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기

신혼집 입주 1주 차 음성인식으로 쓴 일기

by 지원

신혼집에 입주했다. 집에 들어와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호화롭다, 과분하다 인테리어를 하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화날 일도 많긴 했지만.
막상 들어와서 살기 시작해 보니 그런 화난 부분은 많이 잊혀졌고 그저 어떻게 내게 이런 집이 생겼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나에게 남편이 있다니. 너무 신기한 일.

입주 후 첫 일주일 동안 배달 음식은 시켜 먹지 않았다. 외식도 하지 않았고 양가 어머님들께서 보내주신 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했다.
건강하게 먹는 느낌도 좋고 적당히 집안일을 하면서 보내는 일상도 괜찮았다. 남편은 코를 꽤 골았고 아마 거의 매일 코를 고는 것 같았다. 다행히 다른 방에 침대가 1개 더 있어서 남편이 코를 고는 새벽 3시에서 4시쯤이 되면 나는 다른 방으로 가서 다시 잤다.
저녁을 해 먹고 나서 남편과 함께 정리를 하고. 같이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고 나간 김에 산책도 조금 하고 주말에는 같이 쓰레기 버리고 커피를 사러 다녀오고 장을 보러 갔다. 아직 집에 없는 물건이 너무 많다.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미처 사지 못한 것을 더 사기 위해 다이소에 또 갔다. 같이 살기 시작하니 확실히 외식비도 줄고 카페에 갈 일도 없어진 것 같다. 커피는 저렴한 아메리카노를 테이크아웃해서 집에 있으면 되니까.
훨씬 편안하게 주말을 쉴 수 있게 된 것
벌써 여름이 끝나간다니 가을이 된다니 이상하다. 올해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왜 매년 시간은 이렇게 비슷하게 빠르게 흘러갈까? 회사에서는 아등바등 매번 뭔가 힘든데 뭐가 힘들었는지도 모르게 다 그 시간은 흘러가 지나가 버리고. 힘들게 살고 싶지가 않다. 회사에 다닐 때 내가 좀 더 편안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매번 부담스럽고 걱정되고 일요일 밤 오늘도 나는 내일 출근이 부담스럽고.


언젠가 누군가가 썼던 글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신혼집에 들어가고 나서 이것저것 살 게 많아서 눈 빠지게 매일 쇼핑만 하고 있다는 글이었다. 나도 똑같이 집에 있는 물건보다 없는 물건이 훨씬 많아서 급한 것부터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물건을 샀다. 그렇게 나름 심사숙고해서 샀다고 생각했는데도. 국자는 어쩐지 작고 프라이팬도 생각보다 무척 작고 뭐 그런 식이다.
핸드폰을 많이 봐가지고 더 이상 화면을 보고 싶지가 않다.

남편이랑 같이 드라마를 봤다. 종일 그렇게 깔깔거리면서 드라마도 보고 할 수 있다는 게 좋다. 어쨌거나 곧 있으면 추석이다 9월도 금방 지나갈 거고 추석 연휴에는 자격증 시험공부를 진짜로 해야 한다. 자격증 시험공부 할 책을 집에 갖다 놨다.


본가에서 살았을 때는 엄마와 동생의 옷을 함께 공유하며 입었다. 막상 내가 산 옷도 꽤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신혼집에 챙겨 온 옷을 보니 형편없을 정도로 옷이 몇 벌 되지가 않았다. 위기감이 느껴졌다. 출근할 때 마음에 드는 옷이 없으면 그날은 아침부터 출근 준비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기분도 몹시 나쁘고 그날 하루는 또 자신감이 없으니까 예쁜 옷들을 많이 구비해 놓는 건 정말 중요한데 주말 동안 옷을 사려고 했지만 역시 마음에 드는 옷을 별로 구하지 못했다.

나는 쇼핑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물건 하나를 사는 결정도 쉽게 내리지 못한다. 특히 옷은 내가 평균적인 사이즈가 아니라 꽤 작은 사이즈의 인간이기 때문에 잘 맞는 옷을 고르기가 힘들고 바지를 살 때는 길이도 맞아야지 허리도 맞아야지 후기를 꼼꼼히 보면서 챙겨야 하는데 쉽지 않다.

게다가 요즘 돈을 너무 많이 썼기 때문에 더 이상 돈을 쓰고 싶지 않아서 만 원이 넘어가는 옷을 살 사기가 싫은 것이다. 이왕이면 더 저렴한 가격에 더 좋은 물건을 사려고 하니 그 조건에 들어맞는 물건을 찾기가 까다롭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해야 할 일들은 많은데 하기는 싫고 누워있고만 싶다. 그리고 그런 상태에 존재하는 게 힘들다.

이제 저녁을 차려 먹어야 하는 시간이다. 남편은 청첩장 모임이 있어서 나갔다. 나 혼자 냉장고를 털어 먹어야 하는데 냉장고에는 산지 며칠 된 애호박과 양파들이 있어 그것들을 오늘 먹을 생각이다 혼자 먹는데 요리를 해야 한다는 건 정말 귀찮다. 밥을 먹고 일찍 씻고 손톱도 자르고 또 쌓여있는 쇼핑 후기도 등록해서 적립금도 받고 그런 자잘 자잘한 일들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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