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상에서 만난 사람들

*죄의 색깔*

by 이서안

한 남자가 며칠에 이어 고철을 싣고 계속 팔러 왔다.

트럭 옆 적재함 문짝에 **철거. 원상복구 고철매입.라는 글씨가 쓰여있는 것으로 보아 폐업식당이나, 시골 망가진 하우스, 컨테이너등 자질구레한 철거를 맡아 일을 하는 사람이다.

철거를 하며 나오는 고철이나 샷시 등을 갖고와 판다.

사람에 대한 사교성도, 붙임성도 있는 사람이다. 사장님과 커피도 뽑아 마시며 부지런히 고철을 팔러 오며 안면을 트고 신뢰 쌓기에 여념이 없다.

적은 금액의 선금을 요구한다. 200만 원, 300만 원

선금을 주고 대신 고철이나 스텐, 샷시등을 갖고 오면 물건값을 선금에서 상계해 나가는 방식으로 돈을 갚는다.처음엔 잘 갚아 나간다. 어느 정도 신뢰를 쌓았다 싶은 시기가 되니

큰 철거를 하나 맡았는데 고철 물량도 많고 샷시도 꽤 나올 것 같다며 1.000만 원을 요구했다.

사장님은 선금을 보내주었다.

고철이 두어 번 100만 원 가량의 물량이 들어오고는 남자의 발길이 끊어졌다.

들어오겠다는 물건은 다른곳에 팔아치운 것이다.

전화를 해도 받기를 거부한다. 주위 수소문을 해 알아보니 다른 고물상에도 비슷하게 돈이 물려있다는

말이 들렸다.

어렵게 통화가 되면 곧 고철로 갚을 테니 기다려 달라는 말로 애를 태우고 해를 넘긴다.

말투엔 미안함도 없고 비열하고 뻔뻔하기까지하며 이런 일엔 닳고 닳은 야비함이 묻어난다.

거짓말과 순간순간 임기응변으로 위기만 모면하면 그만이다.

일반적으로 범죄의 색깔은 검은색이다.

하지만 같은 죄의 종류로 분류되면서도 '야비함'의 색은 총 천연색이다.

현란한 야비의 죄질은 화려한 사기를 능가한다.

진실을 숨기고 거짓에 다시 거짓으로 과대 포장을 하고, 그것이 사실인 냥 착각을 하며

살아가는 야비함은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결국 고려신용정보 채권추심을 넘겼지만 지금도 돈은 돌려받지 못했다.

어느 날 거래처 고물상에 들렸다가 그곳에서 남자를 만났다.

나를 보더니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황급히 자리를 뜨는 남자의 모습이 참 비굴해 보였다.

자기 일에 책임을 지고,사회나 가정에 모범이 되는 사람이 어른이라 칭한다면 그는 성숙한 어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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