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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Jan 15. 2023

하루종일 집안에만 있었던 일요일 저녁의 생각 정리

오늘은 밖에 나가지 않았다. 먹을 것을 방으로 가져오기 위해 잠시 부엌에 다녀온 것을 빼면 온전히 방 안에서 하루를 보냈다. 지난 코로나 격리 때의 일상과 별다를 것이 없다. 핸드폰에 기록된 나의 걸음 수는 34걸음이다.


  아무리 극 내향적 성향인 나라고 할지라도 일요일에 온종일 집안에만 있으면 월요병이 오게 마련이라 정 갈 곳이 없으면 스터디 카페라도 다녀오곤 했다. 오늘은 그마저도 가지 않았다. 일단 날씨가 너무 흐렸고, 창밖에서 바람 부는 소리가 요란했고, 이상하게 아랫배 왼쪽 한 지점이 자꾸 쿠욱쿠욱 쑤시듯이 아파 왔기 때문이다.

 이십 대 초중반 때만 해도 나는 몸의 컨디션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었다. 그러니까, 몸이 조금 피곤하거나 약간 아픈 것 때문에 내가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점차... 시간과 경험이 쌓이고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아지고 간혹 끔찍한 고통을 맛보게 되고서부터는 몸을 많이 사리게 되었다. 사소하더라도 몸에 이상 신호가 있을 때 조금이라도 무리하다가는 구급차에 실려가게 된다거나 길바닥에서 드러눕게 된다는 등의 큰일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깨닫게 된 것이다. 


 그래서 오늘 하루 종일 내가 한 것은... 온종일 화면만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일단 최근 업데이트된 모바일 스타듀밸리 1.5 버전을 한두 시간 정도 플레이했고, 유튜브에서 책 추천 영상과 자기 계발 영상과 나와 같은 직종에 있는 사람의 브이로그와 보통 회사원 브이로그를 찾아보았고, 블로그에 밀린 일기도 썼고, 남의 블로그와 브런치 글도 살펴보았다. 앉아 있기가 지치면 누워서 이북리더기로 단순하고 가벼운 내용의 자기 계발서나 에세이 같은 것들을 넘겨 보며 읽었다. 


  단편소설을 완성해야 한다는 생각은 어느새 저 멀리로 밀려나 버렸다. 결국 이번 주말에는 글을 열어 보고 싶지도 않아서... 다음 주로 미뤄 버리고 말았다. 이래서야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될 수나 있을까, 깊은 의심이 들지만... 소설 합평 수업은 설 이후에 시작되는데, 일단 설 연휴가 있으니 그 연휴만 믿고 할 일을 미뤄버린 것이다... 이쯤 되면 쓰는 것이 지겨워져서 뭐라도 좋으니 완성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그럴듯한 것을 쓰고 싶다는 욕심이 뒤섞여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 같다. 평일 출근 이전이나 퇴근 이후에 글을 쓰는 분들이 너무너무 대단하고 멋지게 느껴진다. 그런 분들에 비하면 나는 입으로만 써야지 써야지를 반복하는 허언증에 가까운데...... 


 어제는 약속이 두 탕이 있었다. 평소에 약속이 거의 없는 내게는 아주 드문 일이었다. 오후에는 아주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을 만났고, 저녁에는 독서모임 운영자와 면접이 있었다. 어쩌다 보니 둘에게 모두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내가 지금까지 어떻게 지내 왔는지(주로 글쓰기와 관련된)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들은 내게 멋있다고 해주었다. 칭찬을 바라고 한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그런 반응을 듣고 나니까 정말 어쩐지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조금은 멋지게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그 과정들이 흐지부지하게 또는 허언증으로 끝나버리지 않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써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된다.


 독서모임을 하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게 될 텐데, 사실 그런 종류의 모임에 대해서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세상을 만나보게 된다는 것이 궁금하고 기대되는 일이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과정들과, 생활반경이 겹치지 않는, 새로운 세상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와 취향이 맞는, 비슷한 작품들을 좋아하고 글 쓰는 것에 목표가 있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올해는 시작부터 유독,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에 관심이 많이 생겨서 놀랍다. 아마 전 연인과의 이별이 그런 쪽으로도 영향을 주었을 것 같은데, 그런 걸 생각하면 그 친구와 함께했던 짧은 만남이 여러 모로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지게 된 것 같다. 그런 점에서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이제 앞으로 각자에게 주어질 날들이 더 따뜻하고 다정한 날들이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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