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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May 28. 2022

토요일의 생각, 소설을 쓰는 이유

소설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토요일의 공기는 다른 요일보다 느슨하게 풀어지는 느낌이다. 가장 휴식에 가까운 요일이 바로 토요일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아침에는 가뿐한 기분으로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나는 평일보다는 휴일에 일찍 잠에서 깨는 습관이 있다. 휴일을 길게 보내고 싶어서다. 지금은 휴식기를 보내고 있어서 일과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지만, 여전히 토요일은 쉬는 날로 정해두고 있다. 그래서 토요일은 부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쉬면서 보낼 수 있다.


 오전에는 영상 편집을 했고, 간단히 점심을 차려 먹었다. 계란 프라이를 하면서 양파를 썰어 볶고 간장을 두른 뒤 참기름과 밥을 넣고 볶은 간장계란밥을 만들었다. 간단히 해 먹기는 괜찮지만 기름이 많이 들어가서인지 느끼하다. 일찍 점심을 먹고 집을 나선 시각은 오후 12시 30분쯤. 오후 1시가 되기 전에 집 밖으로 나서면 뭔가를 일찍 시작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아진다. 마찬가지로 아침 9시가 되기 전에 집 밖으로 나서면 비슷한 의미에서 기분이 좋아지고, 아침 8시 30분도 되기 전에 집을 나서면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지만 집 밖으로 나가야 부지런해지는 느낌, 생산적이 되는 느낌을 받는 것 같다.


 토요일은 공식적으로 쉬는 날로 정해둔 만큼, 특별히 내게 자유롭게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마실 자유를 허락한다. 나는 아이스 바닐라 라떼를 정말 좋아하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평일에는 꾹꾹 참는 편이지만 토요일만은 자유롭게 즐긴다. 일주일을 참으면 토요일 하루의 바닐라라떼 한 잔에 담기는 행복이 극대화된다. 오늘의 바닐라라떼를 생각하면서 어제부터 즐거워졌다. 나는 100보를 걸을 때마다 1원씩을 주는 걷기 어플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 어플로 모은 돈으로 커피 쿠폰을 샀다. 오늘은 특별히 이 쿠폰으로 커피를 사 왔으니, 기분이 더욱 특별해진다.  


 점심을 먹은 후에는 아이스 바닐라라떼를 사들고 스터디 카페에 왔다. 자리에 앉았는데 오후 1시가 되지 않았다니 일단 기분이 좋다. 경험상 독서실 같은 곳들은 토요일에 가장 한산하다. 공기가 느슨하게 풀어지는 느낌이 좋다. 커피를 마시면서 노트북을 하는 여유를 만끽한다. 이게 행복이지, 행복하다.


 소설이라는 것을 배우기 시작한 지 1년이 되어 간다. 소설을 쓰는 것은 내게 꽤 의미 있는 취미가 될 것 같다. 취미를 넘어서 본업이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아직 거기까지 넘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는 소설에게 본업이라는 무게를 지우지 않으면서, 취미라는 가벼움으로 숨 쉴 구멍을 주고 싶다.


 하고 많은 글쓰기 중에 소설로 마음이 기운 이유는 뭐였을까. 분명 소설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의외로 에세이보다 편안하게 나를 드러낼 수 있다는 점. 나의 내면 곳곳에 숨어 있는 아주 깊은 것까지 소설을 통해 드러낼 수 있다는 건 굉장한 경험인 것 같다. 물론 나는 아직 거기까지 다다르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소설을 쓰면서 나의 내면을 탐색해 나갈 것이라는 믿음은 든든하다.


 소설은 나의 인생 한구석에 박혀 있던 정체 모를 잡동사니를 갈고닦아 보기 좋게 만들어 전시하는 일인 것 같다. 그렇게 하면 이해할 수 없고 아프기만 했던, 혹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던 경험들에 어떤 질서와 의미가 부여된다. 내 인생의 한 페이지에 제목이 붙여진다. 그것만으로 나의 지난날이 보상받고, 가치 있어지는 기분. 때로는 그렇게 거창하지 않더라도, 그저 내면을 환기시키며 잡동사니들을 한번 꺼내어 보는 경험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런 경험은 확실히 마음 한 구석의 먼지들을 쓸고 닦아, 가볍게 해 준다. 그래서, 그건 아마 앞으로도 놓지 못할, 내 인생을 갖고 만드는 소중한 작업들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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