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일기 쓸 결심을 한다. 브런치에 뭔가 쓰려고 하면 왜 이렇게 거창하게 느껴질까. 이전에 네일을 받아본 건 딱 한 번이었는데 불편하기도 하고 딱히 그 돈 주고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무엇보다도 손톱 표면을 갈아내고 뜨겁게 굽는 게 너무 아파서, 나처럼 손톱이 얇디얇은 사람은 젤네일을 받는 건 좀 아니다..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5월 포토 촬영 때도 딱히 그렇게까지 네일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네일을 받지 않고 맨손톱으로 촬영을 했다. 주변에서는 그래도 받아보라고 했지만 걍 냅두었고 딱히 손이 잘 보이는 사진을 찍지도 않아서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12월 본식 때는 그래도 네일을 받아야지.. 생각했고 자석젤을 할까 조금 고민했지만 화이트 파우더가 너무 예뻐 보이길래 그걸로 진행했다. 이번엔 손톱 표면을 많이 갈아내지는 않았지만 큐티클 정리를 하면서 살을 뚝뚝 뜯어내니 피도 나고 많이 아팠다. 그렇게 아프게 손톱 살을 뜯어내고 있으니까 눈물이 났다. 최근에, 결혼식 전에도, 당일에도... 끝난 후에도, 신혼여행을 가서도, 여행이 끝나고 나서도... 새벽이면 우울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넘실넘실
어쨌건 그렇게 하기 싫던 걸 끝냈으니 난 홀가분해져야지
2주간의 휴가가 끝나서 이제 내일부터는 출근을 해야 한다. 2주 동안에 손톱이 꽤 많이 자라서.. 아마 다음 주말엔 네일을 제거해야 할 것 같다
출근을 하면 답례품을 돌려야 한다. 꿀스틱을 15개 샀고 신세계상품권 1만 원짜리를 65장 샀고 하나하나 봉투에 담아 스티커를 붙여 받는 사람 이름을 쓰고 부서별로 분류했다... 이걸 언제 다 나눠드리지....
내일 저녁은 회식이다. 이 부서에 오고 나서는 처음 있는 회식.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첫 저녁 회식. 여초라서 더 그렇기도 하고 코로나 이후로는 더더욱이나 저녁 회식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보통 정 회식을 하려면 점심회식을 한다. 1월이면 부서장이 바뀔 테니 아마 또 조만간 회식이 있을까.....
밤, 새벽에는 잠들어 있어야 하는 시간이라 그런지 그 시간에 깨어 있으면 마음이 찢어질 것처럼 아프고 고통스럽다. 너무 힘들어서 당장 그냥 내가 죽는다면? 그런데 내가 죽는다면 남아 있는 사람들이 너무 힘들겠지, 너무 잔인한 일이겠지, 그런 생각을 한다
이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운데 살아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는 게 난 정말 대단한 거야, 정말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는 거야, 너무너무 대단한 거야
비잔 복용이 1년째인데 딱히 그래서 더 우울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늘 우울했다고 생각했는데 남편을 만나 연애를 시작했던 2023년도의 일기를 보니까 나는 제법 행복해 보인다
그때 나는 단편을 두세 편인가 쓰고 시나리오 수업을 들으면서 단막극도 한 편 쓰고 소설 합평 수업도 듣는 놀라운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더랬다
그때에 선생님 3분이 각각 해주신 칭찬들이 적혀 있었다. 카톡 캡처본에, 블로그 일기에, 그런 것들을 보니까 난 역시 뭔가를 만들어야 해, 글을 써야 해, 그런 생각이 들면서 기분이 약간 나아졌다
연애초기에 남편과의 카톡을 캡쳐해 둔 것들도 다시 보니까 남편이 너무 사랑스러워 보였다
그 순간에는 내가 다 가진 사람이야, 난 다 가졌어, 그런 마음.
신혼여행은 푸꾸옥으로 갔다. 우리 체력에 딱 맞는 곳이었다. 하루의 반 정도는 돌아다니고 반 정도는 누워서 쉬었다. 취미미술 같은 걸 하고 싶다.. 유화나... 과슈를 사용한 그림을 그려 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신혼집 근처에 취미미술을 하는 곳이 있었다. 가까워서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다녀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일 간단하게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온라인 글쓰기 모임을 신청했다
12월 초에 자격증 시험도 끝났으니까, 결혼식도 끝났으니까 이제 정말 편하게 이런 것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제는 집들이를 했다. 시댁 부모님께서는 집 리모델링이 끝난 후로 집에 와보신 적이 없어서 궁금하신 모양이었는데 , 우리에게는 직접적으로 그런 말씀이 없으셔서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엄마가 결혼식날 시어머니가 궁금해하시더라, 하면서 식사를 간단하게 챙겨줄 테니 그걸로 집들이를 하라고 했다
마침 어머님 생신이 다음 주라, 겸사겸사.. 식사도 할 겸, 신혼여행 기념품도 드릴 겸... 집들이를 하기로 하고
집 청소를 좀 했다. 먹을 것들을 사고, 일회용 그릇과 일회용이 아닌 그릇들과 수저 젓가락과 좀 큰 좌식 상... 그런 것들을 좀 샀고
긴장되고 걱정이 되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아버님이 감기로 못 오셨는데 엄마가 챙겨준 음식이 너무 많아서, 사돈어른도 불러서 같이 드시자 하셔서 엄마아빠도 갑자기 초대하게 됐다
엄마 아빠가 선뜻 오겠다 했다. 친정과 신혼집은 운전하면 15분 정도 거리다.
생각보다 유쾌하고 즐거웠다. 남은 음식들을 포장해서 다 싸드리고... 그래도 남는 음식들이 꽤 많았다.
오늘도 집들이가 있다.. 오늘은 남편과 나를 소개해준 주선자 친구... 그 친구가 내년에 결혼을 하게 되어 예비남편과 함께 오기로 했다. 남은 음식이 많으니까 그것들로 충분히 저녁 한 끼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안 그러면 그 음식들은 다 못 먹고 버릴 텐데 이틀 연속 집들이를 해서 다행이다..?
출근이 너무 싫다
내일부터는 출근이라니
출근하면 또 한동안 바쁠 것이다
답례품도 나눠드리러 다녀야 하고...
휴가 중에 수면패턴이 밀려버렸다. 어떻게 해도 꼭 새벽 1시에 잤고 아침에는 11시에 일어났다. 밤에, 새벽에 잠깐 깬 동안에는 고통스러워했고
병원에도 다녀왔고 핸드폰 케이스도 필름도 바꾸고 고장 난 버튼도 고쳤다. 아예 핸드폰을 새 걸로 바꾸고 싶지만...
내일부터는 일찍 일어날 수 있으려나...
머리를 단발로 잘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