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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Aug 06. 2022

복직 4주 차를 지나며

더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복직 이후의 시간은 빠르게 달려 어느덧 4주 차가 끝났다. 복직 첫 주의 시간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느리게 흘러가던 것에 비하면 이제는 일주일이 제법 빠르게 지나간다. 일주일 중 하루, 토요일만은 마음 편히 즐거울 수 있어서 다행이다. 토요일에는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다행이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또 가장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는 점은 같은 사무실 내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무난하다는 점이다. 꼭 한두 명씩은 속을 뒤집어놓고 밥맛 떨어지게 하는 사람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예민한 내게는 축복과도 같은 환경이 아닐 수 없다.


 아직까지는 주어진 업무 또한 적당한 부담만을 주는 일이기 때문에 큰 무리 없이 해나가는 중이다. 일을 시작하던 첫 1~2년 차에는 모르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매번 내가 미처 몰라서 고려하지 못한 무언가 때문에 일이 잘못되어 곤욕을 치르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으로 일 하나를 할 때마다 두려워했다. 이제는 적당히,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의하고 조심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지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두려움은 많이 줄어든 상태이다. 물론 이렇게 불안감이 줄어들었을 때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질 수도 있긴 하지만...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대부분은 수습이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여유를 가지는 편이다. 무엇보다도, 앞일을 미리 복잡하게 생각하거나 걱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최대한 단순하고 간단하게 일을 해치우고 싶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오만가지 경우의 수들이 오히려 일을 복잡하게 하고 나를 힘들어지게 할 뿐이라는 걸 경험적으로 알게 됐다. 생각의 꼬리를 끊는 것이 내게는 여러 모로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부스피론은 하루 3번씩 챙겨 먹으려고 한다. 가끔은 약 먹는 것을 잊어버려서 하루에 2번만 먹고 지나갈 때도 있다. 약을 먹은 지 5주 차가 훌쩍 지나가는데 아직도 종종 약을 먹으면 현기증이 느껴질 때가 있다. 다만 어지럼증이 심하거나 오래가지는 않고 20분 정도 지나면 잦아드는 것 같다. 약 복용 초반에는 속이 메슥거려서 앉아 있기도 힘들었는데 그때에 비하면 훨씬 가벼운 증상이다. 이제는 약을 복용한 효과가 충분히 나타날 법한 시기가 된 것 같은데, 사실 약의 효과가 뚜렷하게 체감되지는 않는다. 이전보다는 일할 때 스트레스를 덜 받는 편이긴 한 것 같지만, 그것이 약의 효과인지 아니면 실제로 업무 환경이 더 나아져서인지는 알기 어렵다. 하지만 내가 직장 생활을 버틸 수 있게 하는 하나의 안전장치로서 약 복용은 당분간 계속하려고 한다. 약 복용 초반에는 1주일마다 병원에 방문했고, 1달이 지난 지금은 2주일마다 병원에 간다. 


 나는 하루 중 출근 전에 가장 기분이 나쁘다. 출근하기 싫은 아침에는 조금 일찍 집에서 나서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한다. 출근 전 공원에 들러서 푸르고 맑은 자연의 풍경을 보면서 멍 때리는 시간을 가진다. 생각을 내려놓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심호흡한다. 그게 하루를 시작하기 전 나를 이완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경직되고 긴장되어 있던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시간이다. 자연에서 보내는 시간은 머릿속을 단순하고 명쾌하게 해주는 것 같다.


 체력이 약한 것, 그래서 거의 매일 지나치게 피곤한 것은 내가 해결해야 할 큰 과제 중 하나이다.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피곤한 상태에서 일상의 많은 일들을 해치워야 한다면 당연히 짜증이 날 것이다. 그런 상태로는 금세 비관적인 기분에 시달리게 된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 내가 해야 할 것들은 명확하다. 체중 증량과 운동이다. 주 6~7일의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나는 체중이 39kg 정도에 불과했다. 휴직을 하고 나서는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살이 좀 붙었는데, 어제 체중을 재 보니 42.7kg이 나왔다. 나도 모르게 그새 전보다 건강해져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객관적인 수치를 보니 어쩌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용기와 자신감이 붙었다.


 체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추천되는 것이 소량의 음식을 자주 먹는 것, 그리고 유산소와 근력운동을 번갈아 하는 것이었다. 사무실에 온종일 붙어 있으면 입맛이 없어서(그리고 소화가 잘 되지 않아서) 점심도 조금밖에 먹지 않았고, 업무 중에 간식을 먹는 것도 눈치가 보였다. 앞으로는 견과류와 두유 정도는 사무실에 챙겨 놓고 틈틈이 먹어 줘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체중 증량을 위해 꼭 잘 챙겨 먹어야 할 것이 아침밥인 것 같다. 저녁에 미리 달걀을 삶아 놓고 아침으로 챙겨 먹겠다고 다짐해 본다... 


 퇴근 후에는 운동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우선 퇴근하면 집까지 30분 정도의 거리를 걸어간다. 저녁을 빨리 먹어야 운동을 할 시간이 생기므로, 집에 도착하면 해찰하지 않고 곧바로 저녁을 차려 먹는다. 어느 정도 소화가 되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산책로로 나간다. 무더운 여름밤에도 산책로에는 사람이 많다. 그들 사이로 걷다가, 달릴 수 있을 것 같으면 잠시 뛰기도 한다. 산책로를 빠른 걸음으로 한 바퀴 도는 데는 30분 정도가 걸린다. 그다음엔 11층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간다. 


 산책로를 거침없이 달리는 사람들을 볼 때면 그 활력과 에너지에 감탄하게 된다. 나 또한 그렇게 달려 보고 싶지만, 얼마 못 가서 무릎이나 정강이가 아파 온다. 마음껏 달리지도 못하는 내 몸뚱이에 좌절감도 든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계속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더 좋아져 있지 않을까. 모든 게 다 그렇지 않을까. 너무 조급해하지 말아야지. 겉보기엔 아무 변화 없어 보여도, 분명 조금씩은 달라지고 있을 것이다. 너무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즐겁게 즐기면서, 산책도, 걷기도, 달리기도, 근력 운동도, 자세 교정도, 해 나가고 싶다. 


 6개월의 휴직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분명한 건 나의 시각이 이전과는 약간 달라졌다는 것이다. 마음에는 조금 여유가 생겼고, 직장과 지나치게 밀착해 있어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제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가장 중요하게 다짐하는 것은, 지레 피해자가 되지는 말자는 것이다. 내가 희생하고, 내가 참고, 내가 지레 피해자가 되면 억울함만 쌓이고, 그 똑같은 짓을 남들에게도 요구하게 된다. 내가 참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참지 말고, 주장해야 할 것들에는 주장하기로 다짐한다. 내가 마땅히 받아야 하고 챙겨야 하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챙기기로 한다. 나에게 관대한 환경을 만들어야 남들에게도 관대할 수 있다. 그렇게 쿨하고 합리적인 어른이 되고 싶다. 심각하지 않고 시원시원했으면 좋겠다. 명쾌하고 간단하게.


 소설에 대해서는, 슬슬 새로운 단편을 써 보려고 시동을 거는 중이다. 올해 상반기 동안 한 달에 한 편 꼴로 단편을 썼다. 쓸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더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사실 이건 조금 기복이 있는 편이다. 가벼운 단편 다음에는 무거운 단편을 쓰고 그다음엔 더 가볍게 쓰고 하는 식으로...). 이번 여름엔 어떤 단편을 쓰게 될까. 사실 단편을 써 놓고 그것을 충분히 퇴고해서 더 나은 작품으로 만드는 일이 중요할 테지만, 아직 퇴고에는 자신이 없어서 새로운 단편을 써나가는 재미에 먼저 익숙해져 보려고 한다.


 나는 직장인 소설가를 좋아한다. 나도 직장인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소설에는 직장인으로서 느낄 수 있는 동질감이 가득하다. 그리고 나 또한 그들처럼 쓰는 사람이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된다. 그들도 그렇게 했으니까, 나 또한 그렇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갖게 된다. 그들이 이만큼의 소설을 쓰기까지 어떤 과정을 겪어 왔는지가 갈증이 나도록 궁금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고, 그들과 소통하고 싶고, 그들과 친밀해지고 싶다. 


 내가 소설을 써보기로 결심했던 순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작년 여름이었다. 무작정 막연하게 글을 쓰고 싶어서 찾아간 대학원에서 처음으로 단편소설을 썼고, 6월에 첫 합평을 받았다. 그때 나는 처음으로 손에 쥔 엉망진창의 짧은 단편을 갖고 강렬하게 소설의 세계로부터 초대받는 감각을 느낀다. 그리고 걸음마하듯 조금씩 단편을 쓰고 합평 수업을 들으며 1년이 지났다. 그게 지금까지의 이야기다. 이제 내가 바라는 것은 소설과 함께 조금 더 멀리 나가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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