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위해 돈 버는 것도 한순간에 사라지게 되었다. 돈은 필요하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왜냐면 매달 나가는 돈들이 상당히 많이 있다. 직장을 구해야 했다. 나이 37세 좋은 학교를 졸업한 것도 아니었다. 흔히 말하는 좋은 줄도 없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하는 인간으로 살아왔기에 어딘가 부탁할 곳도 없다. 솔직히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
‘돈을 많이 벌 다.’
이제 이 말은 내게 의미가 사라져 버리고 그냥 넋 나간 남자 ㅇㅇㅇ이다. 왜냐면 어디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순서도 모른다. 정리할 것은 엄청나고 뒤죽박죽 꼬인 인생이 되어 버렸다. 한순간에 이혼하고 어떻게 보면 미리 예보된 일이며, 하던 사업도 접어 버려 거지 인생이 되어 버렸다.
당장 나가는 돈이 필요하여 친구한테 빌린 50만 원으로 공과금 처리했다. 조용히 앉아서 순서를 정리해 보았다. 우선 부모님께 이혼 사실을 알려야 했다. 당장 어딘가에 출근할 곳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두 가지만 생각하고 오늘 하루의 밤을 지내기로 했다.
방에 들어가 이불 위에 누워 불을 끄고 있어도 잠이 바로 오지 않았다. 눈이 너무나 멀뚱하기만 하고 다시금 깨운다. 거실에 나와 컴퓨터를 켜서 음악을 들었다. 늦은 시간이라 소리를 조용히 했다. 귀에 살짝 들릴 정도였다. 화면을 보니 여러 개 폴더에 이름이 나열되어 있었다.
전처와 연애초기부터 결혼까지 그리고 예쁜 딸의 자료로 세세히 정리되어 있었다. 언제 이렇게 정리했는지도 몰랐다. 왜냐면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전처는 미대 졸업생이라 그런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 집에서 유화 그림을 그리곤 했다.
미술에 대해 나는 전혀 모른다. 딸이 어릴 때 밤에 재우고 난 뒤 전처는 작은방을 작업실로 만들어 남들 자는 시간에 그림 그리곤 했다. 한 번씩 퇴근 후 그림을 보면 내 눈에는 붓을 툭툭 바르는 것 같은데 매일 마다 변화되는 그림이 신기했다. 어떻게 보면 내 주변 유일하게 예술하는 사람이다.음악을 좋아하는 편이라 둘 다 비슷한 점도 있다.
잠시 과거의 생각들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