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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Sep 09. 2022

연휴 첫날을 보내는 직장인의 마음

4일간의 추석 연휴를 맞이했다. 오늘은 그 첫날이었다. 이번 주는 유독 피곤했고, 연휴의 첫날인 오늘 오전까지도 피곤에 젖어 있었다. 아침 8시 20분쯤 잠에서 깼고, 아침을 조금 챙겨 먹은 뒤에, 스터디 카페에 갈까 잠깐 고민하다가 다시 잠들었다. 깨어났을 때는 정오가 지나 있었다.


체력관리도 마음관리도 글을 쓰는 것도 쉽지 않다. 출근해서 일을 하는 것도, 나만의 무언가를 찾아가는 것도,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도 쉽지 않다. 내 삶이, 내 하루가, 내 시간들이 만족스러운 것이 되기 위해서는 어떡해야 하는지 많은 것들이 어렵게만 느껴진다. 


당연히 그래서는 안될 일이라고 배웠지만... 막상 내 일이 되니 쉽지 않다. 약을 내 맘대로 끊어버리기로 결심한 것이다. 꼬박꼬박 열심히 챙겨 먹어 왔지만 그다지 효과를 봤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어지러움 같은 부작용이 귀찮기도 했다. 무엇보다 점차 얼굴이 노랗게 뜨는 것 같았다. 기분 탓인지 정말로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내 얼굴이 전보다 너무 노래진 것 같아서 내 몸에 나쁜 영향만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이 없어도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잘 먹고 체력을 키우면, 좋은 것들을 읽고 쓴다면 점차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연휴가 끝나고 나서 출근할 때의 후폭풍이 두렵긴 하지만 약을 꾸준히 먹는다고 해서 그 기분이 더 나아질까? 그건 모르겠다. 


연휴가 되면 가장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당연히 소설 쓰기다. 더는 소설 쓰기를 미룰 수도 없거니와... 주말에만 소설을 쓰려다 보니 흐름이 뚝뚝 끊겨서 자꾸만 진도가 나가지 않았고, 처음부터 새로 쓰기를 주말마다 반복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4일의 연휴라면 충분히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이전에도 후루룩 단편을 썼을 때는 하루에 5천 자씩 3일 정도만에 초고를 완성해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완성도는 아쉬웠을 것이지만.. 완성도고 뭐고 지금은 그냥 분량만 채워보면 소원이 없을 지경이다.


 그런데 오늘 나는 뭘 했나. 오전에는 앞서 썼듯이 내내 잠들어 있었고, 오후에는 점심을 먹고 느지막이(오후 두 시쯤) 스터디 카페에 갔는데 가서 한 일이라곤 계속 뭔가를 검색했던 것뿐이었다. 나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찾아 헤맨다. 그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꾸 충족되기만을 바라면서 찾아 나서는 것이다. 나는 채용공고를 검색했고, 여기저기를 계속 기웃거려 보고 또다시 내가 갈만한 곳은 없으며 이대로 평생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했고... 다른 글 쓰는 직장인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 걸까, 어떤 루틴으로 하루를 보낼까를 궁금해했다. 사실 다른 작가들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것은 내가 글쓰기 싫어질 때 하는 도피 행동 중 하나다. 


 환절기가 되어서 콧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오후 다섯 시가 조금 넘은 시간까지 그렇게 콧물을 닦으며 검색만 하다가 시간을 보냈다. 더 이상은 소득이 없을 것 같아서 노트북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날씨가 좋길래 엄마와 강아지와 산책을 조금 했다. 저녁을 먹고 잠시 쉬고 있으니 금세 밤 8시가 되었다. 쉬는 날의 하루가 너무 빨리 간다. 벌써 연휴의 첫날이 이렇게 저물어 간다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 


 요즈음 나는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을 자꾸만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게 주어진 삶을 견디고 버티기만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정작 내가 충분히 해야 하는 혹은 충분히 경험해야 하는... 무언가는 빠진 채로 살아가는 것 같다. 그것을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내 삶이 조금만 더 충만해진다면 좋겠다. 내 삶에서 중요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감각을 갖고 싶다. 쫓기듯이 살고 싶지 않고 버티기만 하면서 참기만 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아 즐기고 싶다. 내 일상이 조금만 더 살만한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 살아볼 만한 인생이라고 진심으로 살아있길 다행이라고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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