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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May 07. 2023

일요일 밤의 생각들

연휴가 끝난다. 이번 주말에야말로 단편을 많이 써야겠다는 다짐은 찝찝한 실패로 돌아갔다. 실패가 계속될 때는 이전에 경험한 실패들까지 줄줄이 떠오른다. 내가 이래서 못했던 거였지, 하며 내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의 근거가 된다.


  하지만 거기에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 나의 성공 경험들을 떠올려야 한다. 삶은 그렇게 노력과 성공의 경험을 쌓아 가는 것이기도 했다. 내가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의 근거들을 쌓아 나가는 과정. 이번에도 막막한 단편 쓰기 과정이지만, 결국은 뭐라도 만들어낼 것이다. 끝까지 쓰기만 한다면. 그만두고 멈춰버리지만 않는다면. 


노트북으로 한글 파일에 쓰려고 하면, 하려고 하던 말들이 쏙 들어가 버리고 막혀버리는 일이 계속되었다. 오래되고 더러운 공책을 꺼내기로 했다. 어떤 생각이든 낙서처럼 편안하게 쏟아져 나올 수 있도록. 공책에 펜으로 끄적거리며 인물들에 빙의해 보기로 했다. 마음속을 스쳐 지나가는 문장들, 그 감정에 몰입해서 손글씨로 써 나갈 때 엄청난 것들이 나오기도 한다. 


 나는 연애에 서투르고 연인과의 관계에 확신이 없는 편이다. 언제든 이 관계가 갑작스럽게 끊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히려 내 쪽에서 더 관계에 냉정해지는지도 모른다. 몰입하지 않고 관조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연인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내가 모르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더욱, 확신할 수 없다. 확신하기에는 함께한 시간이 겨우 두어 달로 짧기도 하다.


  지금까지 함께하면서 본 연인의 모습은 우선 순수하게 진솔하다는 점이다. 본인이 원하는 것을 잘 요구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원하는 것과 내가 싫어하는 것과 내게 필요한 것을 완전히 존중하는 방식으로 내게 맞추어준다. 고마움과 미안함에 대해서 디테일하게 표현한다. 나의 입장을 헤아리고 말하지 않아도 먼저 알아주며 언제든 자신에게 말해달라고 한다. 허세나 열등감이나(아마도?) 방어적인 태도나 잘난 체나 가르치려는 법이 없다.

  섬세하고 다정한 태도로 올바른 방향의 결론으로 도달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점들이 나의 불안을 낮추고 안심하게 했다. 괜찮을 거라는 믿음을 여러 차례 쌓이게 했다. 그럼에도 불안은 언제든 고개를 불쑥 내밀고는 하지만. 


 오늘 독서모임에서는 삶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왔다. 과연 삶의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고 사는 삶이 잘못된 걸까?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우선 오늘은 여기까지 쓰고 다음 주에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봐야겠다. 그리고 단편소설은... 우선 노트북으로는 잘 써지지 않으니 공책에 써볼 생각이다. 좀 더 편안하게.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전부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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