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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Apr 17. 2023

손가락에 정체 모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수요일 오후였다. 그때 나는 동료들과 점심으로 뼈해장국을 먹고 있었다. 자극적인 국물이나 거대한 뼈에 붙은 고깃덩어리나 그런 것들이 너무 거추장스럽고 부담스러워서 나는 뼈해장국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다. 그날은 샐러드라든가 샐러드파스타 같은, 조금은 가벼운 음식이 먹고 싶은 날이었다. 그러나 직장에서의 점심이 으레 그렇듯 누군가의 의견으로 얼렁뚱땅 메뉴가 정해졌고, 그날따라 서무가 없었기 때문에 내가 대표로 식당 예약을 했다. 내가 원한 메뉴는 아니었지만 어쩐지 내가 그렇게 식사 자리를 만드는 중이었고, 식당에서는 음식이 늦게 나와서 내 잘못이기라도 한 것처럼 초조했다. 피로감에 아무런 말도 없이 멍하니 뼈해장국 고기를 씹고 있는데, 그러다가 문득 오른손 중지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정말로 뜬금없이, 손가락 마디 아래로 웬 혹이 하나 튀어나와 있었다. 


내가 다친 적이 있던가? 아니었다. 평소에 손을 많이 쓰지도 않고 다친 적도 없었으며 이상한 낌새가 있었던 적은 아무리 기억해보려 해도 없었다. 단단한 혹이 솟아났지만 통증은 없었다. 동료들에게 보여주니 다들 이상하다고 했다. 어느 병원을 가야 하지? 손가락 혹을 검색해 보니 물혹이 나왔는데 그것은 꽤 흔한 것이며 그냥 두면 저절로 좋아지기도 한다는 설명이 나왔다. 그냥 흔한 물혹이겠거니, 약간 안심한 나는 병원에 갈 날짜를 미루었다. 갑작스럽게 솟아난 혹이 소설적인 장치로 느껴지기도 했다. 참 우스운 이야기지만. 


그로부터 5일이 지난 오늘 정형외과에 갔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웠고 환자들이 많았다. 대기가 길어서 1시간 30분 정도를 기다린 끝에 진료를 받을 수 있었는데 의사는 이게 뭐죠? 하고 내게 물었다. 엑스레이에서는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다음이 초음파였는데, 의사는 이게 대체 뭘까요?라고 내게 다섯 번인가를 더 물었다. 의사는, 이게 뭔지 모르겠다며 큰 병원으로 가서 MRI를 해보도록 의뢰서를 써 주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보통 이런 것은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히익, 정말요? 싫은데... 어쨌든 영상촬영자료와 의뢰서를 받아 들고 곧바로 큰 병원에 갔고, 그곳에서도 역시 별다른 시원한 답을 듣지는 못했다. 조영제를 사용하는 MRI를 찍도록 예약을 잡았고, 가격이 65만 원 정도라는 말을 듣고 또 한 번 히익, 정말요? 하고 말았다. 인생 첫 MRI를 이렇게 찍어 보게 되는구나. 조영제 주사는 많이 아플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봄 날씨가 따뜻하고 햇살은 맑고 밝고, 공기 중에는 솜털 달린 식물의 씨앗들이 허공을 떠가는 비눗방울처럼 둥실둥실 떠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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