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 없이 운전했다. 몸이 익숙한 집으로 가고 있다. 갈 곳도 없는 방황자이다. 이제는 집에 가도 아무도 없는데 왜 가려고 하는지 당연히 갈 곳도 없다. 부모님께 아직까지 말씀도 드리지 못했다. 주변인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조용히 혼자 있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집으로 가는 것이 유일한 곳이다. 집이 좋은지 마음은 집 방향으로 가자했다. 답 한 뒤 아주 느린 속도로 가고 있었다. 다른 차들은 나를 휭휭 지나가듯이 빠르게 달렸다. 각자 목적지가 있으니 삶의 속도를 내게 된다.
이제 목표도 속도도 아무것도 없는 무의미한 상태이다.
그냥 머릿속이 씨 발라낸 텅 빈 껍질 속의 수박이랄까?
삶의 의지도 없었다. 이때 죽음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났다. 오른쪽을 바라보며 도로 길가 옆을 보았다.
개천 아래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순간 생각났다.
한쪽 머리에서는 핸들을 돌려 이 세상을 떠날까?
한 번에 죽어버릴까?
죽음에 관한 여러 가지 얽히고 썩힌 미묘한 생각들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한쪽에서는
‘딸이 있잖아 아직 부모님도 살아 계셔.’
이러면 안 되지 내게 말을 했다.
눈에 안 보여 자식 생각이 났다. 늘 있을 때는 그것을 몰랐다.
‘사람은 없어져봐야 정신 차리지.’
이런 말을 한다.
부모 마음이란 것이 이런 거구나 이제야 조금 그 위치를 아는 것일까?
딸이 있지?
다시 정면을 주시하며 집으로 갔다. 운전하며 잠시 뒤 아무도 없는 나의 보금자리로 들어갔다. 대문을 열어 신발 벗은 후 아무도 없는 집안 숨소리라곤 나의 숨소리뿐이다. 한번씩 위층에서 쿵쿵 거리는 소리뿐이다. 아파트단지 내 이동하는 자동차, 오토바이, 강아지 소리뿐이다.
사람목소리는 이제 없다. 집이 조용하니 주변의 소리가 들렸다. 멍하니 베란다의 정면을 보았다. 산과 나무들은 나를 가만히 있게 만든다. 그냥 바라보는 것인데 아무 생각이 없다. 흔히 멍 때린다고 한다. 거실 바닥의 쿠션에 머리를 기대어 천장만 바라보았다.
내일부터 이제 무엇을 할 것이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생각을 해야 했다.