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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Sep 24. 2022

직장인의 주말 일기

토요일

추석 연휴가 지나고 주 5일 출근을 하려니 몸이 무거웠다. 하루하루를 어렵게 버티다가 주말을 맞았다. 출근하는 평일은 매번 겪어도 어렵고, 매번 쓸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어려워진다.


금요일 밤에는 합평 수업을 듣는다. 수업은 어느덧 마무리를 향해 가는데 나는 아직도 합평받을 작품을 제출하지 못했다. 수업은 이제 겨우 2번밖에 남지 않아서 마음이 조급해진다. 이번에도 단편을 준비하지 못한다면 무거운 마음으로 한 주를 보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생각보다 스트레스와 부담감이 크다...


처음에는 새로 쓴 단편 초고를 내고 싶었다. 항상 그랬듯이 금방 쓸 수 있을 줄 알았다. 마감이 있다면야 급한 마음에 금방 뚝딱 단편 하나가 나올 줄 알았는데. 마음은 급하고 무거웠지만 초고가 쉽사리 쓰이지 않았다. 처음 생각한 이야기에서 다른 이야기로, 또 거기서 다른 이야기로, 또 다른 이야기로 매주 생각이 바뀌었고 매주 거의 새로운 초고를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은 포기하게 되었다. 완성할 자신이 없었고 지금까지 어떻게 소설 비슷한 것이라도 써왔던 건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주 낯선 외국어를 발음하듯이 소설에 쓸 한 문장 한 문장을 고를 때마다 어색하게 느껴졌다.


사실 몇 번이나 수업을 그만둘까 고민했다. 시원하게 중도 포기하고 자유의 몸이 되고 싶었는데  우물쭈물하는 사이 이렇게 되어 버렸다. 처음에는 할 수 있을 줄 알고 버텼고 그만두기엔 수강료가 아까웠다. 수업이 후반부로 가게 될수록 이제는 내가 그만두게 된다면 수업에 피해를 주게 된다는 압박감이 커졌다. 그만두려면 더 일찍 그만뒀어야 했다. 내 돈 내고 듣는 수업인데 그것마저 그만두는 게 쉽지 않았다. 지쳐갈수록 모든 걸 그만두고 싶었다. 출근도, 글쓰기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서 숨만 쉬고 싶었다.


 갑작스럽게 본업이 바빠졌고 스트레스는 커졌는데 수업을 들을 체력도 모자랐다. 주말에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기한 안에 소설을 써내려면 주말 대부분의 시간을 노트북 앞에 앉아서 보내야 했다. 점점 부담감이 커졌고 흥미와 자신감은 떨어졌다. 내가 쓰고 있는 것들이 구리다는 생각이 커져서였을까. 점점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는지, 왜 이렇게 살고 있는지 의구심이 커졌다.


나는 글 쓰는 것에 재능이 없기는 물론이거니와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나는 그저 뭔가 수단이 필요해서 우연히 소설을 골랐을 뿐 소설에 대한 나의 태도는 진심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수업을 함께 듣는 수강생들은 능력도 출중해 보였다. 그들의 생각과 의견은 깊이 있고 통찰력 있으며 그들이 써내는 작품들도 너무 훌륭해 보였다. 나는 어쩐지 주눅이 들었다. 그들이 주인공이고 나는 들러리인 것만 같은 기분.


어쨌거나 이제 와서 도망갈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두 달 전 썼던 단편 초고를 퇴고해서 제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퇴고 또한 정말로 만만찮은 작업이었다. 조금만 고쳐서 내버리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손봐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마음에 들게끔 고친다는 게 정말 쉽지 않다. 어쨌든 오늘과 내일 이틀 동안 다 고쳐서 후련해지고 싶은 마음뿐... 이번 주말엔 제발 끝낼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나면 월요일부터는 또 출근을 해야 하고 출근은 영영 후련해질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두렵다... 언제쯤 삶이 조금쯤 더 산뜻해질 수 있을까. 일상에 조금만 더 숨통이 트인다면. 살아있는 것처럼 살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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