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시간이 10년을 넘겨 이제는 샘도 못 하겠다. 몇 초를 지나 스스로 13년이 되었구나 답한다. 이때까지 머 하고 살았냐고? 남들과 같은 시간 속에 있었지. 1년 중 그때마다 계절을 즐기라는 시간이 온다. 그중 첫 번째는 봄이다. 꽃피는 계절은 사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그리곤 반팔을 입고 다니며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다. 여름은 휴가라는 게 있다. 가을이 되면 드라이브를 즐긴다. 가을은 내 생일도 있다. 겨울이면 크리스마스가 있다. 일 년 중 몇 번의 기회가 있다.
이혼하여 일속에 파묻혀 살아야 하는 나는 일중독인지 모르겠다. 빚이 무엇인지 나 자신을 가두며 살았다. 어디를 갈려고 하여도 돈이 필요하다. 사실 꽃구경은 집 앞에도 있다. 평일은 일하느라 그냥 지나가게 된다. 요즘처럼 계절이 주는 시간은 주말이다. 몸이 근질거리기도 한다. 밖을 내다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냥 멍하니 보고 있으면 나가볼까 생각은 한다. 지금 당장 나의 자동차가 긴 수리시간으로 드라이브도 못 한다. 차 안에서 음악 들으며 그냥 내 몸을 자유롭게 둔다.
자동차 마저 없으니 어디 나가는 것을 뒤로 미룬다. 버스 타고 어디를 간다는 것을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시간이 더 지나면 버스 타고 다녀야 할 시간도 나를 기다리고 있다. 옆에 짝이 없는 게 아쉽다. 꼭 좋은 계절과 특정한 날에는 애인이 없다. 시간이 아쉽다. 인간은 언젠가는 혼자 살아야 하지만 지금은 아직 그럴 시간이 아니다. 재혼이 아니더라고 나들이할 상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주말이라는 시간을 앞으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생각하게 된다.
지금은 봄이다. 밖을 보면 꽃들이 활짝 펴있다. 가까이하고 싶지만 마음이 나가자고 하는데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는다. 볼일 보러 밖으로 나가는 것 외는 집에 있게 된다. 자동차라도 있었으면 동네라도 한 바퀴 돌텐데 말이다. 이혼 후 나는 줄곧 혼자 보내곤 했다. 다른 이혼한 사람은 잘 사는 것 같았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세상은 공평하다. 둘 다 골고루 하고 싶지만 그것도 다 때가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러다 나이 더 먹게 되면 더 놀고 싶어도 그때는 제약을 받는다.
올해의 봄도 그냥 지나간다. 그러나 다른 좋은 것으로 대체한다. 나 자신이 게으르지 않는다면 앞으로 좀 더 활동 반경을 수정해야 한다. 집이 주어지는 시간도 좋지만 그때 주어진 시간에 나 자신에게 새로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