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자는
1. 요즘은 출근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커졌다. 악몽을 꿨다. 직장생활과 고등학교 생활이 버무려진 최악에 최악을 더한 그런 꿈이었다. 내일이 오는 것이 싫어서 밤에 잠들기가 싫다. 막막하고 막연한 스트레스에 짓눌린 기분이다.
2. 해야 할 일들이 늘어나서 부담이 되었다. 차근차근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해야 하는 일들이 거대한 밤의 산처럼 버티고 서서 나를 노려보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마음이 무겁고, 걱정이 됐다.
3. 쉬는 날에도 마음이 온전히 편안하지 않았다. 끔찍할 정도로 절망적인 연휴였다. 연휴라면 행복하고 편안하게 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미칠 노릇이었다. 연휴가 끝나면 어쩔 수 없이 또 출근을 해야 하는데, 그 전에 제대로 못 쉰다면 손해이고 아까우니까. 보통의 주말보다 더 특별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기대를 하고 부담을 지우니까 오히려 더 힘들어지는구나.
4. 쉬는 날에는 글을 쓰려고 마음먹었다. 단편소설과 시를 쓰려고 한다. 단편을 어느정도 끌고 왔지만 더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막막해졌다. 내가 원하는 기준치는 높지만 그곳까지 다다르는 길을 알 수 없어서 걸음이 떼어지지를 않았다. 뭐라도 쓰자, 하지만 뭐라도 쓰이지 않고, 쓰고 싶지 않고. 쓰고 싶지만 동시에 쓰고 싶지 않은 마음의 충돌, 거기서 쓰고 싶은 마음이 이겨줬으면 좋겠다.
5. 처음에는 여기에 소설을 버무린 무언가를 쓰려고 했지만, 그것도 잘 모르겠다.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일찍 자야 한다는 부담과,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함께 든다. 계속 이 주말에 멈추어 있었으면,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안타까운 마음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본다. 평일이 오는 것이 너무 두렵다.
6.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출근을 끔찍해 할까? 막상 출근하면 마음이 진정되기도 하고, 또 어찌 어찌 하루를 버텨가며 날짜가 흘러가기는 하지만,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는 그런 일상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우울해진다. 첫 직장을 다닐 때, 그 때는 더 심했다. 자고 일어나면 1년이 다 지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년만 채우고 퇴사할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그 의미 없는 1년은 무엇을 위해 존재했던 걸까? 돈을 위해? 경력을 위해? 나중의 무언가를 위해? 인생을 그런 식으로 도망치듯 살면 마지막에 남는 건 뭘까? 그게 사는 건가?
7. 정말 사는 것 같은 인생은 뭐였나, 나에게. 살아있다는 느낌, 충족감을 주었던 것들은. 사람과의 친밀하고 특별한 관계에서도 그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위해 그것을 목표로 하고 성취하며 나아가고 또 휴식했던 시간들이 그랬다. 나만의 것을 창조하고 완성하고, 공부하고 착실히 모아 가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조금씩 발전하고 나아가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던 나날들. 주변의 아름다움 속에서 그것을 음미하고 만끽하던 순간들.
8. 지금의 일상에서 그런 것들을 불러올 수는 없을까, 지금의 일상은 왜 지겹도록 싫은 것들 속에서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고 버티는 수밖에는 없는 걸까. 그렇게 나이먹다가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는 없는 걸까. 그럴 때 길에서 마주친 사람은 묻는다. 표정이 왜 그래? 그제서야 내 표정이 어땠는지 더듬어본다.
9. 지금 나는 어떻게든, 7번이 나를 살려줄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는 없다. 그래서 목표는 글이 되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살 수밖에는 없겠구나. 다행이라면 박사과정은 꽤 오래 걸리니까. 오랫동안 전념할 수 있는 뭔가가 생긴 것이다. 몸은 힘들겠지만, 마음이 피폐해지는 것에 비하면 나을 것이다.
10. 그러면 나는 이제 복학을 해야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