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 않게 쓰고 싶다. 쓰는 게 부담이 되어서 아무 말도 못 쓰고만 있기는 싫다. 브런치에 또 글을 한참만에 쓴다. 무사히 부서를 옮겼다. 하지만 여전히 답답하다. 회사에 다닌다는 건 그런 것이겠지......
건강검진을 받았다. 역대급 최저치의 몸무게를 찍었고 시력도 0.6이 나와서 충격을 받았다. 주변에서는 먹는 걸로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운동을 해라.. 등등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금요일에 건강검진을 했기 때문에 주말 동안 가족들은 내게 계속해서 뭔가를 먹이려고 했다. 일본 여행을 간 남편은 내게 달걀을 먹었냐고 물어보았다.
책을 읽어본지도 오래되었는데 시력이 뚝뚝..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겠지 회사에 다니기 때문이겠지...
새로운 근무지는 조금 멀리 있다. 아침에는 훨씬 일찍 일어나고 다행히 아직 한 번도 버스를 놓친 적은 없다. 버스에서 자다가 한 정거장을 더 가서 내린 적은 있었다. 출근을 하면 답답하다. 답답함.... 막막함........ 그리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커피가 너무 먹고 싶은 날.... 나는 메가커피를 좋아하는데 근처에 메가커피가 없다. 그제야 기존에 일하던 곳이 얼마나 번화가였는지를 깨달았다. 거기서 일할 때의 나는 그곳을 좀 외진 곳이라고 생각했고 근처에 밥 먹을 데가 없다..라고 말하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곳 주변에 밥 먹을 곳 엄청 많고 거기엔 메가커피, 컴포즈, 텐퍼센트, 배라, 다양한 카페들이 있다... 그땐 그렇게 그곳이 좋은 곳이라는 걸 몰랐는데..
직장을 생각하면 답답하다. 결혼식을 생각하면 답답하다.
그사이 결국 가전도 졸업을 했고, 리모델링 업체와 계약하고 인테리어를 시작했다. 겨우 10년 된 아파트인데 화장실 빼고 전부 뜯어고치게 되었다. 솔직히.... 매립등까지는 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은데 어쩌다 보니 실링팬도 하게 되고 실링팬을 하려면 매립등을... 이왕 거실에 매립등 하는 거 다른 방들도....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추가가 되었고, 붙박이장을 방 1개에만... 하려다가 아쉬울 것 같아서 방 2개에다... 추가가 되었다...
이번 달 말이면 인테리어가 끝난 집에 입주를 할 수 있게 된다. 너무너무 대충격이다. 내 생활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결혼 카페를 보며 신기했던 점은 간혹 부모님과 살다가 결혼 때문에 처음으로 독립해서 지내게 된 사람들 중 부모님과 따로 살게 되어 우울하다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는 것이다.
그 넓은 집을 나 혼자 다 청소하고 집안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좀 그런 생각이 들 것 같기는 했다....
20대 때의 독립과 30대 때의 독립은 또 다른 얘기인 것 같다
부모님이 더 늙게 되니까
사실 40대가 되어서 첫 아이를 낳고자 하는 사람을 조금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요즘 60대 젊다고는 하지만 노인이다 아이는 고작 스무 살이고 아직 살아가야 할 날이 창창한데 취업도 하지 못한 채 부모를 봉양해야 하는 것이다 늙고 병든 자를 챙기며 사는 게 얼마나 심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힘든 일인데....
그건 어쨌든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이니까 뭐
결혼식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다정한 남편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집안일 같은 건 거의 내가 도맡아 해야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남편은 직장이 멀고 나는 직장이 코앞이니까
먹는 것에 관심이 없는 내가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은 어떨까 그러면 나는 좀 더 잘 먹게 될지도 모르겠다 내가 만든 음식을 버리는 건 좀 짜증나니까
건강검진을 받고 나니까 내 유전자가 너무 쓰레기 같고 그냥 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노인들을 만나면 이제 그만 죽어야지, 그런 이야기 많이들 하시는데 그 마음이 조금 이해가 됐다. 전에는 왜 그런 얘길 하는지 에이 그러지 마세요, 했는데. 늙고 병들어 힘들게 사는 게 고역이기도 하고... 맨날 아프고.. 그러니까 우울하고..
그렇게 실의에 빠져 있다가 출근을 해서 동료에게 살이 많이 빠지고 시력도 너무 나빠져 충격 먹었다 하니, T인 동료가 그냥 T같이 얘기를 하며 대화를 나누었을 뿐인데 그냥 조금 홀가분해졌다.
홀가분하게 만드는 것 그건 내가 앞으로 많이 써먹어야 하는 것이다
시부모님은 나이가 젊으시다
집 인테리어를 하면서 업체를 알아볼 때 고생을 좀 많이 해주셨다 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없는 빈 집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할지에 대해서
모두가 땀에 절어서 업체 사람들과 견적을 내 보기 위해 이야기를 나누며 한바탕 싸움 비슷한 난리가 났고.... 나는 거기서 뭘 어쩌지 못하니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그 난리가 끝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남편과 시부모님과 넷이서 초밥을 먹으러 갔다.
문득 나는 화장도 하지 않았고 모두가 지치고 꼬질꼬질하며 꾸미지 않은 적나라한 모습으로 밥을 함께 먹고 있으니 뭔가 무척 아무렇지 않은 상태가 되었다 그러니까 크게 부담스럽거나 긴장되거나 걱정되거나 하지 않는 상태 말이다.
그날 밤에 집에 와서 너무 피곤해서 잠들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시부모님이 생긴다는 건 약간 입양된 기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라고 생각하며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