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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 프란치스코 Jan 11. 2021

장르극, 코로나19

15.  K-방역은 누구의 얼굴을 닮았을까

 ‘우두’는 아랍어로 이슬람의 세정식을 말한다. 모스크에 가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슬람 신도들은 예배 전에 몸을 깨끗이 씻는다. 이슬람은 ‘씻지 않고 올린 기도는 무효다’할 만큼 매우 청결한 종교다. 씻는다는 것은 종교적으로도 상징적인 의미를 갖지만, 공중위생에서도 중요하다. 코로나 시대의 ‘우두’는 손소독제로 손을 씻는 행위다. 소독제로 손을 씻게 되면 나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죽지만, 동시에 우리 피부에 있는 미생물들도 죽게 된다. 피부는 우리 몸에서 가장 넓고 큰 기관이다. 피부 그 자체가 막이 되어 외부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준다고만 생각했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피부 표면에 미생물들이 살고 있고, 그 미생물들은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해 면역 사령부에서 고용한 현지 정보원이요 협력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미생물이라는 것을 다른 말로 하면 세균이나 바이러스다. 


 이데올로기가 퇴색하고 나서 지금처럼 주적이 선명한 때는 없었을 것이다. 코로나는 우리가 공격수가 될 때는 박멸을, 수비수가 될 때는 차단을 해야 하는 대상이 되었다. 확진자가 다녀간 자리를 소독약으로 덮는 행위는 코로나 시대의 불길함을 없애는 의식처럼 다가온다. 훌륭한 소독은 종종 구석구석이란 말과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다. 높은 벽과 천정 그리고 전혀 사람이 다가가지 못할 구석까지, 그리고 어느 날은 나무에까지 소독약을 뿌릴 때, 코로나19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바이러스와는 다른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이 바이러스에는 날개가 달렸거나 발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는 이렇게 대상에게 무언가를 달아준다. 예전에 북한 주민들 머리 위에 뿔을 달아주듯이.


 공격은 방역당국이 하고, 수비는 주로 개인들의 몫이다. 수비수인 개인들은 어떤 세균이나 바이러스도 내 몸과 내 집에 용납하고 싶지 않은 위생 시민이다. 친한 친구의 결혼식도, 심지어 집안 어른이 돌아가셔도 감염이 두려워, 혹은 가해자가 될까 봐 갈 수 없게 되었다. 외출은 바이러스를 묻혀올 수 있는 위험한 일상의 모험이 되었다. 우리의 방역 전략은 봉쇄 조치이며 기밀 전략이다. 바이러스를 차단하려면 우리의 집이 락앤락 용기가 되거나 멸균실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위생 덕에 감염과 질병에서 벗어났다. 바로 앞의 글에서도 말했듯이 가난이 원인이 되는 질병이 있다. 헬리코박터균이 대표적이다. 비위생적인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주보균자다. 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동네에서 재래식 화장실보다 낮은 곳에 위치한 우물물을 길어먹던 시절의 결과다. 비위생적인 생활이란 가난과 동의어였다. 위생의 근대를 맞이한 젊은 세대들은 확연하게 헬리코박터균의 보균율이 떨어진다. 이제는 수세식 화장실을 쓰고 아파트라는 근대적인 공간서 살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천식과 알레르기와, 아무리 긁어도 사라지지 않는 가려움을 지닌 아토피가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 TV 주택 소개 프로그램에서 건축주가 본인이 지은 집을 기밀도가 높은 집이라 소개했다. 기밀도란 공기를 밀폐하는 정도를 뜻하는 말이다. 코로나 시대에 가장 알맞은 집일지 모른다. 코로나에만 좋은 게 아니다. 기밀도가 높으면 바깥공기가 잘 들어오지 않고 동시에 내부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아 단열에 좋다. 하지만 좋은 것에는 지불하는 비용이 있다. 단열엔 좋지만 공기가 갇혀있기 때문에 실내 공기가 나빠져서 꼭 환기장치를 설치해야 한다고 집주인은 말한다. 기밀도를 높이면 공기가 나빠지는 것은, 외부의 세균을 차단하자 대신 내부에서 비롯되는 자가면역성 질환이나 아토피가 늘어나는 것과 비슷하다. 


 앞서 소개한 칼 짐머의 ‘바이러스 행성’에 나오는 내용이다. 2009년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에서 바이러스를 찾아보려고 10명의 실험대상자로부터 가래를 받았다. 열 명 중 다섯은 폐와 관련된 질병이 있고 나머지 다섯은 건강했다. 이들의 폐에서 얻은 검체를 조사했더니 건강한 사람의 폐는 무균상태라는 지금까지의 생각이 무색해졌다. ‘아픈 사람이든 건강한 사람이든 모든 실험 대상자의 가슴에 온갖 바이러스가 살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게다가 바이러스의 90%는 처음 보는 바이러스였다. 그럼 다시 율라 비스의 책도 인용해 보자. ‘면역에 관하여’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알고 보니 모유는 전반적인 주변 환경만큼 오염되어 있는 물질이었다. 모유를 분석한 실험실들은 그 속에서 페인트 희석제, 드라이클리닝 용액, 내연제, 농약, 심지어 로켓 연료를 검출해 냈다.’ 


 기밀 전략은 그렇게 성공적이진 못한 것 같다. 보이지 않는 적을, 전자 현미경을 통해서나 보이는 미세한 바이러스를 차단하겠다는 행위는 일종의 강박일지도 모른다. 물론 백신을 맞기 전까지 우리의 백신은 신중함과 조심성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자가 있으면 기밀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누군가가 죽었는데 그 장례식에조차 갈 수 없는 병이 돌고 있는 걸까? 그건 국가가 하는 일이고 K-방역이 그렇게 정한 때문이라고? K-방역은 우리와 다른 누군가가 아니다, 그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얼굴보다, 어쩌면 기밀 전략을 택한, ‘이질성과 타자성의 소멸’을 방역 전략으로 삼은 우리 자신의 얼굴과 가장 닮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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