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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Sep 30. 2022

남들은 결혼을 하고 나는 딴짓을 하는 날들

왜 벌써 결혼에 대한 조바심이...

어느새 돌아온 브런치 글쓰기의 시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한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아무 소리나 길게 지껄여 놓고 업로드를 하고는 이번 주도 채워진 한 편의 글에 만족하려고 한다.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잘 쓴 글을 보면 나는 왜 이것밖에 할 수 없을까,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이런 내가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어떻게든 나의 내면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라도 부족한 언어로라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수요일에는 퇴근 후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려 왔다. 희망도서로 신청한 책이 도착했다는 문자를 받았고, 생각보다 책이 빨리 도착한 것에 기분이 좋았다. 대학생 때부터 읽고 싶은 책이 도서관에 없을 때는 희망 도서를 신청해서 빌려 보곤 했다. 내가 요청한 책을 도서관에서 사준다는 사실 자체가 기뻤고, 그렇게 해서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새 책을 가장 먼저 펼쳐서 읽어볼 수 있다는 데서도 선물을 받는 것 같은 즐거움이 있었다.

이번에 그렇게 빌려 온 책이 정용준 작가님의 '소설 만세'였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저녁부터 읽어 내려갔는데, 예상보다 더 좋았다. 나는 항상 소설 쓰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 궁금했던 것 같다. 도대체 어떤 생각과 어떤 마음으로 글을 쓰는지, 소설 쓰는 사람이 주변에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에 그런 속마음에 대해 들어볼 기회가 없었다. 대신에 블로그를 열심히 뒤져 보고 작가들의 sns를 찾아보며 그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들어보기 위해 긴 시간을 썼던 것 같다.

이 책은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배울 만한 지점들로 가득해 보인다. 나만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라, 이런 작가님도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에 큰 안도와 위로를 느꼈다. 더불어 소설을 쓸 때의 여러 가지 팁들에 대해 배울 수 있어서 공부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최근 합평 수업을 들으면서 단편을 쓰려다가 계속 실패해 왔기 때문에 이 책이 절실했던 것 같다. 이걸 다 읽으면 조금이라도 용기를 갖고 다시 쓰기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일요일에는 그렇게 힘들어했던 합평 소설을 제출했다. 몇 번이나 새로운 단편을 쓰려다 결국 실패하고, 기존에 갖고 있던 작품을 퇴고해서 낸 것이지만 그 퇴고 과정도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았다. 어쨌든 성에 찰 데까지 퇴고해서 제출하고 나니까 기쁨이 밀려왔다. 물론 아직도 부족하고 모자란 점들이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상태로 다듬어서 낸 것이니까.. 만족스러웠다. 홀가분하고 기뻤다. 오늘은 그 제출 작품에 대한 합평을 받는 날이다.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지 부담스럽고 걱정도 되고 너무 떨린다.......

요즘은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무척 컸다. 회사를 다니면서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겠지만... 나의 몸과 마음 어딘가가 강판에 갈려 나가는 느낌으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게다가 동료들의 결혼 소식은 어찌나 이리 많은지, 축하해줘야 마땅하지만 사실은 불만스러웠다. 다들 왜 벌써 결혼하는 거야... 나이도 어리면서... 마치 그들이 나를 버리고 떠나가기라도 하듯이, 또는 남들은 다들 저렇게 진짜 어른이 되어 가는데 나는 아직도 여전히 이 상태로, 뭔가 부족하고, 뭔가 모자란... 도태된 사람이 되어 가는 느낌이었다. 조바심이 났다.

이건 내가 현재 직장에 대해 갖고 있는 불만이랄까 내가 이곳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지점이기도 한데... 이곳의 사람들은 대부분이 너무 일찍 결혼을 하는 것 같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이전에 학교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중년 여성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대학원생이나, 교수님이나, 다른 선생님들도 결혼하지 않은 중년 여성이 많았다. 공부를 하다 보면 더욱이 그럴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 같기도 한데, 그곳에서는 결혼하지 않은 상태가 전혀 이상하거나 모자라 보이지 않았었다. 내게도 충분히 결혼을 하거나 하지 않을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보였고 그것에 숨통이 트이고 그것에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아마도..).

하지만 이곳은... 안정성과 휴직 제도가 특장점인 (특히 기혼자에게 이점이 많은) 회사답게 너나없이 20대 후반쯤 되면 전부 결혼을 하기 시작하니 내가 뒤쳐지고 늦어지고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한 것만 같은 부채감이 드는 것이다. 물론 내가 학교에 다니던 시절보다 나이를 많이 먹었으니 더 그렇게 압박감을 느끼는 것이기는 하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청첩장을 받으면 진심으로 기뻐하고 축하하는 마음을 갖게 되기보다는 부담감과 씁쓸함, 열등감, 자괴감 같은 것을 더 크게 느끼고 있는 상황이... 영 별로다. 이런 것들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지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해 볼 일이다... 아마도 여기에 대해서도 소설을 써 본다면 재미있는 이야기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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