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부가 되었다

by 지원

학부 2학년쯤엔가 배웠던 내용 중 스트레스 사건들을 점수 매겨 순위를 나타낸 표가 있다.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온갖 나쁜 일들이 몇 점 정도의 스트레스를 주는지가 나와 있는데 그중 딱 중간쯤에 위치한 것이 바로 결혼이다. 물론 이 연구도 아주 옛날에 이루어졌을 것이고 지금 상황과 안 맞는 부분도 많이 있을 테지만, 그럼에도 결혼이라는 것이 스트레스를 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면 지금의 내게 조금 위로가...? 된다.


사는 동안 대부분 그래왔던 것 같긴 한데 최근에도 나는 괜찮다가 또 우울하기를 반복했다. 몽이가 떠났고, 직장에서는 연초부터 피하고 싶은 업무를 맡게 되었고 특히 상사 때문에 계속해서 시달려 왔다. 월요병이 시작되었고 평일에도 주말에도 출근하기 싫은 마음에 우울해졌다.


그 와중에 결혼 준비를 시작하게 되면서 조금씩 신경 쓸 부분이 많아졌다. 우선 집을 구하는 것이 문제였는데 처음에는 막연히 전세를 알아보면 되겠지 하고 쉽게 생각했다가, 이것저것 알아보다 보니 매매를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었다. 막상 매매를 하려고 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날짜가 촉박했고, 챙기고 알아볼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집은 또 얼마나 비싼지....... 우선은 어느 집을 사야 할지가 문제였기 때문에 주말마다 부동산에 연락해 동네별로 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한 아파트단지 당 적게는 한 집, 많게는 다섯 집씩 총 일곱 단지 정도의 아파트를 돌아다녔다. 뭐 하나가 괜찮으면 다른 무엇이 아쉽고... 하는 식으로 마음에 쏙 드는 집이 좀체 나타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도 스트레스를 꽤 많이 받았다. 예산 또한 처음 생각했던 범위에서 야금야금 올라가게 됐다. 양가에서 지원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는데 그 부분은 참 생각할수록 감사한 일이다. 이렇게 큰돈을 자식의 결혼을 위해 선뜻 내주시다니...ㅠㅠ 결혼하고 나면 효자녀 되는 이유를 알 것 같았음... 우여곡절 끝에 결국은 최종 후보였던 두 아파트 중 한 아파트가 탈락하고 최종 아파트가 결정되었는데, 그 뒤에도 그 아파트에서 과연 어느 집을 사야 할지가 문제였다...ㅋ


그러면서도 시간은 흘러서 웨딩촬영 날짜가 되었다. 촬영날에는 비가 쏟아지고 천둥번개가 쳤다. 지쳐 있던 나는 촬영에 대한 모든 기대가 떨어져 버렸기 때문에 그냥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뿐이었는데 막상 메이크업을 받고 예쁜 옷을 입고 꾸미니까 기분이 너무 좋아져 버렸다. 드레스 때문에 갈비뼈는 좀 아팠지만 의외로 힐링이었던 웨딩촬영을 마치고 다음 날은 출근을 해서 피곤해 죽는 줄 알았다. 잠이 쏟아지는 상태로 일을 하다가 그날 신랑 측에서 집을 보고 가계약을 넣기로 해서 잠이 다 깨버렸다. 가계약 후 늦지 않은 날 계약을 해야 했는데 날짜가 애매해서 당장 다음 날에 계약을 하기로 했고, 그날은 부동산 매매 계약과 대출에 대한 공부를 벼락치기로 했다. 다음 날은 게다가 무려 상견례였다..... 상견례 또한 걱정을 정말 많이 했는데 아빠가 너무 예민하고 다혈질이라서 상견례날 큰 싸움이 벌어지고 결혼 자체가 파토날것만 같은 두려움이 마음 한켠에 있었다.. 상견례 날도 비가 쏟아졌다. 다행히 상견례 분위기는 좋았다. 양가 어른들이 좋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서로 진심을 다해 노력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너무 감사했다..... 상견례를 마치고 나서는 집 계약을 하러 갔다. 감사하게도 시댁에서 계약금을 지불해 주셨고 계약까지 지켜봐 주셨다. 매도인이 이상한 사람은 아닐지, 집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지 큰 금액이 달려있는 일이라 두려움이 컸는데 다행히 중개사 분들과 매도자분 모두 괜찮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잠깐 사이에 쉴 새 없이 큰일을 다 치르게 된 것이었다....


그 후로도 출근에 대한 스트레스와 상사를 어떻게 하고만 싶은 분노에 휩싸여 앞으로는 녹음을 하면서 증거물을 잘 수집해야겠다고 다짐하며 지냈고 그다음 단계는 대출을 위한 혼인신고와 전입신고였다. 돌이켜 보면 나는 결혼도 최대한 늦게 (서른넷 쯤) 하고 싶었고 혼인신고는 더더욱이나 하지 않거나 ㅋㅋㅋ최대한 더욱 늦은 시기에 하고 싶었다. 돌이키기 어려운 일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집을 사야 할 것만 같은 시기가 왔고 집을 사려면 혼인신고를 해야 하니 결혼식 전에 이렇게나 일찍 혼인신고를 하게 되었다. 게다가 잔금일에 맞추려면 혼인신고를 최대한 빨리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혼인신고도 미풍이가 혼자 가서 해야 했다..ㅋ 미풍이와 나는 서로 다른 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에 평일에는 만나기 어려워서였다. 혼인신고를 내가 직접 가보지도 않고 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요즘은 혼인신고를 하면 인증샷을 찍는 포토존이 있는데, 미풍이네 지역에는 포토존도 없었다고 한다.

혼인신고를 서둘렀던 이유 중 하나가, 혼인신고 수리 기간이 길면 2주 정도는 소요된다는 내용을 인터넷에서 봤기 때문이었는데, 여긴 지방이라 그런지 놀랍게도 하루면 된다고 했다. ㅋ 다음날 아침 당장 가족관계 증명서를 떼 보니 배우자 칸이 생겨 있었고......... 배우자라니.... 관공서에서 축하한다는 문자도 받았다. 또 혼인신고를 하면 태극기를 선물로 준다. 우리는 태극기 받은 공식 부부가 되었고..... 그렇게 우리의 시작은 주말부부가 되었다.!


이제 앞으로 남은 과정은 대출 신청과 잔금 처리, 그다음엔 무사히 집 리모델링하기.... 그리고 가전가구 구입하고 이사하기.... 그다음엔 청첩장 만들고 청모 하기... 식전영상과 구체적인 식순 짜기... 식중 사용할 음악 고르기... 드레스, 예복, 부모님 한복 등 고르기... 마지막으로 본식 진행과 신혼여행까지..... 올해 연말까지 아직 해야 할 일들이 한참 가득 남아있다......

올해가 무탈히 무사히 끝났으면 하는 마음뿐이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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