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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Mar 12. 2023

2인칭의 사랑

저번 주에 이어 이번 주도 브런치 글을 쓰지 않고 넘어갈까 했다. 그러다가 2주가 지나도록 새 글을 쓰지 않고 넘기자니 청소 안 한 방을 보고 있는 것처럼 기분이 찜찜해져서, 짧게라도 지금의 생각과 감정들을 적어보기로 했다. 


트위터와 블로그에도 생각날 때마다 나의 마음을 남기는 편이지만 플랫폼마다 담기게 되는 형식과 내용이 달라진다. 그래서 브런치에 기록하는 시간 또한 놓칠 수가 없다... 


우선 2월 말에 합평을 끝낸 후로는 또다시 3월 21일까지 단편을 완성해야 해서 정신이 없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시간 동안 많이 썼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고... 고작 A4용지 한쪽 정도밖에 못쓴 채로 진도를 빼지 못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하루는 연인과 시간을 보내고, 퇴근 후에는 수업 때 읽어가야 할 소설을 읽고, 또 하루는 독서모임을 나가고, 일찍 출근해서 소설을 써볼까 했는데, 7시 20분쯤 출근을 해 보아도 별로 쓴 것도 없이 어영부영 지나가 버리고... 그렇게 대책 없이 지내는 중이었고 오늘은 모처럼 누구도 만나지 않고 혼자서만 있을 수 있게 되어서 스터디카페에 나왔다. 


나는 요즘 잘 지내는 것 같다. 썩 나쁘지 않은 하루하루이고 당장 퇴사를 하고 싶다거나 하는 충동이 들지도 않는다. 동료들과의 관계도 괜찮은 편이고 업무도 적당한 수준이다. 상사와의 관계 또한 가끔 짜증스러울 때는 있어도(하시는 말씀이 대체로 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 나 또한 나름대로 할 말은 하면서 지내고 있으니 속 시끄럽지는 않다. 


연인과의 관계에서는, 아하... 나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요즘 부쩍 나의 단편에서 사랑 얘기가 등장하는 것도, 그 이야기들이 불안정한 톤을 갖고 있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다. 나의 감정들을 내 소설을 통해 표현하고 정돈하고 이해해 보려고 한다. 불안감을 그런 식으로 표출하고 나면 한결 마음속이 풀려 편안해지기도 하고, 합평을 받는 시간에 인물의 감정을 분석해 주시는 분들이 계실 때면 나의 마음 한구석을 읽히는 것 같아서 정신분석을 받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나는 관계의 지속을 어려워한다. 애초에 그렇게 오랜 기간씩 누군가를 사귀어 본 적이 없다. 해보지 않은 일은 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을 준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마음을 나누는 이상적인 관계를 꿈꾸지만 이 사람이 그럴 만한 사람인지, 에 대한 의심 또한 깔려 있다. 결국 내가 이 관계에서 얻게 될 해악은 무엇일지, 의심하고 상상하게 된다. 머릿속에는 저절로 비극적인 이야기 한편이 뚝딱...(그래서 이런 소설을 쓰고 있구나..)


이렇게 마음속이 복잡하기 때문에 나는 단순히 사랑한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사랑한다는 말이 피상적인 단어로만 기능하게 된다.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할까, 사랑이란 뭘까, 그 정의부터를 찾아 헤매게 되고...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과 의심과 그럼에도 믿고 싶고 행복하고 싶은 욕망이 나의 발걸음을 이끌고, 사랑에 대한 오만가지 의문을 담아서 오직 너 하나와 결국은 내가 중심이 되는 2인칭의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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