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이란 생각보다 더 좋구나

by 지원

결혼식이 한 달 남았다

남편이랑 같이 산 지는 이제 두 달 정도 됐나?

의외로 식세기를 쓰지 않았다. 단 한 번도..

식세기를 써볼까? 싶은 순간이 한두 번 있었지만 어쩐지 식세기는 너무 크고... 해서 그냥 손으로 설거지를 했다.

처음부터 남편이 설거지와 음쓰를 담당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대부분 설거지는 남편이 자주 하고 있다

신혼집 위치를 나의 직장 쪽으로 완전히 몰빵해버렸기 때문에

남편은 신혼집에서 출퇴근을 거의 1시간 거리를 시내운전 하며 다니고 있다. 평일에는 아침 일찍 눈뜨자마자 출근하기 바쁘고, 남편 퇴근하고 집에 오면 저녁 먹고 잠깐 사이에 금방 다시 잘 시간이 된다

원래 남편은 회사 근처에서 자취를 했기 때문에 이런 생활이 얼마나 힘들고 고단할지

그래서 아침에는 최대한 남편 출근할 때마다 같이 일어나서 챙겨서 배웅해 주고 다시 잔다....

퇴근하고 집에 오면 재빨리 저녁을 준비하고

하지만 준비하다 보면 남편이 와서 같이 식사를 차리게 된다

남편과 나는 화장실을 각자 따로 사용하기 때문에 청소도 각자.. 어쩌다 손님 오기 전에만 내가 화장실 청소를 좀 더 꼼꼼하게 챙기고 평소에는 터치하지 않고 내버려둔다

나도 어차피 깔끔한 편이 아니고...

의외로 남편이 생각보다 깔끔한 면이 있는 데다가

방도 따로 쓰지... 화장실도 따로 쓰지... 같이 쓰는 주방이나 거실 같은 공간에서도 딱히

둘 다 성격상 서로의 생활패턴이나 집안일 방식에 대해 개입하거나 간섭하는 게 없다

그런 점에서 서로 잘 맞는 것 같고 같이 사는 데 불편함이 별로 없다

먹는 것에 있어서는 남편이 원하는 바가 명확한 편이기 때문에 주로 남편이 퇴근 전까지 무엇을 어떻게 먹을지 설계를 하는 편이고

나는 그 설계에 따라 뚝딱뚝딱 오늘의 식사를 준비한다.

평일에는 주로 집에서 해 먹고, 주말에는 외식이나 배달을 먹게 되는 것 같다

빨래를 할 때는... 주로 함께 있을 때 세탁기를 돌리기 때문에 남편이 세탁기에서 건조기로 빨랫감들을 옮기고 나서 건조가 완료된 빨랫감들은 네 옷 내 옷을 각자 정리하고, 건조기 먼지만 내가 제거하는 정도다

청소기는... 로봇청소기가 돌아가서 따로... 더 많은 청소는 잘하지 않는ㄷ ㅏ....

쓰레기를 버릴 땐 매일 저녁식사 후에 음쓰와 재활용 쓰레기를 둘이 함께 들고나가서 버린다

다 같이 하니까 딱히 트러블이 생길 일도 없고...

쓰레기 버리러 나간 김에 마트 들러서 필요한 것도 같이 사 오고...

남편이랑 함께 사니까 삶의 질이 많이 올라간 것 같다

원가족과 함께 지낼 땐 온갖... 싸움.... 스트레스.... 등이 정말 많았다 식구들이 많으니 서로가 다 제 뜻에 맞지 않았기 때문에. 집은 그새 많이 낡기도 했고...

그런데 이제 결혼을 하게 되면서, 리모델링한 새 깨끗하고 넓은 집에, 내 말 잘 들어주는 남편과 함께 지내니까 스트레스받을 일은 극도로 줄어들고 웃을 일은 훨씬 더 많아졌다.

회사 일로 스트레스받을 때도 내가 힘들어하면 엄마, 아빠, 모두가 다 스트레스받고 예민해지고 서로 기분만 계속 더 상하는 하강나선구조가 되어 난리였는데, 이제는 남편에게 마냥 힘든 소리만 할 수도 없고, 힘든 소리를 해도 어느 정도 완충해 주는 역할을 한다

결혼이나 할 수나 있을까 늘 생각했던 내게 이렇게 남편과 함께하는 삶이 주어졌다는 것이 아직도 깜짝 선물 같다.

신혼이란.... 참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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