세이 1권과 소설집 3권이다. 그중 2권은 여러 작가들의 단편소설들이 수록된 책이다. 그런 책은 종합 선물세트 같기도 하고... 여러 작가들을 부담 없이 살펴볼 수 있다는 게 좋다.

 오늘 빌린 책들에는 공통적으로 노란색이 들어가 있었다. 책을 빌린 다음에는 공차에 들러서 음료를 사 왔다. 나는 블랙밀크티에 펄 추가, 아빠에게 줄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샀다. 집에 와서는 천천히 샤워를 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했더니 어쩐지 벌써 오후를 알차게 보낸 느낌. 천천히 머리를 말리고, 공차 밀크티를 마시면서 노트북을 들여다본다. 오늘 할 것들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다.


 이제 이런 휴식기도 딱 2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남은 시간 동안 뭘 하면서 지내야 할지 자꾸만 마음이 초조해졌다. 아무것도 안 하고 푹 쉬고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진짜 아무것도 안 하기엔 이 소중한 시간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어느 온라인 커뮤니티에 2달의 휴식기가 생긴다면 뭘 하고 싶은지를 물어봤는데, 대부분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인지 대답들이 비슷한 게 재미있었다. 답변들은 지금까지 내가 지내온 일과와 거의 일치했다. 누워서 푹 쉬기, 책 읽기, 글 쓰기, 영화 보기, 게임하기, 운동하기.


 남은 두 달도 이불속에서 뒹굴거리며 충분히 쉬기로 한다. 그리고 운동도 하고. 체력을 키우는 데는 유산소 운동이 좋다고 하니, 유리체력인 나는 앞으로도 계단 오르기 운동을 충분히 해야겠고. 도서관도 자주 가야지. 다양하고 잡다한 분야의 책들을 충분히 읽고. 웹소설과 웹툰 정주행도 실컷 하고. 드라마랑 영화도 맘껏 보고... 그리고 내 글도 실컷 쓰는... 그런 생활을 하면 되겠다. 지금까지와 같이. 조급해할 필요 없이, 지금까지 하던 대로, 내가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것들을 실컷 하면 되는 거다.

 지금까지 충분히 나는 잘해왔다고, 나의 방식들을 확신하면서. 앞으로도 너무 전전긍긍하지 말고, 그냥 편안하고 즐겁고 재밌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 시간을 너무 초조해하지 말고... 실컷 음미해주었으면.



                    

작가의 이전글 토요일의 생각, 소설을 쓰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