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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Feb 28. 2023

글 짓는 마음

언제까지나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

12월부터 쓰기 시작한 겨울의 단편을 2월 말에 완성했고 합평을 받았다. 어느덧 다섯 번째 합평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한 수업을 듣는 기간이 보통 2달 정도니까, 벌써 1년 가까이 수업을 들은 셈이다. 그사이 수업이 자주 겹쳤던 수강생 분과는 벌써 6 작품 째 서로의 작품을 따라 읽어 왔다. 어느새 이렇게 서로의 소설을 쭉 따라 읽어 주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것이 반갑고 벅차다. 서로가 서로의 소설의 역사를 함께해 오고 있다는 감각, 함께 성장하고 있고 그것이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서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것은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나는 이들의 소설이 반갑다. 지금까지 써온 주제들과 문체의 특징들로 한 사람의 내면과 개성을 더듬어 본다.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써 보여줄지, 평소에 어떤 생각들을 갖고 사는지, 궁금해진다. 내가 지금까지 써 온 소설들을 따라 읽어 온 수강생 분들이 어제 피드백을 주셨다.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잘 적어 두었다. 그들이 지켜본 바에 따르면 내가 쓰는 소설은 발랄하고, 술술 잘 읽히지만 그 안에 무거운 메시지가 있고 위트가 있다. 나는 그것이 그들이 읽은 나의 내면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서로에게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경험이 무척 낯설었다. 무척 떨리고 긴장되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욕심이 났다. 이런 경험을 더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었다. 분명 힘들기도 했지만 짜릿했다. 나의 영혼이 담긴 무언가를 이토록 정제된 형태로 내보일 수 있다는 것이. 누군가 내가 내보이는 나의 내밀한 조각을 이처럼 공들여 읽어준다는 경험이. 오래 함께 쓰고 읽어주는 이들이 있었으면 했다. 그래서 나는 때로 힘들고 내가 무엇하러 이런 고생을 사서 하고 있는가 하는 회의가 들더라도, 결국은 이 자리로 돌아오게 될 것임을 안다. 


이제는 다음 단편을 준비해야 한다. 마감 기한은 한 달... 한 달 안에 새로운 단편을 쓰는 것이 도전적이고도 즐겁다. 내게는 나의 소설들이, 나의 삶에 발 딛고 서게 해 줄 단단한 발판 같은, 그런 든든한 무언가라는 의미가 있다. 이다음의 소설은 무엇이 될지 지금의 나로서는 전혀 알 길이 없지만, 그게 무엇이든 내가 사랑하게 되리라는 것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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