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뒤 후배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 좀 어 떼? 괜찮아?”
후배는 형이 걱정되어 전화하려다가 괜히 마음 더 힘들게 할 것 같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나 지금 집이야.”
출근도 안 했고 사업도 안 한다고 하니 후배는 깜짝 놀라며
“사업을 그만두었다고? 진짜?”
다시 질문했다.
“그래, 나 사업도 하 기 싫고 지금 집에 있다.”
후배는
“형, 집 근처로 갈까? 나올래?”
무슨 할 말이 있는지 오겠다고 했다. 사업 그만두었다는 소리에 할 말이 있다며 온다고 했다. 그 당시 후배는 보험 일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낮 시간에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 전화 한 이유는 누구 이야기를 듣거나 내게 말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했다.
앞으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 마음이라도 나눌 수 있는 자체만으로 좋았다. 상담 아닌 묘한 상황이 되었다. 후배와 시간을 정한 뒤 동네 식당으로 갔다. 밥도 못 먹었고 때마침 점심시간으로 식사 겸 식당으로 향해 걸어갔다.
늘 전처가 해 주는 밥을 먹다가 며칠간 제대로 된 밥을 먹은 날도 없었다. 남이 해주는 밥이 이렇게 좋다. 식당에 도착 후 후배는
“형, 머 먹을래?”
메뉴도 안보며
“아무거나 시켜서 먹자.”
어떻게 보면
‘아무거나’
메뉴가 가장 맞는 말이다. 지금 상황에 밥을 가릴 처지도 아니고 같이 밥 먹을 상대가 한순간에 없어져 버렸다. 누군가와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 돼지국밥이 이럴 때 참 좋은 메뉴다. 고기를 좋아하며 특히 삶은 고기를 좋아한다.
먹성이 좋아 진짜 아무거나 메뉴가 내게 맞다. 어떤 누구를 만나더라도 상대가 사주는 음식을 대부분 잘 먹는다. 음식에 대한 투정이 없는 편이다. 결혼생활 4년뿐이지만 딸아이 때문에 힘들어하는 전처를 생각하면, 일부러 아침 굶으면서 출근한 적도 있다.
스스로 밥을 꺼내어 반찬 한두 가지로 끼니 떼 운 적도 있다. 밥 때문에 싸운 적은 없다. 잠시 물 컵에 물을 따르고 목 적실 즈음에 국밥은 앞에 놓였다. 부글부글 뜨겁게 끓고 있는 상황에
“국물 뜨거우니 조심하세요.”
들을 시간도 없이
“네”
국을 보며 말했다.
밥을 말기 시작하면서 부추를 젓가락으로 집어 국물 위에 올인 뒤 숟가락으로 휙휙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