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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 프란치스코 Feb 22. 2021

장르극, 코로나19

30.  코로나 감염시대, 우리는 충분히 감염되었다.

 어쩌면 코로나바이러스로 가장 시달리는 것은 곤충일지 모른다. 확진자 수를 따지면 인간종을 넘어섰을 수도 있다. 중국서 넘어온 것은 코로나바이러스만이 아니었다. 2019년부터 열대거세미나방이란 녀석이 바람을 타고 중국에서 날아오고 있다. 열대거세미나방은 이제 우리 농가의 블랙리스트에 그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어린 벌레 때 주로 옥수수 잎과 줄기를 갉아먹어 피해를 주고 있는 해충이다. 태국에서는 열대거세미나방 때문에 옥수수 생산량이 많게는 40%가량 줄었다고 한다. 이런 해충을 노바백스 백신을 만들 때 이용한다. 코로나에 감염시켜 몸 안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증식시키는 용도로 쓴다. 코로나 시대를 맞아 해충에서 익충으로 신분세탁에 성공했지만, 열대거세미나방에게 노바백스 백신 생산시설은 예전 일본의 마루타 생체실험 731부대 같은 곳이다. 


 인간이라는 이 특별한 종은 스스로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기 위해서 백신이라는 자발적 감염을 택함으로써 다른 종을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시키고 있다. 인간은 타의에 의하여 감염되기도 하고, 자의에 의해 감염을 택하기도 한다. 감염은 순수한 의미에서 타자가 내 안에 있는 사건이다. 임신은, 예전에 어른들이 ‘자식도 남이다’라고 할 때의 그 남을, 즉 타자를 내 몸 안에 품는 행위다. 엄마와 태아, 이 둘은 면역학적으로 별개의 존재다.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은 원래 니꺼 내꺼를 엄청 따진다. 그런데 어떻게 태아는 그 위험한 엄마의 몸속에서 면역시스템의 더부살이를 견디고 살아남아 세상으로 탈출할 수 있었을까? 아기의 수호천사는  태반 구조의 신비 속에 거한다. 


 세포기능구조학을 연구하는 나카야시키 히토시가 쓴 〈종의 기원, 바이러스〉는 칼 짐머의 〈바이러스 행성〉만큼이나 바이러스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무엇보다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점은...... 두 책 다 얇다. 각설하고, 저자는 태반 구조의 신비함은 ‘태반의 융모를 감싸듯 두르고 있는 ‘합포체 영양막’이라는 특수한 막 구조에서 나온다’고 설명한다. 책에 의하면 ‘이 막은 태반에 필요한 산소나 영양분은 통과시키지만 이물질을 공격하는 림프구 등은 통과시키지 않아 모체 면역 시스템의 공격에서 자궁 안의 태아를 지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놀라운 이야기는 이제부터일지 모른다. 2,000년에 ‘네이처지’에 실린 논문에 의하면 ‘합포체 영양막’은 바이러스 유전자에서 나온 거란다. 젠장, 탄생부터 바이러스의 손을 빌리다니. 넌 이미 감염될 운명이었어!


 백사병이란 말이 있다. 환자의 얼굴빛이 창백하다고 붙인 결핵의 별칭이다. 흑사병에 비유할 만큼 무섭다는 뜻이다. 2019년에 국내 결핵 사망자는 1,610명이다. 글 올리는 날 기준, 아직은 코로나 사망자보다 많다. 결핵균이 우리 몸에 들어왔다고 모두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결핵균이 있지만 증상도 없고 남을 감염시키지도 않는 상태가 잠복결핵이다. 잠복결핵에서 발병으로 이어지는 사람은 10% 정도다. 10% 확률의 발병을 피하려면 치료를 해야 한다. 잠복결핵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치료 시작률이 한국의 경우 30%를 조금 넘는다. 가까운 일본은 치료 시작률이 95% 정도로, 70%를 넘는 유럽보다도 수치가 높다. 근래 국내 한 산후조리원을 조사했을 때, 잠복 감염률이 33.5%로 나왔다. 깜짝 놀랄 일은 아니다. 국내 양성률보다 상대적으로 높지만 보통 말하는 세계 통계와는 일치한다. 결핵 관련 연수나 강연에서는 통상적으로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결핵에 감염되어 있다고 말한다. 최근 자료는 그 수치가 4분의 1로 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전 세계 결핵 유행 조기 종식’을 위한 UN 결의(2018년)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많은 감소지만 4분의 1은 여전히 놀라운 수치다. 


 위염과 위궤양, 심지어 위암의 원인균으로 지목되는 헬리코박터균은 앞에서도 다뤘지만 가난의 질병이다. 가난의 경험을 가진 윗대일수록 보균자가 많고 젊은 세대로 갈수록 적다. 20세기 말 우리나라 국민 중 3분의 2가 헬리코박터균을 지니고 있었다. 지금은 40% 정도로 감소했다. 선진국은 20~30%의 보균율을 갖고 있다. 헬리코박터균의 감염의 역사는 길다. 〈미생물군유전체는 내몸을 어떻게 바꾸는가〉라는 책은 ‘조상들이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10만 년 전에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건강한 삶을 유지시켜주는 장내 미생물군유전체의 일원으로서 우리 종이 의지하고 살았던 박테리아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우리는 아직 이 균의 정확한 메커니즘을 안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 헬리코박터균에 전 세계 사람의 절반 이상이 감염되어 있다고 말한다.     


 자궁경부암 예방주사는 여성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름을 인간유듀종바이러스 예방주사로 바꿨다. 인간유듀종바이러스(Human Papillom Virus, HPV)는 스스로 나아갈 때를 아는 지혜로운 존재다. 숙주에게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지내다가 성적으로 활발한 연령대가 된 사람들의 절반 이상을 일정 시점에 감염시킨다. HPV의 200여 변종 중 일부는 질병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자궁경부암까지 일으키는 것은 소수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는 ‘개인이 일생 동안 HPV에 감염될 확률이 75∼80%에 이를 정도’라고 말한다. 세계 인구의 약 10%가량이 HPV에 감염된 것으로 추산한다.


 우리의 어머니들이 태교 음악을 듣고 있을 때 우리는 어머니의 뱃속에서 합포체 영양막에 둘러싸여 ‘너희는 감염의 자손이다’라는 코러스를 들었을지 모른다. 우리는 감염의 자손이다. 우리 세포 속에 있는, 우리 몸의 발전소에 해당하는 미토콘드리아도 박테리아의 자손이다. 우리 몸은 먼 옛날 우리 세포 속으로 들어온 이 박테리아를 내치지 않고 서로 간에 계약을 맺는다. 상호불가침조약에 서명하고 우리 몸이 식량과 주거를 제공하는 대가로 미토콘드리아는 화력발전소처럼 에너지를 제공하기로. 홈쇼핑과 건강과 의료의 트렌드가 된 인간마이크로바이옴이란 결국은 감염의 결과이기도 하다. 순수한 육체란 없다. 순수한 공간도 없다. 현관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으로 아파트라는 셀 속에 들어앉아 어떠한 감염도 피하기 위해 ‘문 앞에 두고 가세요’라는 문자를 주고받으며 매일매일 현관을 통해 외부의 물건을 안으로 들이고 있다.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들과 그것보다 더 많다는 미생물들이 합쳐져 만들어진 연방제 우리 몸은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를 어떻게 생각할까. 혹시 코로나바이러스와 쌍무 계약서라도 작성하게 된다면 누구에게 화를 내야 할까? ‘어떤 놈이야!’라고 외치면서 우리 장속의 미생물들을 전부 해고라도 한다면, 당신은 당장 ‘너에게 보낸’ 새벽 배송 밥을 먹고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할지 모른다. 어쩌면 자가 격리 기간보다 훨씬 더 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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