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좋은 질문
J에게
J. 내가 사라져서 많이 놀랐지? 어쩔 수 없었어. 미안해. 지금 쫓기고 있어서 별 수 없었어. 일이 커지고 있는 것 같아. 얼마 전에 K에게 꼭 필요했던 걸 받았어. 그 후 K는 경찰에게 덜미를 잡혔지. 너에게까지 피해를 줄 순 없었어. J, 너는 K만큼 내가 사랑하는 내 사람이니까. K가 붙잡힌 건 나도 안타깝게 생각해. 그 일에는 나도 분명 관여했으니까 나도 잡히는 게 옳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꼭 끝내야 할 일이 있어. 그 일이 끝나기 전까진 움직일 수 없어.
어쩌다 일이 이렇게까지 진행된 건지 잘 모르겠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약에 손을 대지 않았던 그 때로, R 그 개새끼를 죽이지 않았던 그 때로, 그래서 우리 넷 모두가 행복했던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순 없지. R은 개새끼고, 나는 R을 죽였고, K는 약과 총을 가져다줬으니까. R일은 어쩔 수 없어. 너도 알지? 그 새끼는 개새끼가 맞다고. 다른 여자도 아닌 내 동생을 건드리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의 동생을? 그 애가 요즘 어떻게 지내는 지 알아? 집 밖으로 나갈 생각은 아예 못하고 있어. 그 아이의 겁먹은 눈을 봐야해. J, 네가 봤어야 하는데 말이야. R 그 새끼는 나에게 훈계만 할 줄 아는 놈이었어. 아니, 훈계도 해서는 안 될 새끼였어. 내가 마약을 하든 말든 그게 중요해? 그 새끼는 내 동생을 강간했어. 시발, 내가 죽이는 건 당연했다고. 내가 그 애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그 새끼는 그 착한 아이를 죽고 싶게 만들었어. 그 아이는 매일 죽고싶다면서 자기 목을 졸라. 그 새끼가 사라지는 게 옳은 일이라고, 시발 J 너는 날 이해할 수 있지? K는 마약을 건네면서 끝까지 나에게 그만두라 했었지. 생각해보면 그 새끼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데 말이야, 젠장, 이젠 다 끝이야. 이제 와서 그만둘 수 없어. 마지막으로 R의 집을 찾아가야겠어. 너에게 이 말을 하는 이유는 하나야. 나도 이젠 자수하고 편히 쉬고 싶어. 지금껏 내가 벌인 살인을 덮느라 전전긍긍 했으니까. 하지만, 이 일을 끝내고도 내가 살인을 쉬쉬 한다면, 네가 경찰에 신고해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내 동생, 그 예쁜 아이를 돌봐줘. 내 동생은 너를 참 좋아하고 잘 따르니까, 비록 그 아이가 지금 남자를 무서워하고 있지만, 네가 도와준다면 그 아이는 곧 괜찮아질거라 믿어.
이런 일을 부탁해서 미안해. 고마웠어 J. 너에게는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 나처럼 사람도 죽이지 말고, 마약에 손대지 말아줘. 할 말은 너무 많지만, 상황이 너무 급해. 이제 일을 끝내고 싶어. 그만 줄일게.
너를 사랑하는 친구, L
편지를 쥔 손에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 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K는 경찰에 붙잡혔고, R의 가족을 죽이겠다고 편지로 알렸다. 나에게 동생과 경찰에 신고를 부탁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어긋나기 시작한걸까. 그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는 걸까. 이 모든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L이 납득은 할 수 있을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밖에 경찰차가 지나갔다. 어두운 도시의 밤에 현란한 헤드라이트가 명멸하고 있었다.
편지를 덮었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그의 동생을 돌볼 생각은 더욱 없었다.
R은 처음부터 없는 사람이었고, L의 동생은 자폐를 앓고 있었다. 그 아이는 성폭행을 당한 적이 없다. L이 죽인 사람은 죄 없는 K였고, 그에게 마약을 운반한 사람은 바로 나였다.
하지만 이건 내 일이 아니다.
불을 끄고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L이 오늘 밤 무고한 이의 집으로 쳐들어가 총을 쏘게 된다 하더라도, 이 침대 속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으리라.
잠이 들었다.
-----------------------------------------------------------------------------------------------------------------------484. 마약 중독자의 관점에서 편지를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