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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Jul 02. 2023

달 찾기

 보름에 가까워지는 달이 밝게 빛났고 그는 이런 달을 보는 것이 꽤 오랜만이라고 생각했다. 겨울에는 운이 좋다면 퇴근길에 달을 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높이 솟은 아파트더미 뒤로 숨은 달을 찾아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밤길에 달이 나를 따라 걷더라는 이야기는 조금은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달과 함께 오래도록 걸을 수 있는 길을 찾으려면 큰 맘을 먹고 시간을 내어 근교로 나가야 할 것이었다. 


여름이 되어 가면서 해 지는 시간이 늦어져 어둠 속에 잠긴 달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짧아진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렇더라도 달을 보며 그 모양새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을 좋아하던 그가 이렇게 오래도록 달을 보지 못했다니. 옛 친구를 만나는 일처럼 달을 보는 일도 그와 다를 바 없이 되어버리고 말았다는 묘한 씁쓸함이 혀끝에 남았다. 


그의 어머니가 누군가에게 그에 관해 설명할 때, 그의 꿈이 글을 쓰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에게 재능이 있다고 했을 때 그는 약간 놀랐다. 어머니가 그의 글을 마지막으로 봤던 것은 언제였을까, 아마도 초등학생? 그것도 아니면 중학생 때는 아니었을까. 현재의 그가 어느 정도의 글을 쓰는지 어머니가 알지 못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어머니가 그에 관해 갖고 있는 맹목적일 정도의 확신이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는 잠깐 생각했다. 문득 그는 가끔 본인조차도 놀랄 정도로 낙관적인 자신의 재능에 대한 확신이, 그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임을 비로소 깨달았다. 


요즘 그는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그의 어머니만이 종종 요즘 너 글 쓰니, 하고 물었다. 언제부턴가는 그의 애인도 그에게 글을 쓰냐고 묻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애인. 그의 애인 또한 글 쓰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와 사귀기 전까지 애인 또한 글을 쓰곤 했다. 그들이 함께하고 나서부터 점차 그의 애인은 글을 쓰지 않게 되었다. 


그는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잠시 생각했다. 글이 없어도 될 만큼 우리는 행복했을까. 그는 애인을 생각하는 시간만큼이나 글에 대해 생각했다. 어쩌면 언젠가 쓸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때로 저만치 멀리 떨어져 마치 신기루처럼, 신기루처럼 계속해서 멀어지는 것만 같기도 했다. 


그는 애인의 얼굴을 떠올렸다. 구체적 형상을 지닌 인간의 얼굴. 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한국인 인간의 얼굴 중 그의 애인만이 가진 얼굴에 대해서. 밤하늘에서 단 하나뿐인 달을 찾듯이 그는 인간들 속에서 살아가는 동안 애인의 얼굴을 찾을 것이다. 문득 그가 행복한지 궁금해졌다. 오늘의 그가 진심으로 웃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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