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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Aug 13. 2022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 직장인의 주말

스터디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노트북과 함께

 어느덧 8월도 중순에 다다랐다. 이대로라면 하반기도 금방 지나가 버릴 것 같다. 때로는 시간이 내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채로 저 혼자 흘러가 버릴 것만 같다. 홍수가 도시를 휩쓸고 가듯 시간이 내게서 많은 것들을 앗아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지기도 한다. 나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어떻게든 뭔가를 건져내기 위해 글을 쓰는 것 같다. 소설을 쓰려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내가 지나온 날들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가치 있게 하기 위해서.


 지난 일주일은 출장이 많아서 피곤했고, 나름대로 운동을 해보려고 했지만 산책이나 계단 오르기를 조금 한 것이 전부였다. 심하게 피곤한 날에는 초저녁부터 드러누워 잠들어 버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한밤중이 되면 정신이 말똥해지면서 잠이 오지 않는데, 그렇게 새벽 내내 뒤척이다 보면 다음날 컨디션 또한 피로해졌다.

 

 꾸역꾸역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를 하루하루 클리어해 나가다 보면 드디어 반가운 주말이 돌아온다. 주말 이틀을 다 내 마음대로 쉴 수 있다는 사실은 소중하고 특별한 기쁨이다. 주말에 쉬는 것이 당연하던 때에는 몰랐을 행복이다. 언제 다시 주말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더욱 그 소중함이 극대화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주말은 광복절인 월요일까지 쉴 수 있어서 더 행복하다. 토, 일, 월, 3일의 휴일 동안 내가 하고자 마음먹은 건 역시 소설 쓰기다.


 소중한 토요일을 맞아서 적당히 늦잠을 자고 아침 8시 30분쯤 일어났다. 휴일은 소중하기 때문에 더 일찍 일어나고 싶고 더 늦게 잠들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동시에 더 푹 자고 싶은 욕심도 생기기 때문에 이 모든 상충되는 욕구들을 잘 조절해야 한다.

 아침으로는 삶은 달걀과 맛밤, 호두를 조금 먹었다. 느긋하게 양치를 하고, 얼굴에는 선크림을 대충 바르고, 깔끔하고 편안한 외출복으로 갈아입었다. 쉬는 날 외출할 때는 모자를 쓰는 편이다. 오늘은 동생이 생일 선물로 사준 캡 모자를 썼다. 다이소에 들러서 필요한 물건들을 조금 사고 병원에 갔다. 요즘의 생활이 크게 버겁지 않으니 슬슬 약을 끊어 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제는 약이 없어도 크게 다를 것 없을 만큼 직장에도 적응이 된 것 같고, 다행히 사무실에서 함께하는 직원들 중 속을 긁는 사람이 없다.

 무엇보다 약을 계속 먹는다는 것에 희미한 거부감이 생기고 있다. 여전히 가끔은 약을 먹으면 잠시 현기증이 나는 부작용이 있다. 어제는 문득 거울을 보는데 내 얼굴과 눈의 흰자가 너무 노래 보여서, 간에 무리가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런 세세한 걱정들까지 의사와 나누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내 이야기를 들은 의사는 내 생활의 전반적인 상태를 다시 꼼꼼히 물었고, 일단 2주간은 그대로 약을 복용하다가 다음 진료일에 다시 한번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당분간은 더 잘 챙겨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최대한 체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체력이 기분에 미치는 영향도, 기분이 체력에 미치는 영향도 분명 크다고 생각한다. 우선 약으로 의지를 샀으니 그것으로 체력을 끌어올릴 차례이다.


 진료가 끝난 뒤에는 도서관에 갔다. 토요일 오전의 도서관에는 적지도 많지도 않은 수의 사람들이 있다. 도서관에서 조용히 앉아있는 사람들 틈에 있는 것이 좋다. 도서관에 가면 우선 신간도서 코너를 본다. 손때가 묻지 않은 새 책들을 둘러보는 것이 좋고, 새 책 중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빌려 오면 산뜻하고 깨끗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어서 더 좋다. 우연히 눈에 띄어 골라 온 책들은 빨리 읽어보고 싶어 진다.


 도서관까지 다녀오니 점심시간이 되었고, 점심을 먹은 후에는 곧바로 스터디 카페에 왔다. 덥고 습한 날에는 더욱, 집에 있는 것보다는 스터디 카페에 오는 것이 좋다. 스터디 카페에 와서 아메리카노를 한 잔, 그리고 달달한 믹스커피도 한 잔을 타 마셨다. 그래도 졸음이 쏟아지는데, 어떻게든 찬물을 마시면서 노트북을 두드리는 중이다.


 복직 후 한 달을 넘게 기다렸던 소설 수업을 드디어 어제부터 듣기 시작했다. 첫 수업을 듣는데 생각보다 힘들어서 깜짝 놀랐다. 금요일 밤에 듣는 수업이라서 무리 없을 줄 알았는데, 체력이 따라주지 않는 것이었다. 수업을 드는 내내 졸려서 눈을 뜨고 있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뭔가를 제대로 해보겠다는 의욕도 떨어졌다. 대충 하지 뭐... 하는 안일한 생각과 함께...


 내가 쓰는 모든 것들이 가끔은 어떤 의미도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대체 무엇을 누리겠다고 이 좋은 주말에 스터디 카페에 와서 소설을 쓰려고 하는가 싶은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런 생각들이 그리 오래가지는 않는다. 어쨌든 나는 내가 계속해서 쓰리라는 것을 알고, 쓰는 과정에서 즐겁고 행복해진다는 것을 안다. 내가 아무리 보잘것없는 것들을 쓰고 있는 것 같아도, 이 과정을 발판 삼아서 더 나은 결과물들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믿는다.


 일단은 이번 달 말까지, 혹은 9월 초까지 새로운 단편의 초고를 하나 완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전의 단편보다 나은 것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의심과 부담감이 들기도 한다. 또는 도저히 더는 쓸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거나, 더 이상은 쓰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글쎄, 하나의 소설을 완성할 때에만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있고, 소설의 방식을 통해서만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나는 결국은 그 방식을 영영 놓지는 못할 것 같다. 느리고 더디더라도 평생을 쓰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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