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를 하고 난 뒤 문을 열고 집 밖을 나왔다. 복도를 걸으며 승강기로 향하는데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멍한 하늘만 처다 보면서 한숨만 쉬고 주자창으로 내려와 차 시동을 걸었다. 대구로 향하는 길이 그리 답답한지 처음 알게 되었다.
다음날 전처는 내가 살던 집에 와 있었다. 퇴근 후 내 눈에 이혼서류가 보였다. 서류를 내게 보이며 사인을 하라고 하였지만. 그 자리에서 종이를 그냥 찢어 버렸다. 어느 날 나는 대화를 시도했었지만 마음을 다시 돌리지 못했다.
누가 그러던가 여자가 한을 품으면 한 여름에도 서리가 내린다. 그냥 흘러가는 말인지 모르지만 맞은 말인가 싶기도 하다. 이혼하기 위한 순서를 다 만들어 놓은 것 처 럼 나에게 언제쯤 이사 나 갈 테니 알고 있으란 말을 하였다.
그 뒤 퇴근 후 집에 오게 되면 짐을 포장하기 위한 박스도 보였다. 여기저기 정리한 흔적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였다. 점점 그 시간이 오는구나 나 스스로도 기분이 축 처진다는 느낌이랄까?
집에 와도 달갑지도 않고 아무것도 모르는 딸만 내게 오곤 하였다.
딸의 이름은 내가 직접 지어주었는데 임신 때 ㅇㅇ라고 한 것이, 이름을 그대로 하자고 하여 나도 모르는 한자를 찾아서.
아름답고 밝게 웃으며 자라라는 의미에서 해준 이름 ㅇㅇ이다.
“ㅇㅇ야 아빠 왔어.”
하면 내게 달려와 내 품에 앉기고 하던 것도 잠시였다.
어느 날 최종 통보를 하듯
“오빠 나 내일 이사 나간다. 짐은 알아서 해결했고 그리고 잘 살아.”
이 말이 마지막으로 밤에 자기 전 내게 한말이다.
그 해 가을은 나의 생일과 함께 이혼은 시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