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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Jun 11. 2023

잠깐 쉬어가고 싶다.

정확히 무엇을 쉬고 싶은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뭔가 초조하고 조급하게 쫓기는 것만 같은 느낌. 부담을 내려놓지 못하고 쉼이 없는 느낌. 


정작 내가 무엇을 이루었느냐고 묻는다면, 어떤 성과가 있었느냐고 묻는다면 딱히 대답할 만한 것은 없는데도. 


글을 써야지 생각하면서도 마땅히 쓸만한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 요즘은 머리가 멈춘 것처럼 그렇다. 


다음 작품집이 기다려지는 작가님들이 있다. 많은 독자들이 기다려왔을 것이다. 곧 장류진, 문보영 작가님의 신작이 나올 예정이라고 들었다. 부지런히 다음 작품을 만들어내는 분들을 보면 나는? 나도?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아직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많이 읽으리라 생각했고 많이 관심 가지리라 마음먹었고 많이 써야겠다고 다짐했지만 늘 그렇듯 그저 그렇게 지낸다. 


자기 의심에 휩싸여 지냈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특히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연인과의 관계에서, 나는 제대로 관계 맺는 사람인가, 제대로 관계 맺는 게 뭔데, 그러니까 지금의 내가 뭔가 부족하다고, 나는 부족하니까 더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그런 압박감과 부담감이 있었다. 망할 독서 모임이 그 의심의 시작이 됐다는 건 부정 못하겠다. 이제는 내가 원했던 대로 깨끗하게 사라져 버렸지만. 


가끔 나는 더 완벽하게 혼자이고 싶다. 완전히 고요하게 분리되어 있고 싶다. 어떤 눈치나 억압에도 얽매이지 않고 싶다. 완전히 자유로우면서 누구에게도 상처 주거나 상처받지 않고 싶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 나는 나를 주눅 들게 하는 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걸 안다. 나는 남의 말은 잘 듣지 않는 사람이다. 싫은 소리를 들어도 그게 뭐, 하고 무시할 줄도 안다. 그러나 내가 내게 하는 말에는 쉽게 휘청인다.


내가 나 스스로 제법 괜찮은 사람이라는 감각을 갖고 싶다. 


때로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이제 그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20대 중반까지의 나는 그런 생각에 꽤 진지하게 반응하는 편이었지만 이제는 청소 안 된 공중화장실을 마주하듯 그러려니 하며 지나치는 편이다. 그런 생각이 내게는 컴퓨터의 전원을 끄고 싶다, 아무 생각 없이 잠이나 푹 자고 싶다, 한 일주일 아무도 만나지 않고 푹 쉬고 싶다, 그런 욕구와 비슷한 것이라는 걸 안다. 


아주 오래 그래왔던 것처럼 아주 오래 나는 괜찮을 것이다. 내게 부족하다며 더 나아져야 한다고 나를 타박할 필요는 없다. 지금 이 상태로도 나는 충분히 훌륭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냥 앉아서 숨만 쉬어도, 잠만 잘 자고 밥만 잘 먹어도. 그것까지만 해도 되는 거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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