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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Feb 05. 2023

단 한 사람의 소중함

외로운 줄도 모르고 외로웠던 나에게

 글을 쓰려고 나왔다. 평소에는 먼 곳까지 나가는 것을 귀찮아하고, 오가는 시간도 아깝고, 체력도 잘 따라 주지 않기 때문에 멀리 다니지는 않는 편이다. 운전을 한다면 훨씬 쉽게 먼 거리를 오갈 수 있겠지만 나는 운전을 무척 두려워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공간의 이동은 머릿속에 기분 좋은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것 같다. 오늘은 평소보다 약간 더 멀리 떨어진 곳까지 나왔다. 대학교 근처의 원룸촌에 있는 조용한 카페에 왔는데, 조용히 책 읽거나 과제를 하기 좋은 분위기다. 혼자라면 여기까지 나올 일은 없었을 텐데,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하다 보니 새로운 장소를 찾게 되고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된다. 이런 새로운 경험이 참 좋다. 집 밖을 나서는 것,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것을 저어하고 귀찮아하는 나이지만, 막상 나와 보니 새로운 분위기가 기분전환에 도움을 준다. 멀지 않은 곳에서 새로운 세계의 신선함을 맛보는 느낌이다. 


대학생 시절을 좋게 생각하고 그때를 그리워해서인지 나는 대학생들이 있는 장소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대학교의 캠퍼스는 그 자체로 활기차고 산뜻한 젊음의 공간이고, 대학교 주변의 번화가는 늦은 밤까지 꺼지지 않는 밝은 에너지가 감돈다. 원룸들이 모여있는 좁은 골목들과 카페들은 수없는 초년생의 시간들이 지나간 자리, 오래되고 손때 묻은 듯 편안한 느낌을 준다. 


잔잔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각자의 노트북을 켜고 글을 썼다. 잘 모르는 사람과 함께 조용히 커피를 마시면서 각자의 글을 쓰는 경험이, 그러니까, 처음이지. 처음이었다. 

함께 글 쓰자는 제안, 같이 앞으로도 무언가를 해보자는 이야기를 너무 오랜만에 들어보는 것 같아서 설렜다. 그런 제안이 너무 소중해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 꼭 붙잡고 싶었다. 멀어지거나 서먹해지거나 말뿐인 채로 끝나는 관계로 멈추고 싶지 않아서 초조해졌다. 그동안 내가 많이 외로웠구나, 외로워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보기 위해 독서모임을 찾아 들어온 것이었지. 


직장에서의 나는 어땠었나, 너희들은 내 친구는 아니야,라고 나는 벽을 치고 있었을 것이다. 너희 같은 부류는, 나와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저들끼리 즐겁게 어울리며 지내는 것을 보면 부러웠다. 혼자인 사람이 무리를 마주했을 때 등뒤로 느껴지는 서늘한 불안정감. 그런 불편감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들이 뭘 하며 사는지 궁금하긴 해도 그렇게까지 궁금하지는 않았다. 지레 나와는 다른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당연히 나와 가까운 사이가 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외롭게 지내왔던 것 같다.


 누군가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어려웠다. 무리에 끼고 싶어서 노력하는 모습이 서툴러 보일까 봐, 그래서 영 어색하고 불편한 사람으로 남을까 봐, 그런 모습이 불쌍해 보일까 봐, 가까워지고 싶은 노력이 흑역사로 남을까 봐, 헛수고가 될까 봐, 일부러 쿨한 척 외롭지 않은 척 괜찮은 척 오래 지내왔다. 관심 없는 척, 질척거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너무 사람이 필요한 사람이었나 보다. 혼자의 시간이 지나치게 길었던 것 같다. 외로움이 오래되어 외로운 줄도 몰랐던 것 같다. 진심으로 나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줄 알았는데. 혼자의 지루함이 심심하기는 해도 안락하고 생산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었다. 그것을 채우기 위해 방황했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단지 한두 명의 사람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안정적으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 그런 종류의 소통이 필요했다. 마음 깊이 찰랑거리는 충만감으로 촉촉하게 채워줄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조금씩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늘려 나가고 싶다. 내가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그것들을 함께하며 즐길 수 있는 사람들도 많아질 테니까. 그것이 바로 내가 그렇게 갈구하는 충만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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