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상에서의 단상.

*공유하는 비밀*

by 이서안

그가 없는 집을 방문한다.

"현관문이 잠겨 있을 거야. 문 앞 돌담 틈에 빨간 장갑이 뭉쳐져 끼워져 있는데

그걸 빼보면 안에 열쇠가 있어."

공유하는 비밀.

둘만의 비밀 장소는 단순한 공간을 넘어 서로를 향한 무조건 환대를 의미한다.

언제든 와도 좋다는 정갈한 약속.

열쇠를 쥐는 순간 문을 열기도 전에 마음의 빗장은 열려있다.

내가 없을 때라도 당신은 언제든 환영받는 존재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이작은 금속 안에 담겨있다.

손끝에 닿는 차가운 금속에서 전해오는 뜨거운 안도감이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단순히 문을 열고 들어가는 도구를 얻은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락을 받는 것과 같다.

서로의 세계를 기꺼이 내어주겠다는 깊은 신뢰의 증거이다.

나는 가끔 그가 안에 있어도 돌담을 기웃 거린다.

우리 삶엔 이렇듯 다정하고 따뜻한 작은 비밀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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