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대에 이루고 싶은 것들
달력을 보고 약간 충격받았다. 12월도 벌써 중순이라니, 성큼 연말이 다가왔다. 한 살을 더 먹게 될 것이다. 내년엔 올해와 좀 다를까. 별 감흥도 없이 이십 대의 마지막을 지나고 있다. 내가 막 스무 살이 되었을 때, 나의 이십 대의 끝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온통 새로움과 가능성으로 가득했던 20대의 시작은 그 어느 때보다도 설레는 시기였던 것 같다. 내가 영화 '보이후드'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는 마지막의 여운 때문이다. 전혀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게 될 것 같은 예감. 나는 대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대학원에 다닐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그게 박사과정까지 이어지게 될 줄은 몰랐다. 게다가 전혀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중에 정 할 것 없으면 공무원이나 하지 뭐-를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다가 결국 그렇게 될 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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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대를 마무리해 보는 기분으로 그동안의 10년을 돌아보려고 한다. 음.. 몇몇 부분을 빼고는 후회 없는 시간을 보냈다. 거의 많은 순간을 열심히 살았고, 쉴 때는 그냥 푹 쉬었다. 대학교 4년을 보내고 석사 2년을 무사히 마치고 졸업했다. 첫 직장에서 1년을 겨우 버티고 처음 퇴사란 것을 해 보았다. 흔치 않은 기회가 생겨 공시를 시작했고, 다행히도 무사히 합격했다. 그리고 2년을 꼬박 새로운 직장에서 보냈다. 이곳에서 언제까지 일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날들이 있고 그 힘으로 버텨나간다(다른 곳에 가고 싶어도 갈 데가 없는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는 지금까지 주로 성취에 중점을 두고 살아왔기 때문에 친밀한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많은 에너지를 쏟지 못했다. 그것 하나가 약간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내가 이루고 싶었던 것들을 이루어 왔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는 예감이..). 가장 오래 했던 운동은 요가였고, 발레나 태권도를 몇 달씩 맛보긴 했지만 나랑은 영 안 맞았던 걸로... 그리고 내가 좋아했던 취미는 콘서트나 연극 뮤지컬 등 보기(코로나 이후로는...), 글쓰기를 평생 취미로 삼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딱히 다른 내용은 잘 떠오르지 않을 만큼 단순한 생활을 해 왔던 것 같다..!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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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대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삼십 대라는 10년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해 본다. 이십 대에 아쉬웠던 부분들을 삼십 대에는 좀 더 채울 수 있었으면 싶다.
1. 우선은 돈을 잘 벌고 싶다. 퇴사하고 싶지만 선뜻 퇴사하지 못하는 이유가 다 돈 때문이지... 여전히 회사에 다니지 않으면서 더 많이 돈 벌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심할 것 같다. 이십 대에 경제력이 없어서 못했던 것이 있다면 삼십 대에는 돈 걱정 없이 마음 편히 도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만 이제는 부모님이 퇴직을 하셔서 생각지도 못하게 여유 없는 느낌을 받게 될 때가 있다. 어쨌든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삼십 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2. 이십 대 때에 해보지 못했던 경험들을 해 보고 싶다. 그게 무엇이든지, 세상은 넓고 내가 모르는 것들은 많은데 나는 우물 안 개구리로만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 세상을 넓히기 위해 좀 더 폭넓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고 몰랐던 것들을 이해하게 되면 그만큼 세상 사는 게 재밌어질 것 같다. 열린 마음으로 그런 다양함에 다가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3. 결혼... 삼십 대가 되면서 슬슬 또래들이 결혼을 하고, 그러면 나도 덩달아 결혼이라는 것에 마음이 조급해질 것이다. 서른 중반쯤 나이에 결혼한다면 좋겠다. 그런데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그건 무척 막막해 보인다... 결혼하는 사람들을 보면 다 어른 같은데 그에 비하면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애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어떻게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이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 믿을 만한 사람인지를 파악하고.. 신뢰를 쌓고... 서로를 배려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맞추어 나가고... 그런 과정은 정말 큰 과제가 될 것 같다... 할 수 있을까.. ^^...?
4. 내가 삼십 대에 그것도 중반이 되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것 하나가 있다면 박사과정 졸업...이다... 사실 현실적으로 졸업할 수 없다면 수료라도.. 꼭 하고 싶지만. 벌써부터 수료만으로 안주하고 싶지는 않다. 앞으로 살 날을 생각하면 꼭 졸업을 해 두어야 평생 두고두고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모름지기 대학원 졸업이란 그 시기를 놓치면 평생토록 소원해지며 마음 한구석의 짐으로 남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죽이 되든 밥이 되는 학위논문이란 걸 재빨리 끝내고 졸업을 하고 멋들어진 졸업 사진을 찍고 싶다는 소망이 있다. 우선 그러려면.... 복학을 하고 학교를 다녀야지.. 건강하게...
5. 생각해보니 그러려면 건강 관리가 필수적이다... 운동이란 건 할수록 지긋지긋할 뿐이지만.... 요즘은 되도록 걸어서 출퇴근을 하고(편도 30분 정도 걸린다), 높은 층으로 가야 할 때는 엘리베이터 말고 계단을 이용하려고 한다. 우리 집은 11층인데, 한 번도 계단으로 집에 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최근 운동 삼아 계단으로 올라 다녀 보고 있는데, 처음에나 좀 힘들지 하다 보면 11층 정도는 별 것 아니네? 하는 생각이 들어 약간 놀랐다. 또..... 저녁에 집에서 꼭 스트레칭이나 요가, 근력운동을 식구들과 함께 꾸준히 했으면.. 해야... 꼭.. 그래 줘...
6.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바라는 것 중 하나는, (역시나 결혼 빼면 인간관계는 우선순위에 없긴 하지만; 부디 내가 자신과 타인에게 너그럽고 다정한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글을 써서 공모전에 내고 상을 받고 책을 내는 것이다... 작은 상이든 큰 상이든 자주 받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자주 행복할 테고 자주 출근할 에너지를 채울 수 있을 테니까. 내가 시를 쓸지 소설을 쓸지 모르겠는데 다 쓴다면 그것도 좋겠다. 그 장르만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따로 있으니까. 아무튼 거창하게 말고 소소하게라고, 많이 읽고 많이 쓰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