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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Oct 17. 2022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기 시작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숨 쉴 틈이 될 수 있을까?

나는 주로 토요일마다 브런치에 글을 쓰지만 지난 토요일에는 글을 쓰지 못했다. 약속이 있었고 브런치 또한 먹통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시간은 밤 11시가 가까워 오고 글을 완성하면 밤 12시에 가까워질지도 모르겠다. 내일도 출근을 해서 멀쩡한 상태로 일을 하려면 나는 지금 자러 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 마음속에 정리되지 않은 채 덕지덕지 뭉쳐 있는 감정의 덩어리들을 풀어놓지 않으면 자고 나서도 개운하지 않을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쓴다.


단 한 번도 출근이 좋은 적이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요즘도 여전히 출근이 싫고 힘들었다. 나의 생각과 감정에 몰입할수록 출근이 끔찍하고 출근하는 스스로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회사에서의 삶이 절망적인 한편 집안 분위기는 그에 못지않았다. 집에서 함께 사는 생명체들은 병들고 아프고 더럽고 싸우고 상처받고 걱정하고 좌절했다. 이런 삶이 정상적인 삶일까 여러 번 고민했다. 물론 참을 수 없이 고통스러워서 약도 먹었다. 잠시 숨 쉴 틈이 있을까 싶게 그날분의 새로운 고통은 하루 걸러 하루 또는 매일같이 들이닥치는 것 같았다. 삶이 숨 쉴 틈을 주었나요? 넘실대는 물속에 잠긴 채로 살아가는 사람이 된 기분.


여러 모로 엉망이었던 날들 중에 우연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볼 기회가 생겼다. 슬슬 누군가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삶에서 뭔가가 바뀌었으면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무척 적극적이고 재미있어서 덩달아 즐거웠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함께 즐거운 이야기를 한다는 게 생각보다 얼마나 많이 힘이 되는지를 새삼스럽게 느꼈다. 회사에서의 일들은 나아진 게 없었지만 훨씬 견딜만한 것으로 느껴졌다.

앞으로는 이 관계가 어떻게 이어지게 될지 어느 것 하나 확신할 수 없고, 현실적으로 미래는 불안정한 것들 투성이다. 하지만 미래를 고민하기에는 당장 현재의 일상을 지내는데 너무 큰 힘이 되고 있다. 그래서 서로에게 당분간만이라도 좋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게 서른의 세계는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하고 두려웠다. 여기에서 이 관계가 잠깐이라도 숨 쉴 틈이 되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약한 마음으로 바라게 된다. 서로에게 상처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오늘을 버티는 작지만 가득한 용기가 되어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서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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