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상에서 만난 사람들

*박스 줍는 사람*

by 이서안

적재함 양옆으로 판때기를 세우고 지붕 높이 까지 박스를 가득 실은 차 한 대가 휘청이며

저울 위로 올라선다.

'저 정도면 1200 정도가 되겠다' 혼자 중얼거려 본다

무게를 재기 전에 실려 있는 박스의 양을 대충 가늠해 본다.

계산해 보니 예상대로 실량이 얼추 맞아 들어간다.

데이터가 쌓인 나만의 경험에서 얻은 답이다. 경험이 정답이 될 수는 없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지혜의 밑거름이 된다.

적재함 위에 무너지지 않게 차곡차곡 반듯하게 쌓아 올려진 박스더미는 종이 성벽 같다.

한 장씩 주워 접고 쌓은 성벽엔 온종일 땀 흘려 모은 정직한 시간과 고단함과 생존을 위한 숭고함이 함께

뭉쳐져 있다. 그의 허리는 굽었고 손마디는 굵고 거칠다.

그의 굽은 등은 비굴함이 아니라 삶의 무게를 온전히 짊어진 정직한 곡선이다.

거친 손마디에 박힌 굳은살은 누구에게도 빚지지 않았다는 훈장이다.

트럭에 실린 부피만큼이나 무거운 삶의 무게가 전해진다.

트럭 위 박스들이 쓰러지지 않게 팽팽하게 꽉 조여진 그물망은 마치 우리네 삶의 긴장감과 닮았다.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무너져 내릴 것 같은 하루하루를 그물망으로 버티며 도로 위를 달리는 모습을

생각해 봤다.

고물가격의 변동에 따라 하루 수입이 결정되는 불안정한 구조 속에서,

비록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먼지 묻은 박스를 줍고 살아가지만 세상을 묵묵히 지탱하는 그들의 삶에

존경의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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