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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단 Jun 08. 2016

고마운 사람들

현암사에서 연락이 왔다. 나처럼 마이너한 글에 관심을 가져주셨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죄송하고 고마웠다. 거기다 잘 쓰지도 못하는데. 홍보성도 약한 내게 서평을 부탁해주시다니. 서평은 물론 최선을 다해서 쓰겠지만 여하튼 감사하고 죄송하다. 이웃님 중 한 분이 내 글은 세계를 향해 끝없이 말을 거는 것 같다고, 누군가는 그 질문을, 그 두드림을 봐주고 있다고, 들어주고 있다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내 작은 세계, 이 골방에 틀어박혀 어둡고 탁한 냄새와 은근함이 뒤섞인 세계가 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아직 글은 아성을 깨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도는 것 같지만. 얼른 커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보내고 싶지 않았던 음악대장이 결국 가면을 벗었다. 노래도 산뜻했고 본인의 기분도 산뜻해 보였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물론, 안경을 쓰고 멋쩍게 웃으며 안녕하세요- 하고 말할 때, 감사하다며 음악대장 가면과 함께 꾸벅꾸벅 인사할 때 울컥했지만. 힘든 시간을 견디고 이제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게 되었구나 싶어 기쁘고 안쓰럽고 미안했다. 엄마랑 동생이 보고 있어서 울음을 참았다.

151일이라는 시간을 음악대장으로 살아서 행복했다고 말했다. 힘도 들고 부담감도 있었지만, 무대 위에 오르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해주는 게 눈에 보여 행복했다고. 국카스텐의 공연을 한 번도 가지 않은 나라는 작은 팬도 티비 앞에서 가슴을 졸이며 그를 응원했었다. 물론 예전에도 응원했고, 앞으로도 응원할테지만.

내가 그를 좋아했던 이유는 노래를 잘하는 만큼이나 책도 많이 읽고, 깊은 생각을 하기 때문이었다. 세상을 혐오하고 인간을 혐오하고 자신을 혐오하던 남자는 이제 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하고 잠시 생각했다.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된 남자는 아마 조금 유해지지 않았을까, 날이 선 감정을 조금 내려놓지 않았을까, 아니 그랬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마음이 쉴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우리들의 사랑을 품에 안고 간간이 미소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앞으로도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아니, 바라고 있다. 너무나 다양한 장르를 파격적으로 소화해 준 것에 고맙다. 그의 목소리를 티비를 통해 듣게 해줘서 고맙다. 그냥 너무 고맙다. 잘 견뎌와 준 것도, 끝까지 웃어준 것도.

그는 다시 배낭을 매만지고 신발끈을 묶을 것이다. 새로운 노래를 불러야 하니까. 그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소음이 커질수록 그는 더 세게 귀를 틀어막고 그의 안의 소리에 집중할 것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않는다. 여기서 조용히 응원할 뿐이다.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것. 묵묵히 듣는 것. 나는 그것밖에 할 수 없으니까. 그래도.

견뎌 줘서 고마워요. 늘 항상 지금처럼, 소년 같은 모습으로 노래해줘요. 나도 될 수 있으면 소녀의 모습에서 변하지 않고, 듣고 있을게요. 고마워요 음악대장, 국카스텐 하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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