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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Jul 17. 2022

직장인으로서의 삶에서 의미 찾기

INFP가 직장인으로 살기

 복직 첫 주가 지났다. 첫 주는 예상했던 것처럼... 시간이 아주 느리게 흘러갔다. 객관적으로 나쁘지 않은 환경임에도,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힘들었다. 6개월의 휴식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이었지만 어쨌든 다시 직장에서의 일과에 적응을 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이게 과연 적응의 문제일까? 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일주일 동안 아침저녁으로 부스피론을 먹었다. 약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하루 3회는 복용해야 하지만, 복용 첫 주에는 하루에 2번을 먹는 것도 버거웠다. 약을 먹으면 20분쯤 뒤에 찾아오는 부작용 때문이었다. 어지럽고, 메슥거리고, 뒷목이 당기거나 머리가 조여 오고, 구역감 때문에 자꾸만 눕거나 엎드려야 할 만큼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 부작용 때문에 약 복용 첫 주에는 취침 전에만 약을 1회 복용했다. 복직을 한 지난 월요일부터는 아침과 저녁 2회분으로 복용량을 늘렸고, 다행히 위와 같은 부작용은 없었다.

 토요일이었던 어제 오전 병원에서 2주분의 약을 받았고 이제는 하루 3회까지 복용량을 늘리기로 했다. 그런데 오늘 또다시, 메슥거리고 머리가 아픈 부작용이 올라왔다. 증상이 올라오자마자 쓰러지듯 누워서 뒤척이다가 잠들어 버렸는데, 약 복용 후 3시간 정도가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뒷목이 당기고 속이 메슥거린다. 아무래도 다음 주까지는 하루 2회만 복용해 봐야 할 것 같다... 사무실에서 그런 증상이 올라오면 감당이 안 될 것 같기 때문..


 분명 복직을 앞두고 약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해서 병원을 찾은 건 나였지만, 이 약이 정말로 내게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곤 한다. 특히 오늘처럼 부작용이 쎄게 오는 날에는... 약이 몸에 가하는 해가 분명히 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부스피론은 제대로 약효가 나기 위해서는 2~3주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에는 부작용 때문에 하루 1~2회 정도만 복용을 해 왔으므로 지금 약효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요즘의 내 상태는 글쎄, 휴직 이전과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출근 직전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고, 퇴근을 하고 나면 잠깐 기분이 좋았다가 이내 출근을 위해 씻고 잠들어야 한다는 것에 좌절감을 느낀다. 평일에는 직장을 위해 보내는 시간을 제외하면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 거의 남지 않는다. 나는 주로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을 정리하는데, 평일에는 그렇게 차분히 글을 쓸 만한 시간도 확보하기가 어렵다.


 나는 여전히, 어째서 내 인생의 대부분이 직장을 위해 희생되어야 하는 것인지를 납득하지 못한다. 내게 주어지는 월급과 혜택은 분명 감사한 것이지만, 글쎄, 그것이 안도감이나 감사함이 될지언정 행복이나 기쁨이 되지는 못한다.

 직장에서 내가 성장하거나 발전한다고 느끼지 못한다. 그저 직장이라는 곳에서 나를 죽이고, 나를 병들게 하고, 나를 억누르고, 나를 감추고, 내가 참고 견디며 인내하는 채로 지내야 하는 노비가 된 기분이 들 뿐이다.


 남들은 도대체 어떻게 직장생활을 하는 건지 끝없이 의문을 갖기도 했다. 여전히 잘 모르겠다. 만족하면서 직장에 다니고 싶다는 건 내 욕심일까. 직장에서 마음 편안하기를 바라는 건 허황된 꿈일까. 내가 너무 순진하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걸까. 그런 꼰대들의 시선으로 나를 봐야만 하는 걸까. 미숙하고 철없는 것으로 비치는 내 마음을 갖다 버리고 현실에 굴복하고 나면, 남는 것은 차가운 현실 속에서 꼰대가 되어 버린 나뿐이지 않을까.


 나는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오늘 또다시 카카오 같이가치에서 제공하는 마음날씨 안녕지수 테스트를 해 보았다. 부스피론을 복용한 지 거의 3주가 되어가는데(물론 약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당연히 아니고, 나의 인지, 정서,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리고 아직 약효가 발휘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 수 없지만) 안녕지수는 약 복용 직전보다 겨우 4점 올랐다.

 하위척도를 보면 삶의 만족은 의외로 크게 낮은 점수가 아니다. 중간 정도로 보이는 50점. 그건 아마 내 삶이 객관적으로 평가하기에는 그렇게 나쁜 조건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삶의 의미가 20점으로 꽤 낮다. 직장인으로서의 삶은 내게 돈과 생명을 맞바꾸는 일일 뿐이라고 느껴지는 것 같다. 직장 일에 대해서 어떤 의미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이렇게 만족도가 낮은 거겠지... 스트레스 또한 80점으로 높다. 내가 보기에도 내 직장의 현재 환경이, 보통 사람이라면 스트레스를 크게 받지 않을 환경임을 알기에 나는 모든 문제를 내 탓으로 귀결해 버리게 된다. 그러면 또다시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


 정서 측면의 점수들을 보면 매우 극단적인데, 우울 짜증, 불안, 지루함 등 부정적 감정은 거의 만점을 찍는 반면, 즐거움, 평안함, 행복의 긍정 정서는 거의 0점이다. 삶에서 뭐 하나 재밌는 것도 없고, 기대되는 것도 없고, 마음이 평화롭지도 않다. 정말 나 왜 이래...

 그나마 최근 즐거움을 느꼈던 순간들을 찾아보자면, 내 글을 완성하는 순간들이다. 완성 후에 완성도나 평가를 생각하면 그 기쁨도 순식간에 흩어지긴 하지만.... 어쨌든 내가 소설이든, 일기든, 브런치에 올리는 글이든, 한 편을 완성 짓는 순간은 분명히 기쁘고 잠시나마 충만해진다.

 내면이 드넓게 확장되면서 긍정적인 무언가로 가득 차는 충만한 경험은 삶에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행복한 경험 중 하나일 것이다. 나는 그런 감각을 주로 대학에 다닐 때 느꼈던 것 같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그런 느낌을 감각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대학원생 때 했던 안녕지수 검사 결과를 보면 그런 점이 수치로 나타난다. 현재의 안녕지수 종합 점수가 20점대인데 반해, 그때의 안녕지수 종합 점수는 66점이었다. 와우.. 하위 항목들을 살펴보니 삶의 만족이 80점, 삶의 의미가 70점으로 내가 중시하는 가치를 충족하는 삶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리학을 공부하며 지내는 삶은 내가 느끼기에 무척 의미 있는 삶이었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지수 또한 40으로 적당했다. 그때의 정서 점수를 보면 과연 똑같은 사람이 맞을까 싶게 정반대의 그래프가 나타난다. 약간 지루하고 불안하긴 하지만, 우울이나 짜증은 거의 없고, 즐거움이 조금 낮긴 하지만 평안함과 행복감이 거의 만점이다. 나는 이제는 영영 그런 생활을 할 수는 없는 걸까....? 나는 취업 이후에 장난 반 자조 반으로 이제 좋았던 때는 다 끝났다고 말하곤 했다. 그 말 그대로 수치로 나타나 있었다. 어쩌면 내가 이렇게 글쓰기를 붙잡고 있는 것도, 다 내 삶에서 의미를 찾기 위해서인 것 같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내 삶이 의미 있으려면, 평안하고 행복하려면, (즐거움까지는 바라지도 않을 테니까..) 어떡해야 하는지 나는 앞으로도 많이 고민하게 될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의미 없는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 중 하나가 소설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내가 쓰는 소설은 지극히 현실인 나의 삶의 조각들을 가공하여 의미를 찾는다. 초짜인 내게 공과 품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방법이긴 하지만... 어쨌든 소설 말고 다른 방식으로도, 직장인으로서의 나를 내가 어떻게 의미 있게 받아들일 것인지는... 앞으로 많이 고민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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