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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Jun 20. 2023

근황

집에 돌아왔다. 내일부터는 또 출근을 해야 한다. 


오늘은 하루종일 눈이 감긴다. 저녁을 먹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비누 향(이걸 비누 향이라고 밖에는 무슨 말로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이 나는 카밀 핸드크림을 짰는데 실수로 너무 많이 나왔다. 그걸 손등과 팔에 다 발랐다. 나는 핸드크림을 손바닥에는 바르지 않는다. 손바닥이 찐득거리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당장 노트북으로 타이핑을 해야 하는데 키패드에 핸드크림이 묻는 것은 곤란하다. 


오늘은 화요일이다. 지난 토요일부터 나는 서울에 있었다. 내가 사는 곳은 서울에서 멀다. 서울에 가기 위해 KTX를 타면 왕복 10만 원 정도가 들고 숙박비는 기본 7만 원 정도는 든다. 오랜만에 통장이 거의 바닥났다. 그러자 약간 두려워졌다. 최근 병원비하며 데이트 비용 하며 돈 나갈 일이 많았다. 심지어 근 한 달간은 커피도 거의 끊어서 커피 값도 나가지 않았는데 그렇게 됐다. 초조하게 월급날을 기다린 것이 얼마만인지(거의 처음인 것 같다). 다행히 오늘은 월급날이었고 통장에 150만 원 정도가 들어왔다(2023년 실화).


머리를 잘랐다. 원래는 손가락 수술이 예정되어 있는 한 달 뒤쯤에 머리를 자르려고 했지만 더는 기다릴 수가 없어서 잘라 버렸다. 1년 동안 기른 머리를 1년에 한 번 턱끝까지 오는 단발로 자른다. 근 몇 년의 나는 그렇게 지내고 있다. 


몇 년 만에 대학교-대학원 동기를 만났다. 마지막에 만난 것이 언제인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분명히 코로나 이전이었을 것이다. 내가 연애를 시작했다는 이야기에 과도하게 재미있어하길래 알고 봤더니 3년 동안 만난 연인과 헤어진 지 몇 달 안 됐다고 했다. 심지어 나는 이 친구에게 애인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는데...ㅎ


 친구는 무척 재미있어하며 내게 재밌겠다고 했나 즐겁겠다고 아니면 행복하겠다고 했나 그런 이야길 했는데 나는 정말 그런가 약간 심드렁하게 생각했다. 물론 애인을 만나기 전보다 행복하고 즐겁고 웃는 일이 많다. 재미도 있다. 삶이 조금 더 가볍고 다채롭고 산뜻해졌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과연 괜찮을까) 가끔 빡침도 있다. 문제는 화날 일이 아닌 일들에 화가 나서 더 화가 난다는 거다. 그럴 땐 그냥 머리가 없는 사람처럼 불타올라 화가 난다. 그러다가 고마웠던 일들과 소중함을 떠올리면 마음이 또 확 달라지기도 하지만... 


폴댄스는 겨우 3번을 가고 그만두었고 50% 정도의 수강료를 환불을 받았다. 다리에 온통 멍이 드는 것은 참을 수 있었는데 정강이가 너무 오래 아팠고 무엇보다도 손가락의 혹이 문제였다. 폴댄스가 손가락 혹에 안 좋을 것 같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실감했다. 수술 전까지는 더 몸을 사려야 할 것 같았다.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다. 갑상선에도 혹이 있다고 했다. 인간의 몸이란.. ^^


ㄱㅈ문학상 공모전에 소설과 시와 동시를 냈는데 1차 심사에서부터 다 떨어졌다. 아무것도 안 내고 지나갔더라면 후회가 남았을 것이다. 그래서 후회는 없고, 나는 이제 또 하반기를 부지런히 써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이렇게 우물쭈물하다가 또 금방 신춘문예 시즌이 올 것이고... 


어서 단편 두 편을 완성해서 합평 수업을 듣고 싶다. 

쓸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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