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멈출 수 없어서

소설을 쓰게 된 소설

by 지원

1. 여름에서 나는 항상 생명력을 얻는다. 놀랍도록 비슷하게 해가 반복된다. 나는 작년의 일기를 보고 그 사실을 알았다. 1년 전의 같은 날에 나는 모교에 다녀왔고, 그곳에서 에너지를 받아 왔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2.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언제부터인가 머릿속에 단단하게 자리를 잡고 떠날 줄을 몰랐다. 그러나 무엇을 써야 할지 알 수 없었고, 계속해서 쓰다 멈추다를 반복했으며, 그래서 답답했다.

3. 정신을 차려 보니 대학원이었다. 글을 쓰려고 대학원에 갔다. 혹은 퇴사를 막기 위해서 대학원에 갔다. 어떤 의미도 목표도 없는 회사 생활을 당장 때려치우고 싶어서 어쩔 줄 모르던 때였다. 이직을 하고 싶다, 하지만 어디로? 고민의 끝은 놀랍게도 대학원이었다.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기회를 봐서 이직을 하자는 것이 나름의 계획이었다.

4. 등록금을 내고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퇴사를 할 수 없다. 돈을 벌기 위해 회사에 계속 다녀야 했고, 그것이 의미 없던 회사 생활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결과적으로 그것은 정말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고, 끔찍하게 퇴사를 하고 싶던 고비는 지나간 것처럼 보였다.

5. 대학원에 가기로 결심했던 날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날 밤도 출근하기 싫다는 말을 백 번은 중얼거리며 잠을 청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출근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때 반짝하고 떠오른 생각은 너무도 명확하고 확고했다. "나 대학원에 갈 거야." 정말이야.

6. 당장 후보 학교를 고르고, 입시 절차를 확인했다. 필요한 서류들을 확인하고 준비를 시작했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것은 언제나 설렌다. 기대감으로 입학 전의 시간들을 보냈다. 그것이 좋은 선택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학교야 뭐, 다녀 보다가 정 힘들면 휴학하면 되지.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이건 일종의 취미야, 하는.

7. 나는 직장인이니까, 직장인이 글을 쓰려면 길이가 짧은, 시가 좋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시라면 몰라도 소설은 더더욱, 써본 적이 없었다. 아니 시도라면 몇 번인가 해본 적은 있었지만, 결코 한 편을 완성해 본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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