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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Apr 29. 2023

다시, 소설

나는 매주 1편씩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 그러려고 한다. 정 시간이 없는 주에는 건너뛰기도 했지만 그래도 뭐라도 쓰려고 한다. 내 기억력은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매 순간마다 나를 지나쳐 가는 생각과 감정들을 기록하는 것이 나를 유지하고 나를 감각하고 나를 알아가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된다. 


보통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아무거나, 지금 이 자리에서 생각나는 것들을 줄줄 써 내려가는 편이다. 일단 지금 드는 생각이나,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장소라든가, 내가 오늘 한 일들이나 최근 있었던 일들 중 기억에 남는 것들이나, 인상적인 것들이나, 나의 감정을 쥐고 뒤흔들었던 경험들에 대해서라든가... 그렇게 쓰고 나서 제목은 맨 마지막에 고민하다가 붙이는 편인데, 오늘은 제목부터 쓰게 되었다. 역시 또 소설 이야기다. 


소설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한편으로는 그보다 더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일이 당장에 없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밤 12시 24분이 넘어가는 지금 시간, 졸리지만 브런치 글을 쓰고 나야 내일 아무런 거침없이 소설도 쓰기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합평 수업이 끝나고 나서 한동안 소설을 쓸 생각이 없었다. 그게 어느덧 한 달 전이다. 5월이 되고 문예지의 신인상 공모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슬슬 또 마음이 조급해졌다. 2023년의 봄에 뭘 했니, 나중의 내가 후회하지 않을 만큼 쓰고 싶어졌다. 5월이 끝날 때까지는 단편 한 편만, 한 편만 더 쓸 수 있다면 좋겠는데. 


매번 쓸 때마다 자신이 없다는 건 참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경험들도 쌓이고 나면 경험적으로 알게 될 것이다. 쓸 때마다 확신 없고 자신 없더라도 결국 끝까지 쓰면 완성할 수 있다는 걸. 좀 부족하고 모자라더라도 나 자신에게만은 무엇보다도 큰 의미를 지닌다는 것을. 

간절한 마음으로, 이번 단편도 5월이 끝나기 전에 완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매번 가볍게 쓰자, 가볍게 쓰자 다짐하면서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다. 가볍게 써야지. 끝까지, 완성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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