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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의 시작과 알림 #23 쓸쓸함

by 홀로서기

딸 이름의 폴더에는 동영상이 날짜순으로 정리되어 있었다. 엄마 따라 붓을 잡고 같이 미술 하는 4살 딸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뭉클해졌다. 돌아보니 주변에 없다. 혼자되는 기분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없다는 것을 알게 되니 눈가에 눈물이 살짝 고였다.


영상을 보고 또 보면서 마음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끊어 낸 뒤 영상을 종료시켰다. 이미 지나간 시간 이런다고 달라질 것도 없는데 그냥 꾹 삼켰다. 컴퓨터를 종료하고 마음 한구석에 씁쓸함을 느끼며 잠자리 들기 위해 방으로 들어갔다.


고요한 방의 내부 있는 것이라곤 바닥에 깔아놓은 이불뿐이다. 벽에 걸려 있는 벽시계 소리만 유난히 째깍째깍 거리며 귀를 거슬리게 했다. 몸을 돌려 눈을 감고 자야지 하면서 최면을 걸었다. 몸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나도 모르게 겨우 잠이 들었다.


커튼사이로 햇빛이 들어왔다. 시간을 보이 벌써 오전을 지나고 있었다. 이제는 사업마저 관두어서 어디 갈 곳도 없는 백수가 되었다. 거실에 나가 큰 쿠션에 몸을 걸치듯 천정을 보았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창밖의 자연이 보였다. 멍 하니 보고 있으니 마음은 편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닌 그저 바라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마음 달래기 좋았다. 지금도 가끔씩 멀리 자연을 바라보곤 한다.


폰 전화번호를 열어 어디로 전화를 할까?


누구를 만날까?


이 시간에는 누구나 근무하는 시간이다.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생각해 보았다. 후배에게 전화해 볼까? 왜냐면 이혼을 가장 먼저 알고 있다. 그 당시 이혼을 아는 사람은 후배와 친구 한 명뿐이다. 후배에게 전화하려고 폰을 열어 번호를 찾은 후 통화버튼을 눌렀다.


얼마나 갑갑했을까?


좋은 것도 아닌 푸념 아닌 푸념이 필요했다. 그 당시 나 자신은 쇠창살에 갇힌 기분이었다. 어디에라도 말을 하지 않으면 마음속이 폭발할 것 같았다.


누구라도 붙잡고 싶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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