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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Aug 27. 2022

소개팅 나가기 전에 쓰는 일기

 요즘 즐겨 보고 있는 프로그램이 '나는 솔로'이다. 비슷비슷한 연애 프로그램이 어느 순간 많아진 것 같은데 제대로 챙겨 본 적은 많지 않았다. 사실 tv 프로그램에 큰 흥미가 없는 편이고 넷플릭스 같은 OTT 서비스의 정기구독도 잘 하지 않는 편이라(간헐적으로 한다) 더욱 챙겨볼 일이 없었다. 다만 유튜브 프리미엄은 정기구독 중이므로 유튜브에 떠돌아다니는 클립을 주워 보거나... 하는 식으로 지내고 있었다.


 최근에는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서 왓챠를 한 달 구독했는데, 그러다가 우연히 '나는 솔로'를 보기 시작했다. 뭔가... 투박하고 촌스러운 듯... 하면서도 뒷이야기가 궁금해지고 재밌는 포인트가 있어서 2기까지 정주행을 한 상태다. 무엇보다 일반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면, 세상을 보는 눈이 조금 더 넓어진다는 점이 좋다. 분명 나와 비슷한 또래인데도 다양한 경험과 멋진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내 세상은 얼마나 좁았는지 돌아보게 된다. 평소 좁은 직업군 안에서 비슷한 것들만 보고 들으며 살 때는 몰랐던 것들이다. 


 덩달아 어쩐지 연애를 하고 싶어지는 건 덤이다. 서른이 되면서 앞으로 오래 함께할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은 더 깊어졌다. 이제는 내 나이를 말하면 '생각보다 나이가 많네...'라는 반응을 듣게 되었다(동안이라는 뜻으로 알아들으려 한다..). 나는 나이에 비해 뭔가 모자란 사람이 될까 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서른인데 아직도 운전을 못한다고? 서른인데 아직도 부모님과 같이 산다고? 서른인데 이렇게 철이 없고 어리숙하다고...? 그러니까 나도 모르게 내 삶의 현 위치에 대해 전전긍긍하게 된 것이다. 뭔가 달라져야 하고, 이제는 독립을 해야 하고, 내가 부모님으로부터 부양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부모님을 부양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충분히 그럴 만큼의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무게를 슬슬 느끼고 있다. 


  전에는 결혼이야 뭐, 하면 하고 말면 마는 거지,라고 편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또래들이 우르르 눈치게임을 하듯 잽싸게 결혼을 하기 시작하자 초조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눈치게임의 제일 마지막 순서는 벌칙이 아니던가...! 결혼을 하고, 출산휴가를 들어가 아이까지 낳은 또래들을 보면 문득 내가 까마득한 어린애처럼 느껴지고,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어른처럼 느껴지고 마는 것이다. 늦게까지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나, 솔로를 애잔하게 보는 듯한 시선 또한.. 이거, 정말 문제인가? 싶어 스스로를 초라하게, 위축되게 만들곤 한다.


 소개가 들어올 때마다 거절 없이 만나보는 편이지만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애프터가 없는 경우도 왕왕 있는 터라 내가 그렇게 별로인가 싶은 자괴감도 자주 느낄 수 있다.. 그런 식으로 나의 단점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금방 자신이 없어지곤 한다. 이런 순간에는 결국 또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스펙 중 하나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어, 더더욱 이 직업을 포기하기 어렵게 된다..(결국은 이런 식으로 장기근속을 하게 되는 거겠지...)


 제목이 소개팅 나가기 전에 쓰는 일기인데, 이제 잠시 후 있을 소개팅에 대해 조금만 더 쓰고 끝내야겠다. 지금은 오후 4시 30분이고, 1시간 뒤인 5시 30분에 약속 장소로 이동할 생각이다. 직장 동료분의 건너 건너 지인 소개로, 이번에도 당연히 거절 없이 바로 소개를 받아보기로 했다. 사진은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얼굴 보기 전까지가 가장 궁금해지는 시간이다. 거의 매번 실패하는 소개팅이지만ㅋㅋㅋ 거의 매번 다시 기대하게 된다는 건 참 재밌는 일인 것 같다. 어쨌든 별 기대는 하지 않고 다녀와 봐야겠다. 내일은 엄마와 새 식탁을 보러 가야 하고 소설도 써야 하기 때문에 바쁜 하루가 될 것이다. 쉬는 날이 하루만 더 있다면 참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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