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emotions

baby steps

by 지원

1. "그냥 매일 느끼는 감정에 대해서 써보는 거예요. 하루에 10개씩만. 감정을 쓰고,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를 기록해 보세요."

그렇게 과제가 하나 생겼고, 또 한 가지 해야 하는 것은 꿈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일이었다. 미래의 꿈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좋은 일이긴 한데, 잠잘 때 꾸는 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자는 것이었다. 출근이 스트레스인 것은 분명하지만, 생각해보니 출근하는 꿈을 꾼 적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약간 놀랐다. 집에 오면 출근과 관련된 일들은 죄다 잊어버리고 분리를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출근이 다가오면 그 눌려 있던 모든 것들이 알 수 없는 진득한 범벅이 되어 나를 짓눌렀다. 그것은 그 자체로 알 수 없는 불안감이었다. 마치 밤의 어둠처럼.

2. 만족스러울 만큼 쓴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한 글자를 쓰는 것도 더디게 나아갔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막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해졌다. 아무렇지 않게 하루를 보내다가도, 밤에 잠들기 전이면 항상 답답함과 무력함과 조급함을 느꼈다. 써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왜 써야 하는지를 물으면 답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그래야 하는 것들, 이루어야 하는 것들 중 하나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 같았다.

3. 고등학교에 다니는 꿈을 자주 꾸고 있었다. 전에도 종종 그런 꿈을 꿨지만, 요즘은 더 자주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어느 날 문득 내가 쓰는 것의 막막함을 입시 때의 무력감과 비슷하게 느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꿈만 크지 너는 결국 실패할 거야, 그런 두려움이었다. 너는 지금 주변만 뱅뱅 돌고 있지, 행동하는 요령에 대해서만 관심이 많지, 진짜 중요한 건 일단 실천하는 거라고, 경고하는 듯했다. 잠이 오지 않았다. 내가 실패했을 때와 성공했을 때, 뭐가 달랐지? 실패했을 때 나는 요령을 찾고 방법을 찾고 시크릿과 기적을 찾느라 공부할 시간이 없었다. 반대로 성공했을 때 나는 공부하느라 다른 걸 할 시간이 없었다. 될까 안될까 궁금해하거나 걱정할 시간도 없었다. 당연히 된다는 신념 아래 그냥 한다. 그저 했을 뿐이다. 지금도 그래야 해. 마음속에서 뭔가가 다그치는 것 같았다. 자꾸만, 시작하라고.

4. 그것은 자연스럽고도 간절한 충동이었다. 목이 말라서 물이 마시고 싶듯이, 물을 찾으러 가듯이. 충족될 때까지 물을 마셔야 하는 것처럼. 써야 하고, 쓰고 싶은 마음이.

5. 출근을 해야 하니까, 그래서 쓸 시간이 없다는 것이 그럴듯한 핑계라는 걸 알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쓸 시간이 없을 환경이 아니었다. 퇴근길에 집에 도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겨우 30분, 야근도 거의 없다. 주말이나 휴일 출근은 좀 있지만, 쉬는 날이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분명 있다. 육아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조건들은 분명 지금의 상황이 기회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6. 막상 쓴다 하더라도 무엇을 쓸지가 고민이었다. 거창한 것 말고 작은 것부터, 눈앞에 보이는 것들과 기억 속을 맴도는 것들을, 붕붕거리며 나를 어지럽게 하는 것들을, 그런 감정들과 밤새 스쳐 지나간 꿈들에 대해서 먼저 쓰기로 했다.

7. 식탁 위에는 빵 봉투가 있었고, 먹다 남은 빵들이 몇 개 들어 있었다.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빵들을 보니까 어쩐지 먹고 싶어졌다. 하지만 겨우 몇 시간 전에도 배가 아팠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몸에 안 좋은 것들은 당장 다 끊어버리라고 끊임없이 내 몸이 외치고 있었다.

8. 검은색 옷을 입고 있으면 안락한 느낌이 든다. 모든 색이 섞여서 만들어지는 색. 이미 모든 것들이 다 포함되어 있어서 충분한 색. 다른 색이 몇 가지 더 추가되어 옷에 묻는다고 해도 별 티가 나지 않는 색. 그래서 편안한 색인 것이다. 깔끔하고 단정하고 격식 있는 자리에서도 특별히 눈에 띄지 않으니까.

9. 부드러운 펜으로 공책에 사각사각 글씨를 쓰거나, 키보드를 타닥타닥 두드려가며 글자를 만들어내는 감촉이 좋았다. 그것만으로도 뭔가 쓰고 싶어지는 느낌은 충분했다. 그 순간에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서 음악을 즐길 수도 있고, 향이 좋은 음료를 마시면서 여유로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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