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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Jun 14. 2022

복직불안

INFP가 회사원으로 사는 것

 시간은 빠르게 흘러서 복직일이 다가오고 있다. 그만큼 초조함과 불쾌감이 커지는 것을 보면 쉬는 동안 나는 회복된 것이 아니라, 그냥... 고통을 미뤄 오고 있었던 것만 같다. 아예 고통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당연히 회사에 나가는 것보다는 좋은 시간이었다. 복직 이후의 두려움 때문에 벌써부터 현재를 마음 놓고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게 좀 억울하긴 하다. 막상 그때가 되어 보면 생각보다 덜 힘들지도 모르는 거니까... 아니면 힘들더라도... 내가 이겨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가장 바라는 것은 직장에서 주말 이틀의 휴식을 보장받는 일이다. 너무도 당연하게 주 6일, 더 나아가서는 주 7일 근무를 강요당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걸 알지만 내가 그렇게까지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가? 내게는 그럴 만한 소명 의식이나 직업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살아도 괜찮을 만큼 직장 동료들이 사랑스럽게 보이지는 않았다. 내가 병들고 내가 죽어가면서까지 그렇게 살아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이 직장이 아니면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정말일까, 정말로 이 직장이 아니면 내가 돈을 벌 방법이 없는 걸까... 


 쉬는 동안 이직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나름대로 옮겨 갈 만한 직장을 찾아보았지만 내가 가진 스펙은 보잘것없었고, 이직을 한다고 해도 다른 면에서 고생하게 될 것이 뻔히 보여서 망설이게 됐다. 그렇게 보면 현재 직장의 장점이 분명 있기는 했다. 어쨌든 안정적이고, 경쟁적이지 않은 분위기고, 비 권위적인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나는 그냥 체념하고 살아야 할까... 이렇게 살기는 싫은데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가 하고 있는 모든 생각들이 어린애의 푸념이라고 느껴질 땐 좌절하게 된다. 내 인생을 나름대로 누구보다 치열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분명 내 존재가 빛나고 내 능력이 번뜩이는 필드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은 내 종목이 아닌 경기장에 잘못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오직 생존만을 위해, 모든 상위의 가치가 다 끌어내려진 것 같은. 


내가 더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직장에서. 눈치 보지 않고 무던하게. 내 휴가는 눈치 보지 말고 편하게 다 쓰고, 사람들의 이러쿵저러쿵에 귀 닫고, 서투르고 어설픈 나를 탓하거나 무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잘 못하고 실수하고 틀려도 그러려니 살았으면 좋겠다. 손해 보고 실패해도 상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입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말하거나 침묵하고, 내가 먹고 싶은 대로 먹었으면 좋겠다. 내 취향과 개성이 살아있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매사에 심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매사에 심각하지 않고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내가 유독 힘들어하는 환경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가득 모여서 하루 종일을 붙어있어야 하는 환경인 것 같다. 그래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교실이라는 개념을 극도로 싫어하고 힘들어했다. 대학교에 가서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틈이 나를 숨 쉴 수 있게 했다.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시기였다. 나만의 시간과 공간과 내가 함께할 사람을 내가 직접 택할 수 있는 자유도가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다시, 취업을 하고 나서는 그런 환경이 고등학교 수준으로 끌어내려졌다. 아니, 그보다 더 심하지. 고등학교는 3년이면 졸업하지만, 직장에서는 30년 동안 똑같은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계속 갇혀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나인 채로 좀 더 편안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은 없는 걸까... 부모님은 늙어 가는데 나는 아직도 방황하고 있다는 게 너무 슬프고 불안해진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에 매달리게 된 것 같지만 이마저도 소식이 없네... 미안하게도 오늘의 글은 희망적으로는 못 끝내겠다. 요즘의 내 상태가 그렇다. 밤이면 불안이 넘칠 듯 차오르고 흘러내린다. 그런 채로 살고 있다는 게 슬프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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