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두 시 이 좋을 시간에 나는 일이 너무 하기 싫어서 미쳐버리겠다.
창밖에 날씨는 좋다 햇살 밝고 맑고 볕이 따스하고 바람은 찬 가을 날씨
가을에는 행사가 많고 이제는 행사가 코앞인데 참가자 모집은 통 안되고 어디어디의 높으신 분들이 오신다고 해서 부담감은 최악을 향해 달리고 있다
너무 하기 싫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 얼굴도 보기 싫다
사람 만나는 게 싫다
언제까지 싫은 것들을 참아가면서 인생 자체의 불안에 시달리면서 이렇게 지내야 할지 모르겠다
몽이를 보내고 나서는 더더욱
몽이와 함께한 대부분의 시간을 불안해하고 걱정하고 힘들어하며 보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조금 더 살아있는 시간을..... 좀 더 편하게 지냈어도 좋았을 텐데.
나는 살아있는 시간을 온몸으로 고통스러워하며 보내고 있다
그깟 돈 몇 푼 벌기 위해서
그게 아니면 죽을 것처럼
공무원 아니면 죽을 것처럼 굴었던 아빠는 무사히 정년퇴직했다
아빠도 아마 내 나이쯤이었을 때, 출근을 안 하겠다고 버텼던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때 엄마는 동생을 임신 중이었는데
무단결근을 하는 아빠를 고쳐보려고 어른들이 굿을 했었다고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나도 별 수 없는 아빠 딸이구나 싶었다
그냥 비둘기가 되고 싶다
아침에 누구보다 우울한 얼굴로
냄새나는 은행을 밟지 않으려고 땅을 보며 걷다 보면
아스팔트길을 쿡쿡 쪼는 비둘기들이 있다
비둘기들
아무 생각도 없어 보이는
앞을 보는 건지, 옆을 보는 건지, 통 알 수 없는 눈을 빤히 보면서
네가 비킬래? 내가 비킬까? 간 보는 것 같다
길에서 마주 서서 그러고 있다 보면 그냥
내가 양보한다 비둘기들한테
비둘기들이 유유히 걸어 지나간다 인도 위를
그냥 비둘기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무 생각 없이 출근도 하지 않고
그냥 침대 위에 누워만 있고 싶다
정말 비둘기가 되고 싶다
내 인생이 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땅바닥만 쳐다보고 먹이만 쪼아먹고 살다가 짧은 생을 마감해도
전혀 아무런 감흥도 없을
어젯밤에는 남편이 친구들과 놀러 나갔다. 남편 없는 집에서는 어쩐지 은중과상연이 보고싶어지고
전에 보다가 멈추어 두었던 은중과상연을 어두운 방에서 끝까지 봤다
눈물이 계속 났다
죽은 몽이가 생각났고 엄마와 아빠가 없을 미래 언젠가를 생각하면서 계속 울고
휴일에도 출근을 , 언제 해야 할지 생각했다 출근을 안 하면 팀장이 날 일도 안 한다고 생각할 것 같으니까
여기 사람들은 다 이상하다
사람들은 다 얼마간 이상하지
난 사람이 너무 싫다
점심시간에는 혼자 정처 없이 골목을 걷는다 가을볕.. 뜨거운 가을볕을 받으면서
골목에 묶여 있는 쓰레기 봉지 근처에서 탁탁 소리가 나서 쳐다보니
예쁜 청소년고양이가 쓰레기봉투를 열려고 발톱으로 봉투를 할퀴고 있다
내가 가만 서서 쳐다보는 줄도 모르고
조금 기척을 내니까 고양이가 나를 본다
도망가야 하나 말아도 되나 고민하면서
아마 더 경험 많은 고양이였다면 내가 이렇게 멈춰 설 새도 없이 도망쳤겠지
일요일 오후에는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그걸 보고 더 출근하기 싫어지려나 어쩌려나 알 수 없는 영화
삶이란 걸 나는 왜 이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