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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 프란치스코 Feb 13. 2021

장르극, 코로나19

27. 코로나시대, 중국과 세계보건기구, 그리고 혹시 만날지 모를 화성인

 설 휴가 시작 전날인 2월 10일 중국은 자국의 화성 탐사선 ‘톈원(天問) 1호’가 화성 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로 의료 후진국처럼 보이는 중국이 화성으로 우주선을 보낸 것이다. 당연히 처음은 아니겠고, 미국, 러시아 다음이겠지 싶지만, 사이에 세 나라가 더 있다. 유럽, 인도에 이어 또 한 나라가 있다. 유퀴즈? 당신은 틀렸을 가능성이 높다. 정답은 아랍에미리트다. 아랍에미리트의 탐사선 아말이 중국 탐사선 톈원보다 약 20시간 빨리 궤도에 진입함으로써 중국을 앞질렀다. 중국은 여섯 번째로 화성 궤도에 진입한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국제뉴스의 관심이 된 중국발 기사는 화성 탐사선이라기보다는 코로나19의 기원을 조사하기 위해 중국 우한을 찾은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자회견이었다. WHO 조사팀은 9일 우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2019년 12월 화난(華南) 수산시장 바깥에서 바이러스가 이미 퍼지고 있었다는 증거를 찾아냈으며,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다는 주장은 가능성이 매우 낮고, 코로나19가 국경을 넘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언론과 대중은 그 의미를 바로 알아챘다. 화난시장이 최초 발원지라는 기존 의견을 부정하고, 코로나19가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주장을 사실상 부정한 것이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바깥, 즉 동남아로부터 온 것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라고 중국과 WHO를 동시에 비난했다. 중국은 책임 회피와 발뺌을 위해 WHO에 압박을 가했고, WHO는 동남아시아로 책임을 전가하려는 중국의 태도를 승인하고 방조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과 5월, 미국이 아직 트럼프 월드였을 때, 트럼프와 국무장관이던 폼페이오는 바이러스가 우한에 있는 연구소에서 나왔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이면 세상의 분노가 화성 궤도까지 뻗칠 일이고 사실이 아니라도 문제인 발언이다. 트럼프는 그렇다고 쳐도, 미국의 가장 중요한 관료인 국무장관이 이런 말을 할 때는 당연히 증거가 있겠지. 이 둘은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리고 등장한 것이 ‘옌리 멍’이다.


 중국 본토 출신 젊은 여성 과학자. ‘숨겨진 진실’을 밝히기에는 최적의 프로필이었다. 하지만 예비 논문을 통한 그녀의 주장은 프로필에는 한참 못 미쳤다. 2003년 유행했던 사스 바이러스 특정 부위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위적 조작의 근거로 댔지만 자연에서도 있는 일이고, 유전자 가위를 사용한 흔적이 있다고 했으나 보통 유전자 가위 흔적은 남지 않으며, 퓨린 절단 부위가 코로나 바이러스에만 있다고 했으나 메르스 바이러스에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실, 이렇게까지 확인할 필요도 없다. 바이러스 염기서열을 분석해보면 이게 ‘자연산’인지 ‘양식’인지 한국의 과학자들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우한 연구소에서 유출되었다는 말은 다른 사람이 아닌 우리 과학자들을 무시하는 일일 수도 있다. 


 트럼프에 폼페이오까지 가세한 주장에 우한 연구소 유출의 증거가 있지 않다고 밝힌 것은, 놀랍게도, 당시의 미국 정보기관이었다. 이런 가짜 유출설을 유포하는 것은 통상은 정보기관들이다. 정보기관이란 어느 나라건 문예창작과를 부전공으로 삼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출설’에 신중함과 합리성과 투명성을 보여준 것은 미국의 정보기관이었다. 중국을 공격한 트럼프는 계속해서 코로나 발생 이후 세계보건기구가 중국 편향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WHO 탈퇴를 선언한다.


 거부러여수스는 아프리카 대륙의 지원을 통해 세계보건기구의 수장이 되었다. 아프리카는 중국으로부터 집중적인 애정 공세를 받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사회 기반시설을 만들어주고 자원 개발을 지원하는 등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아프리카 지원의 중심지가 에티오피아다. 거부러여수스는 에티오피아의 외무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여기까지 설명으로도 아프리카의 지원이란 곧 중국의 지원이고, 중국은 가장 친 중국적인 에티오피아 출신 외무장관을 WHO 수장으로 밀었다는 이야기가 합이 맞는다. 


 하지만 거부러여수스가 정치적인 관료만은 아니다. 생물학으로 시작해, 면역학 석사, 보건학 박사를 거치면서 열대병 연구자로 이름을 알리고 난 후 보건 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건부 장관에 오른 사람이다. 그의 실체가 어떻다든가 혹은 무능하다는 평가는 서구 사회가 중국에 대해서 갖고 있는 비호감이 투영된 결과일 수 있다. 국제기구 어디나 재정적인 도움을 받아야 하고, 그것이 중국이어서는 안 될 이유는 없다. 물론 중국이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질 수 있지만,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밉든 곱든 UN기구들은 회원국들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사실 미국이 국제기구와 갈등을 빚은 것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1977년 미국은 ILO(국제노동기구) 탈퇴를 선언했다. 이번엔 친 중국 대신 친 소련 정책을 취한다는 이유였다.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한 ILO는 미국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동자의 권리를 중시하는 태도를 접고 고용 문제로 관심사를 돌리게 된다. 노동 문제가 일자리문제로, 노동자 운동은 종업원 운동으로 바뀌었다. 미국은 2011년 유네스코가 유엔 기구 중 처음으로 팔레스타인을 정회원국으로 받아들이자 이에 반발해 지원금을 중단했다. 결국 반이스라엘 정책을 이유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동반 탈퇴하였다. 유네스코 회원국 이름에 이 두 나라가 없는 것은 아랍에미리트가 다섯 번째로 자국 탐사선을 화성 궤도에 진입시킨 사건만큼이나 낯선 사실이다.       


 코로나의 기원을 찾으려는 WHO의 중국 시찰 조사에서 나온 ‘코로나19가 국경을 넘었을 수도 있다’는 말은, 화난 수산시장 바깥에서 바이러스가 이미 퍼지고 있었다는 말과 함께 중국 언론의 단골 주장이긴 하다. 하지만 중국에는 어떤 책임이 있을까? 어떤 지역에 어떤 병이 발생했다면 우리는 그곳에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일까? 미필적 고의에 의한 불결한 위생, 날아다니는 것은 비행기 빼고 다 먹고 기어 다니는 것은 기차와 탱크 빼고 다 먹는다는 중국인들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식품 다양성, 혹은 온갖 동물을 마다하지 않고 먹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강한 비위. 또 혹은 아직 근대를 맞이하지 못한 지방의 가난? 


 코로나19가 국경을 넘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국경 근처에서 발생했을 수도 있다. 코로나의 원인을 좀 더 지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은, 생물종 다양성이 가장 풍부했던 윈난성이 개발되면서 그곳에 살고 있던 다양한 동식물들이 문명과 개발에 노출되면서 생긴 현상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지금 쿠데타로 민주주의가 위기에 몰린 미얀마와 긴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곳이 윈난이다. 만약 그렇다면, 소련 몰락 이후 체제 경쟁에서 승리한 자본주의가 돈과 개발을 앞세워 이 지구의 생물종 다양성을 훼손하고 있다면, 그리하여 코로나바이러스가 자낳괴(자본주의가 낳은 괴물) 중 하나라면, 이 지구별의 사람들이 누군가 다른 사람을 비난하여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보다는 우리 자신이 조금씩은 이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느낀다면 혹시라도 화성인을 만났을 때 조금은 떳떳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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