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지나갈 무렵의 일상

창작 일기

by 지원

1. 요즘은 주말의 대부분을 스터디 카페에 나와서 보낸다. 조용하고, 내가 듣고 싶은 음악만 들을 수 있고, 편안하고 안전하게 집중할 수 있고, 담요나 충전기도 빌려 쓸 수 있고, 사물함에 물건을 다 구비해 놓을 수도 있고, 커피도 자유롭게 마실 수 있다. 집에서 가까운 스터디 카페란 손에 꼽을 만큼 만족스러운 공간이다. 시험 기간에는 자리가 부족하다는 문제가 생기지만, 그럴 땐 사람이 더 적은 다른 스터디 카페로 가면 된다.

2.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 제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많이 답답했던 것 같다. 손 풀기, 자유롭게 아무렇게나 검열 없이 써보는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음이 약간 편해졌다. 이곳은 자유로운 실험실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즐겁고 마음 편하게 해 볼 수 있다.

3. 가까운 사람이 나의 글을 본다는 것이 가끔은 부담스럽다. 특히 나의 부정적인 면이나 힘든 부분을 쓸 때는 검열하게 된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 못하고, 좀 더 쿨한 사람인 척 자신감 있고 문제없는 척 꾸미게 된다. 나에게는 철저히 익명이면서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 꼭 필요한 것 같다.

4.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으면 기분이 좋다. 마음에 드는 글을 쓰면 기분이 좋다. 검열 없이 써보자고 마음을 먹고 나서, 휘리릭 주말 동안의 생각들을 써 내려간 글을 올렸는데, 오랜만에 댓글이 달렸다. 내 글이 좋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콩콩 뛰는 기분이다. 더 잘해야 할 것 같아서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글에 대한 칭찬은 뭘까, 나를 한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처럼, 만든다.

5. 가끔은 정말 궁금했다. 내가 도대체 왜 글이 쓰고 싶은지, 언제부터 그랬는지. 아직도 잘은 모르겠다. 옛날 일기를 뒤져 보고 추측을 해 보자면, 누군가 내 글이 좋다고 칭찬을 했던 적이 있어서다. 그때 내가 기뻤기 때문이었다. 나를 드러내고, 나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상쾌하고 후련한데, 거기에 누군가 내 글을 좋아해 주기까지 한다니.

6. 날씨가 추워져서 보온에 신경을 쓰고 있다. 추울 때는 바지 안에 기모 스타킹을 신는다. 오늘은 그렇게까지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 외투를 안 입는 대신 상의에는 신경 썼다. 내복을 입고, 도톰한 긴팔 티를 입고, 그 위에 헐렁한 니트를 껴입었다. 외출할 때는 충전식 손난로를 챙겨서 손끝을 따뜻하게 데워 준다. 잠을 잘 때는 수면양말을 신는다. 출근하면 사무실에서 전기방석을 튼다. 추위를 많이 타기 때문에 겨울이 오면 세심하게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 그러고 있으면 스스로 보살핌 받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내일 출근할 때는 꼭 무릎담요를 챙겨야지.

7. 저번 주에 쓰기 시작한 단편의 근황은... 진도도 잘 나가지 않고 내용이 툭툭 끊긴다. 쓰기 시작한 첫날은 만족스러웠지만 두 번째 날부터는 혼란스럽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당연히... 태어나서 세 번째 써 보는 단편이니까 당연히 어려울 것이다. 어쨌거나 이번에도 목표는 초고를 완성해 보는 것이다. 무척 막막하지만 꼭 하고 싶다. 많이 써보고 더 잘 쓰고 싶다.

8. 종강하고 방학을 맞았을 때도 휴학을 한 뒤로도 복학을 하는 것이 두렵고 걱정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다시 복학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단편을 미리 써 두면 다음 학기에 덜 힘들겠지. 이 단편을 끝내면 그다음엔 동화도 써 둬야지. 시에 대해서도 더 공부해 둬야지. 미래를 준비하는 이 느낌은 내가 다니는 직장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기분이다. 기대되고 설레고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 미래의 성취를 기대하며 즐겁게 준비하는 마음. 내가 점차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는 충만한 기분이다.

9. 두 주를 건너뛰고 다시 이 기록을 살핀다. 그동안 나는 금요일 하루 연가를 내고 단풍 구경을 다녀왔고, 또 다른 금요일에는 교육을 듣고 특강을 들었다. 교육은 나의 본업, 본래 전공에 관련된 것이고, 특강은 내가 새롭게 목표하고 있는 글쓰기에 관련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것에 마음이 든든해진다.

10. 내일이면 또 출근한다는 것이 걱정되고 불안하고 공포스럽기도 하다. 때로는 머릿속에 꽃만 가득한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번 주말도 열심히 썼고 잘 쉬기도 했다. 나쁘지 않은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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