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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잠들기 싫은 토요일이다. 밤 11시다. 지난 주말에도 늦게 자버릇해서 저번주가 내내 피곤했을 것이다. 때로는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불면은 다행히 심하지 않다. 정말 심하게 잠이 오지 않을 땐 골치가 아프다.

월화수목금동안 몇 번이나 조퇴할까 생각했다. 아침부터 일어나기 힘들어서 겨우 출근을 하고 집에 갈까? 생각하고 그냥 있다 보면 퇴근 시간이 되기도 했다. 출근을 하고 나면 오늘 너무 피곤했으니 밤 9시 정도 되면 바로 잠들어야지 다짐했지만 하루도 지켜진 적은 없었다.

지지난주엔가 이틀 정도, 밤 9시에 잠들어서 다음날 아침 7시 30분쯤 기상한 적이 있었는데 너무 상쾌하고 가뿐하고 기분이 좋았다.

잠들기가 싫다

이번 인사 때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있지 않을지 조금 기대 중이다. 익숙한 고통이 나을지 새로운 알 수 없음이 나을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다. 실제로 이동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요청은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밤에 자려고 누워있으면 개구리들이 운다. 개구리들은 일제히 울다가 갑자기 일제히 뚝 울기를 멈춘다. 그 순간 찾아오는 고요. 그리고 1분 정도의 침묵이 이어지다가 선창하는 개구리가 웩웩 울기 시작하면 나머지 개구리들도 일제히 따라 울기 시작한다. 합창의 시작.

풀벌레들도 비슷했던 것 같다


요즘 들어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었다. 연극을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그 배우가 되어 보고 싶고 감정을 분출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뭘 할 수 있을까? 미래에 , 나중에, 언젠가, 말고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글은 뭘까?

생각하며 브런치에 아무거나 떠오르는 대로 적기 시작한다.

이런 건 아주 많이 해 봤다. 그러나 아직도 잘 모르겠다.

챗gpt의 도움을 받아봐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


나는 우동사리를 종종 사 오는데 먹어본 기억은 잘 나지 않고 그게 다 어딜 갔는지 모르겠다. 냉장고 어딘가에 깔려 있는지도 모른다. 동생이 몇 달 전 사둔 도삭면이 비슷하게 냉장고 구석에 깔려 있었다. 건져내 보니 이미 유통기한이 경미하게 지난 상태. 쌀밥 대신 면을 먹으면 약간 끼니를 회피해 버린 느낌.


혼자, 아니 배우자와 함께 둘이 살게 될 날을 상상해 본다. 아직은 다른 가족이 살고 있는 집. 앞으로 잔금과 인테리어와 가전가구 채우기와 이사의 멀고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는 집.


결혼 정보 카페와 챗gpt 같은 ai가 있어서 옛날보다는 훨씬 수월한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카페를 보면 종종 원가족을 떠나는 것이 너무 슬프다는 글이 있는데 그런 글을 보면 정말 신기하다.


독립의 달콤함.... 같은 것을 기대하고 있다. 혼자 사는 건 정말 좋다. 그런데 배우자와 함께 잘 지내려나? 막상 같이 살아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지만 지금까지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상상해 본다. 나는 회사에서 집까지 걷거나 버스를 타고 30분이면 충분히 도착하고 배우자는 1시간이 넘게 걸릴 것이며 운전을 하느라 허리와 무릎이 아픈 상태일 것이다. 퇴근길에 배우자와 통화를 하고 그때쯤 배우자는 오늘은 뭐가 먹고 싶어!라고 말할 것이다. 또는 오늘은 뭐 먹지?

나는 냉동실에서 뭔가를 꺼내 재료들을 섞어가며 독창적인 음식을 만들고 (마귀 파스타 같은) 아니면 배달시켜 먹거나....

배우자는 게임을 하러 본인의 방에 들어갈 것이고 나는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보거나 내 방에 가서 노트북을 열고 과자를 먹거나 오늘처럼 뭔가를 끄적이거나.... 하다가 씻고 잠들 준비를 할 것이고

일찍 일어나야 하는 배우자의 시간에 맞춰 나도 조금 더 일찍 잠들게 될 것이고

다음날 아침을 위해 계란을 삶아 두거나 방울토마토를 씻어 두거나 감자를 쪄 두거나 하려나

산책은! 저녁 산책을 왠지 잘 안 할 것 같다 집 앞에는 꽤 괜찮은 산책로가 있지만 나가기가 귀찮고 은근히 멀고 또 우리 둘 다 움직이기를 싫어하니까

아침에는 배우자가 먼저 일어나 출근을 하고 그때쯤 나도 일어나 출근 준비를 시작하고

또 하루를 보내고....

청소가 귀찮아서 1~2주에 한 번은 청소 서비스를 이용하고....

주말에는 또 배우자가 출근을 하러 나간다. 그럼 나도 출근해서 일 좀 하고 간단히 점심을 먹고 어딘가에서 또 글을 쓴다거나 자격증 공부를 한다거나 ,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밥을 준비하고...

다음날에는 배우자가 쉬는 날. 그럼 배우자 쉬게 놔두고 간단히 간식을 먹으며 영화를 한 편 보거나....

그럴 것 같다..ㅋ 사실 붙어 있는 시간이 길지 않아서 뭐 얼마나 싸우려나 싶기도 하다

여기서 평일은 싹 사라질 수도 있다. 주말부부가 되는 경우. 피곤하면 주말도 사라지고..

그렇게 비슷비슷하게 지내다가 사람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고 질책하면 못 낳는 척을 하거나(시도는 해보지 않았으나 실제로 그럴 수도 있고, 어쨌건 나는 호르몬제 치료 중이니 자연스럽게 임신이 될 확률은 더 낮을 것이다) 하면서 나의 연기력을 키워 볼 수도 있고

나름 연기를 하고 싶은데 어쩔 수 없는 발연기라면 조금 슬프긴 하겠다

지난주에 배우자의 친구를 만나게 되었는데 아이를 낳을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약간의 동질감을 느꼈다. 어쨌든 보통 사람들은 그런 이유를 찾지 않고 당연하게 여기거나 얄팍한 이유만을 생각하는데, 이 사람은 그래도 본인 삶을 좀 더 숙고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시간이 지나서 네 주변 사람들이 아이를 낳게 되면 너도 자연스레 생각이 들 거다 라는 지극히 지겨운 이야기로 대꾸하긴 했지만.

그런데 나는 그런가?

나야말로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셋 전부 다 임신하고 아이를 낳고 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싶냐 묻는다면 전혀 아니다

배우자와 연애하던 초반부에 딩크라고는 하는데 이 사람이 과연 얼마나 확신 있는 딩크일까가 궁금했다.

아직 상대방을 그리고 나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는 물론 없겠지만

서로가 다 분명 확고한 것 같고 나는 그 점이 마음에 든다.

새로운 고통... 새로운 고통을 만들어내고 싶지 않다.

구더기 싫다.

나는 늘 더 나은 삶을 상상해 볼 것이고 현실은 대체로 비슷비슷하겠지

어쨌든 오늘도 무사히 하루가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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