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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원 Apr 17. 2022

이번 주에는 합평이 있고

그리고 지난 한 주간의 소식들

 일요일 오전 열 시. 스터디 카페에 도착했다. 맑고 화창한 날씨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은 날씨. 텀블러에 얼음을 한가득 붓고 커피머신으로 커피를 내려 간단한 아아메를 완성했다. 컵 안에서 얼음이 달그락거리는 경쾌한 소리가 좋다. 춥지 않은 날씨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경쾌함.


 일요일 오전에는 보통 브런치 글을 쓴다. 자리에 앉자마자 글을 쓰는 것은 아니고, 우선은 딴짓을 양껏 한다. 먼저 블로그 피드를 들여다보며 읽을 만한 것들을 싹 읽어 본다. 그다음 일요 웹툰을 몇 작품 보고, 메일함도 확인하고, 더 이상 할 것이 없다 싶으면 브런치에 접속한다. 브런치 첫 화면에 등장하는 추천글 중 관심 생기는 내용을 클릭해서 들여다본다. 주로 직장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를 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라도 그렇지 않을까? 직장 생활에 대한 이야기라면 에세이든, 소설이든, 브이로그든 가리지 않고 들여다보게 된다. 남들이 겪는 고충에서 공감과 위로를 찾고 싶어서일 것이다. 내가 하는 혼잣말의 신세한탄은 그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공감과 위로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보기도 한다.


 오늘은 꽤 초조한 마음으로 키보드를 두드린다. 아침부터 때려 넣은 카페인으로 신경계가 들떠서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내일 정오까지 제출해야 하는 단편 때문이다. 어쩌다 보니 욕심껏 합평 수업을 세 개나 신청했다. 총 8주간은 일주일에 수업을 두 개씩 듣는 일정이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렇게 해 보겠나 싶어 욕심껏 신청했지만 조금 부담스럽고 긴장이... 긴장이 많이 되긴 한다. 하지만 계속하다 보면 익숙해지겠지. 나는 가끔 이런 식으로 나를 부담스러운 환경 속으로 밀어 넣곤 한다. 합평을 위한 단편을 두 편 만들어 두었고 또 한 편은 거의 마무리 단계이다. 새 단편을 두 편은 더 써야 한다. 그건 아직 시간 여유가 있긴 하지만...


 가장 걱정되는 것은 당장 내일 정오까지 제출해야 하는 그 단편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니, 물론 쓸 때는 정말 즐거웠고 나 혼자만 볼 땐 재밌는 작품이지만... 전혀 소설답지 못한, 소설이 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눈에 훤히 보인다. 그 단편을 그냥 버리기는 아쉬워 합평을 받아 보고 싶긴 하지만, 허점이... 너무 많이 눈에 띈다. 내 눈에도 이렇게 허점이 많이 보이는데 남들 보기엔 어떨까 싶어서 수치스럽다. 그래서 자꾸 도망가고 싶어지는 끔찍한 기분이다. 어떡하지... 그래도 부족함을 인정해야지,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정말 부끄러워서 미칠 것 같다... ^^


 부끄러움을 알게 된 것만 해도 얼마나 큰 발전인가. 정작 아무것도 모를 때는 내 작품에서 부족한 점이 뭔지도 몰라서 부끄러움도 몰랐다. 첫 작품을 합평받을 때 함께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좋은 분들이었는지를 지금 와서 새삼 깨닫는다. 내가 이렇게 계속 쓰고자 결심한 것도 결국은 그분들 덕분이다. '잘했다', '앞으로도 함께하고 싶다', '어떤 분인지 궁금해졌다, 친하게 지내고 싶다'라는 따뜻한 반응은 작품으로 내 존재를 이해받고 인정받는 듯한 놀랍고도 짜릿한 경험이었다. 거짓말 않고 그때의 충만한 경험으로 나는 얼마간 더 살아갈 힘을 얻었다.


 하아... 어쨌든 이번 합평은... 내 작품의 온갖 못남과 부족함을 쌩으로 보여주고 신명 나게 두드려 맞는 합평이 될 것 같아서 벌써 두렵지만... 용기를 갖자... 이번 기회에 내 부족함이 뭔지 제대로... 더 제대로 내 정신에 각인시켜 줄... 그렇게까지 한다고?


 다른 얘기를 좀 해 볼까. 이번 한 주 동안에는 여러 소식이 많았다. 그중 가장 행복한 소식은 드디어 공모전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열심히 공모전들을 파고 다녔는데 지금껏 좋은 결과가 하나도 나오지 않아서 지쳐가던 차였다(커피 기프티콘 하나 받은 것이 다였다). 기다리던 공모전 결과는 3등이었고, 상금이 아니라 상품으로 받는 것이었는데 전부터 너무도 갖고 싶어 했던 것을 받게 되어서(처음부터 그것을 노리고 간절한 마음으로 응모했었다) 꿈만 같았다. 제세공과금을 꽤 많이 내야 했지만, 원래 가격보다는 훨씬 훨씬 싸게 주고 얻게 된 것이니 행복했다. 다만 아직 실물이 내 눈앞에 도착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게다가 항상 품절 대란에 시달리는 제품이기 때문에 자꾸만 상품이 다른 제품으로 바뀌어 버리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이 있다... 어서 내 품으로 와 줘(ㅠㅠㅠㅠ)...


 또 다른 소식은 지난 몇 달간 기다려 왔던 책이 드디어 출간된 것이다(내 책 아님... 남의 책입니다^^). 지금껏 출판사 홈페이지와 SNS를 수도 없이 들락날락하며 기다려 왔다. 도대체 언제 출간되냐며 출판사에 문의글을 남겨볼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이렇게 심하게 책 덕질을 한 적이 있었을까 싶다. 출간일보다 판매 개시일이 하루 늦었고, 판매가 시작된 날 바로 책을 구입했지만 출고가 늦어져 결국은 다음 주에나 책을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디자인도 예쁘게 나왔던데 빨리 받아 보고 싶다...


 마지막 소식은 갑자기 소개팅을 하게 된 것이었다. 소개팅은 기회가 올 때마다 빠지지 말고 받자는 주의인데 갑자기 소개받아볼래? 하는 이야기를 들음과 동시에 당장 약속이 잡혔다. 오래 기다리느라 정신력을 소모하느니 빨리 해치워 버리는 게(?) 좋겠다 싶었다. 참 신기한 게, 너무 속단하는 것 아닌가 싶으면서도 첫 카톡만으로 느낌이 확 오는 경우가 있다. 결과는 역시 이번에도 아닌 걸로... 좋은 분 만나시길 바랍니다... 이제는 나이만 먹고 누구를 어떻게 만나서 함께할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이 들긴 하지만... 답 없는 고민은 그냥 미뤄 두기로 한다. 이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단편 고치러 가야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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