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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Feb 11. 2023

바쁘지만 행복하다는 느낌

아주 먼 곳에서나 존재하는 줄 알았던 것들

일상이 많이 달라졌다. 휴직 기간이었던 작년 상반기만 해도 나는 거의 은둔자의 삶을 살았다. 재작년도 거의 마찬가지였다. 사람을 만날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일하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에는 스터디카페에 틀어박혀 홀로 무언가를 읽고 쓰거나 방에 누워서 핸드폰을(유튜브나 블로그나 스타듀밸리...) 보며 시간을 보냈다. 혼자만의 휴식시간이 필요하므로 누군가와 만나는 약속이라는 건 일주일에 한 번도 많다고 생각했다. 코로나의 영향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올해 들어서는 갑작스럽게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허전함을 메우기 위해 조금씩 손을 뻗친 곳으로부터 그리고 내가 글쓰기에 전념하기로 마음먹고 그것을 주변에 알리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독서모임은 얼떨결에 주 2회가 되었고, 주 2회씩이나 만나면서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들과, 어쩌면 꽤나 즐겁게 만날 수 있다는 게 내게는 놀라운 일이었다. 


그중에서 함께 글을 쓰기로 한 친구와는 또 하루씩 날짜를 빼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주 3회의 모임... 내게는 놀라울 만큼의 빈도인데 그게 나의 체력을 갉아먹고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활력소가 되어준다는 것이 신기하고 기쁘다. 조금씩, 내가 더 나의 모습대로 존재할 수 있게 되어간다고 느낀다. 


인생의 많은 시간 동안 나는 우울하고 낙담하거나 모든 것들을 그만두고 포기하고 싶었다. 쉽게 좌절하고 자주 아팠다. 삶에서 더는 나아질 것이 없다고, 나빠질 일들만 남았다고, 기쁨이나 행복이나 사랑 같은 것들은 내게는 주어지지 않는 것들이라고 느꼈다. 삶이 내게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고 느꼈다. 희망이라는 것이 존재함을 진심으로 믿지 않았다. 어쩌면 끝이 보이지 않았던 짧은 터널을 지나온 것 같다. 


조금씩, 내가 좋아하게 되는 일들이 내가 좋아하게 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그런 좋아하는 마음과 앞으로의 날들에 대한 희망이 무너지지 않기를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바라고 있다. 애틋하게 소중하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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