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혼의 시작과 알림 #21 목적

by 홀로서기

다른 잡념으로 생각을 방해한다. 머릿속에 또 다른 내가 있다. 잡다한 생각으로 순서 정렬도 없이 나도 모르게 스르르 눈을 감게 되어 살짝 잠들었다. 밤새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성격이 예민하여 생각이 잠기는 시간도 길다.


남에게 나쁜 말을 하지 못하고 당하기만 하던 나였다. 남자치곤 여린 성격으로 성장했다. 남자들의 세계에 적응하기 힘든 나였지만, 영업을 선택하여 살아온 나 자신이 어쩌면 신기하다. 여러 가지 생각도중 깊은 잠을 잔줄 알았다. 거실에서 옷도 안 갈아입고 씻지도 않고 누워있었다.


시간은 아직 새벽을 깨우기에는 아직 한참 멀었다. 시계소리만 나의 귀에 예민하게 들렸다. 옷을 벗고 씻으러 욕실로 갔다. 아직 어색하지만 이제 집에 아무도 없어 옷을 벗어도 되었다. 이제는 나만의 공간으로 서서히 만들어 갔다.


옷을 입고 밥이 있는지 밥솥을 열어보았다. 말라붙은 색이 변한 밥알과 오래되었다는 냄새를 풍기듯이 코를 훅 치고 들어온다. 밥솥 시계를 보니 99를 넘어선 숫자로 보였다. 오래된 밥을 숟가락으로 뜨고 있는 나 자신을 보았다. 이혼으로 가장 처음 경험 하는 것 중 하나였다.


남자들은 이혼하게 되면 대부분 아내가 해주는 밥상을 늘 받아 보게 된다. 세부적으로 살림 내부를 알 수 없다. 반찬도 이제 슬슬 걱정이 되었다. 현재 있는 반찬으로 며칠 갈 수 있을지 아니면 상하여 버리게 될지 모를 일이다.


빨래는 며칠에 하면 되는지, 빨래 감 구분은 어떻게 하면 좋은지, 세재 사용법도 잘 모른다. 모든 것이 스스로 터득하고 몸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려야 한다. 나이 들어 이혼하게 되면 남자들은 밥, 빨래가 걱정이라 했다. 이혼을 언제 하는지에 따라 남자들은 준비하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다르다.


삶을 살아가는 길에 영향력이 크게 작용된다. 결혼생활 4년 차 나이 37세 가을쯤 이혼은 시작되었다. 결혼 생활보다 이른 시간에 이혼하게 되었다. 젊음이라는 시간이 내게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을 지나 보니 알게 되었다. 잡다한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고 내일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게 되었다.


답은 무엇일까?


‘없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목적이 사라졌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이혼의 시작과 알림 #20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